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강산 푸르게푸르게
요즘은 딸아이의 긴긴 겨울방학이라 프리랜서인 남편이 집에서 일을 하며 아이의 아침과 점심을 챙긴다. 나보다는 더 음식 해먹는 걸 좋아하는(물론 스파게티, 볶음밥 등 기름이 많이 필요한 음식들이기는 하지만) 남편은 딸아이에게 직접 불 앞에서 간단한 요리라도 해볼 것을 계속 권하고 재료 써는 과정 등을 잘 설명했나 보더라.
아이가 라면에 필요한 파를 썰면서 칼에 베이지 않게 손가락 끝을 둥글게 구부리길래, 어떻게 알았냐고 하니 아빠가 가르쳐주었다나. 살아가는 데 필요한 생활의 지혜를 알려주다니... 역시 나보다는 더 좋은 부모임에는 틀림없다.
남편에게 아이 끼니를 맡기지만, 그래도 출근 전에 챙겨놓고 나오는 것이 있으니 바로 오후 간식이다. 요즘에는 스마일 무늬가 뚜껑에 그려진 노랗고 동그란 통을 쓴다. 지금 5센티미터부터 10센티미터까지 크기별로 4가지가 한 세트이다. 그전에는 카카오프렌즈의 피치가 그려진 도시락통을 쓰기도 했다.
3학년 여름방학 끝나고부터 시작했으니 2년 6개월 정도 되었다. 매일아침 오늘은 어떤 메뉴를 담아놓을까라는 가장 큰 미션이자 출근 리추얼을 꾸준히 지켜왔다. 지금은 이걸 해놓지 않고는 출근을 하지 못하는, 금단현상까지 생겨난 듯하다.
하지만 <시노다 과장의 삼시세끼>를 쓰고 그린 시노다 아저씨가 보면 아직도 멀었다는 말을 할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작가 시노다 나오키는 1990년 8월, 27세 여름부터 아침, 점심, 저녁 매끼를 모두 기록해 2013년 3월까지 계속해왔다. 2012년 나이 오십이 되었을 때 이 기록을 NHK에 투고해 방송을 탔었단다. 그간 기록한 노트가 무려 44권, 정말 인생노트라 부르지 않을 수 없다.
책 마지막 부분에 ‘그림일기를 쓰는 요령’에 대해 적어둔 부분은 나에게도 꽤 쏠쏠한 도움말이 되었다. 그것은 바로 ‘마음가짐, 정성스런 선, 색, 레이아웃, 자기만족, 지속’ 이렇게 7가지 요령이다. 그중 마지막 ‘지속’이라는 요소가 가장 와닿았는데, 나도 이 키친 아트 작업을 하는 데 가장 중요한 작업자 덕목으로 ‘꾸준히 하는 것’을 꼽았기 때문이다. 꾸준함에서 결과물이 나오고, 꾸준함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어느 순간 튀어나오는 것을 여러 번 경험하고 있다.
퇴근해서 이따 작업할 결과물은 또 어떤 모습일지. 나는 그저 계속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