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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원 Oct 26. 2024

[에필로그] 다음 여행을 계획하며...

사라진 도시에 추억을 담다

에필로그를 쓰는 오늘이 2024년 10월 26일이다.

2009년 불혹을 보내며,

힘들었던 일상을 회피하기 위해

도망치듯 떠났던 여행 일기를

15년 만에 정리를 마쳤다.


2009년 10월 말에서 11월 중순까지

부산 - 도계 - 삼척 - 강릉으로 7번 국도를 따라갔다.

1980년 대부터 1990년 후반까지

오지가 많았던 지역으로, 국내에서

가장 아름다움 자연을 품은 곳이 7번 국도 주변이었다.

울진_ 여행 중 사잔


부산을 기점으로 7번 국도를 선택한 이유는

고등학교 졸업 후

친구들과의 무전여행코스였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사진기가 없어 몸으로 기억해야 했다.


몸으로 기억한 그 느낌을 되살리고 싶어 2009년

부산 여행에 이어 7번 국도를 따라 여정을 펼쳤다.

부산 부전역에서

비둘기호를 타고 강릉 가는 기차에 올랐다.

중간중간 마음 끌리면 곳을 만나면

기차에서 내려 정처 없이 걸었다.

날이 어두워지면 그 동내 인근

여관, 여인숙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낯선 즐거움을 오랜만에 만끽했던 기억….


사투리, 비포장 시골길, 아궁이 연기를 뿜는 굴뚝,

저녁노을, 등대 불빛, 파도 소리, 갈매기, 달빛....


부산 여행이

행복과 슬픔, 방황하는 내 모습과의 만남이었다면

7번 국도 여정은

몸으로 기억되었던

익숙한 새로움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여행 중 촬영했던 사진

지금 돌이켜 보면 나에게

불혹의 나이는 사춘기만큼이나 힘겨웠던 시절이었다.


나름대로 열심히 사회생활을 하면서

가정의 안정을 찾아야 했던 시기

불안한 미래와

가진 것 없는 자신을 보면서 초라해지는 일상.

나를  잃어가는 듯한 시간 속에 내몰리고

의무감과 책임감만 가득했던 시기였다.


삶의 의미를 잃어가고, 불안감만 키워가던 시점에

휴직과 여행은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였다.

아니, 나 자신을 찾아보는 시간이었다.

”나는 어떤 놈인가? “라는 질문에

대답했던 시간이었다


50을 훌쩍 넘긴 지금 불혹의 나를 보면 안쓰럽다.

직장 생활 - 사업 실패 - 직장 생활로

30, 40대를 보냈다.

삶의 패기보다 생존에 방점을 찍고,

나를 버리고 살았던 힘겨워했던 40대

여행 일기를 정리하면서

안쓰러운 마음으로 그때의 나를 만났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내 삶은 크게 변화한 것이 없다.


변한 것이 있다면,

불안감을 조금 줄어들게 한 마음의 여유

노후 걱정을 하지만, 지금 경험하는 모든 것이

노후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믿는 마음의 여유


시간이 나에게 가르쳐 준 것은

이 또한 지나갈 것이며,

어쩔 수 없음에 자신을 내 몰지 말며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어제와 같이 내일도 해야 한다는 것


불혹을 지나면서 어린 시절 나를 만났다.

지천명을 지나며 불혹의 나를 만났다.

나는 변한 듯 변하지 않았고

변하지 않은 듯  많이 변했다.


변하지 않은 것은

삶의 무게를 남들보다 많이 느끼는 것

변한 것은

마음에 여유를 갖는 방법을 알았다는 것이다.


어쩌면 내가 나를 알아간다는 것이

하늘의 명을 알아가는 지천명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나를 아는 나이,  오십...


얼마 후면 은혼식 날이다.

아내는 말한다.

부모님과 살았던 시간보다

더 긴 세월을 나와 살았다고...


은혼식날

나는 나를 찾는 여행이 아닌

아내와 금혼식을 위한 여행을 계획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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