선 퇴사, 후 여행
오랜만에 남기는 여행의 족적은 바로 여름이 오기 전에 다녀온 스페인 여행이다. COVID19 이후로 정말 오랜만에 다녀왔던 여행이자, 내 나름대로는 첫 직장을 퇴사하고 다녀온 의미 있는 여행이었다. 입사 전부터 첫 직장을 그만두면 해외여행을 갈 거라고 결심했었는데, 그 다짐을 실천할 수 있었어서 더욱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이 여행을 가기까지 여러 일들이 많았는데, 배경을 먼저 돌이켜보면 첫 시작점은 국내 여행이었다. 작년과 더불어 친구 S와 사계절 여행을 계획했고, 늦봄 여행지로 제주도를 가기로 했었다. 하지만, 제주도가 COVID19로 인해 단골 신혼여행지가 된 지라 여행 비용이 하늘로 치솟았고, 때마침(?) 퇴사가 결정되어 우리들의 여행 계획은 어느 저녁시간의 단 한 번의 대화로 완전히 뒤바뀌었다. 그때의 대화를 대충 회고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나 : 우리 5월에 제주도 가기로 했지? 슬슬 비행기랑 숙소 정해야 하는데….
S : 그러니까. 이거 또 언제 짜지. 제주도 요즘 비싸가지고 빨리 알아봐야겠네.
나 : 근데 나 퇴사하잖아. 그런 의미에서 혹시 해외는 어때?
S : 헐. 너무 좋아.
나 : 근데 너 진짜 괜찮아?
S : 비용도 제주도랑 비슷할 듯. 이게 다 갈 수 있을 때 가야 돼.
나 : 못 먹어도 ㄱ.
S : 난 이제부터 욜로(YOLO ; You Only Live Once)야.
이렇게 해서 여행지가 급 해외로 발을 뻗으면서 맘먹고 갈 수 있는 먼 여행지 중 COVID19 제한이 적고 항공비가 싼 곳을 찾는데… 최종적으로 좁혀진 여행지는 스페인과 스위스였다.
둘 다 너무나도 좋은 곳이었지만, 최종 결정은 생각보다 어렵진 않았다. 여행 일정인 5월 초 날씨를 생각하면 사실상 스페인이 최고였기 때문이다. 언제 가도 좋을 스위스라지만, 여행에서 날씨는 중요한 요소였기 때문에 더 좋을 때를 기약했기로 했다.
사실 내 입장에서 스페인은 한 번 가본 곳이고, 스위스는 안 가본 곳이었는지라 아쉬운 마음이 있었는데, 이걸 금세 떨친 만큼 예전의 스페인 여행 기억이 너무나도 좋았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결론 내릴 수 있었다. 진짜 아쉬운 거라면 두 곳 다 갈 수 없는 현실이랄까.
이제 남은 거라곤 귀찮다고 하면 귀찮은 여행 준비였는데, 진짜 운명의 실체를 생각할 만큼 신기했던 게 해외여행을 도모했던 그 당일날의 저녁 식사 때 친구 S와 동시에 코로나에 걸렸다. 다행스럽게도 친구와 나 모두 별 탈 없이 코로나를 이겨낼 수 있었고, 나의 경우 한참 퇴사 전 일처리를 하느라 바쁜 시기에 일주일의 유예시간이 주어졌다. 먹고 자는 하루하루를 반복하면서도 매일 몇 시간씩 통화해가며 우리의 여행 역사 상 가장 열심히 여행 계획을 짰고, 그로부터 3주 후 인천공항을 향해 설렘 가득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하여튼 여행 준비부터 다사다난하게 일들이 많았지만, 그만큼 소중한 시간이었던 스페인 & 포르투갈 여행기를 시작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