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통 어렵던 라떼아트 기초 중의 기초 하트 그리기
분명히 설명을 들을 때는 알겠다.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고 우유 스티밍을 하고 돌아서서 분배하고 잔에 우유를 부으려고 하면 고장 난다. 아. 망했다. 누가 봐도 망했다. 우리 반 다른 분들은 어쩜 다들 그렇게 잘하시나. 두 어 번 선생님의 지도 끝에 찌그러진 하트에서 시작해 당일에 근사한 하트를 하나씩 그려내셨다. 다들 자신이 만들어낸 하트를 자랑스레 사진을 찍는데 나는 어쩔 동그라미도 안된다. 와!!! 이럴 수가!!!
나는 왼손잡이다. 에스프레소 머신 사용부터 모든 순서가 오른손잡이 위주로 세팅된 공간에서 하나씩 내 몸에 맞게 위치를 한 번 더 파악해야 한다. 하물며 라떼아트를 그리는 방향마저도 난 반대다. 선생님이 컵 잡는 위치를 새로 알려주셨다.
아!! 되긴 되는 거다!!
안 되는 게 어딨어.
근데 왜 안돼???
너무너무 어이가 없다. 마음은 가운데를 향해서 붓는 우유가 왜 어째서 이렇게 찌그러져서 컵 가장자리에 들러붙어 이도저도 아닌 그저 잘 봐줘야 귀여운 정도의 쭈그렁한 동그라미가 그려질 뿐이다. 아니 왜 다들 잘하세요??? 다들 재수강이죠? 선생님은 경주님 지금 안 되는 걸 꾸준히 연습하고 있으니까 실전에서 괜찮을 거라고 격려해 주셨다. 하지만 "가운데!!!!" 외침은 끝이 없다.
쭈구렁한 동그라미는 조금 나아져서 포춘쿠키가 되었다. 사실 포춘쿠키가 내 눈에는 귀여운데 지금 귀여워서 될 일이 아니다. 8월에 칠 예정이던 바리스타 시험이 7월 말로 당겨졌다. 하트가 나와줘야 한다. 우유피처로 물 붓기 연습을 한참 하고 나니 포춘쿠키가 그나마 좀 더 모양이 잡히긴 하는데 왜 어째서 계속 찌그러지나요?
실기시험을 언제 마지막으로 쳐봤나 꼽아봐도 고등학교가 마지막이다. 대학 때 체육과 요가 수업을 들을 때도 과정 평가형이라 실기시험은 따로 없었다. 와 이게 뭐라고 이렇게 긴장이 되지? 시험에 들고 갈 린넨과 행주를 삶아 길들이고 시험에 입을 옷들도 한 번 더 체크해 보고. 시험 전 마지막 수업에서야 그나마 찌그러진 하트가 비교적 나아진 모양으로 나와줬다. 처음으로 내가 그린 하트를 찍어봤다. 여태 마음이 급해 마시지 못하던 카푸치노를 마셔봤다. 와!! 내가 만든 커피가 이렇게 맛있어도 되나 ㅎ 좀 감격했다.
벌써 한 달 전이다. 7월 27일 바리스타 실기 시험을 봤다.
설명을 듣고 차근히 순서대로 준비를 했는데도 자잘한 실수가 나왔다. 하지만 어쩔. 일단 다음. 네 잔의 카푸치노에 그려진 하트가 비교적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다. 좌우대칭이 맞으면 되는 거랬는데 비교적 비슷한 각도로 찌그러져 그게 그런대로 통일감이 느껴졌다. 와... 이렇게 자화자찬을 해서 될 일이 아니지만 벽에 들러붙는 찌그러진 동그라미를 생각하면 얼마나 훌륭한지 말이다. 시험을 마치고 고사장을 나서고 나서야 앞치마 끝이 풀어진 걸 알았다. 아이고 복장단정 마이너스겠다!
시험을 치고 남은 수업은 3강. 이렇게 마음이 편할 수가 없더라고. 라떼 실습을 하는데 여태 그려온 것 중에 가장 단정한 양파가 나타났다.
양파는 그럭저럭 쫀쫀하게 맛있는 카푸치노였다.
잠을 못 잘지도 모르지만 찬찬히 내가 만든 커피를 다 마셨다. 다 마셔도 잔 바닥에 남는 양파모양.
그림이 바닥까지 남으니 됐다! 이제 하트만 그리면 된다 ㅋㅋㅋ
아 시험은 무사히 합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