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배추 묘목
지난 주말, 좀 늦은 감이 있지만 내가 소량 주문했던 '마이 그린 테이블' 탁상달력의 마지막 남은 것을 지인에게 선물로 주었다. 그간 내가 작업한 것들을 사진으로 찍어 파일로 보관중인데, 작년 말 주변 사람들에게 뭔가 의미있는 선물을 하면 좋을 것 같아 고민하다 달력을 생각해냈다.
처음에는 많이도 필요없고 딱 10개만 주문하자고 생각했다. 이 정도 개수면 달력 제작업체에 퇴짜 맞기 일쑤일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달력 만드는 툴이 잘 갖춰져 있고 1개도 주문하면 만들어주는 스냅스라는 사이트를 찾았다. 내가 정말 한 거라곤 그간 찍은 사진들 중 각 달에 어울릴 만한 것을 골랐을 뿐이다.
그렇게 10개를 가족과 지인들에게 선물하고 다시 2차분 10개를 주문해야 했다. 이번에는 다른 구도와 디자인을 선택하고 사진들도 1차 때와는 다른 것들로 선별했다. 하나하나를 따로 떼어놓고 봤을 때는 단연 화려하고 대비되는 색상의 작업들이 눈에 띄지만, 조화로운 12달을 보여주는 달력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는 서로서로 어깨동무할 수 있는 무난한 작품들에 손길이 닿았다. 후에 3차분 5개를 더 주문할 때에도 역시나 다른 이미지들을 마음껏 일상으로 불러냈다.
참 인상깊었던 게 열이면 열, 달력을 선물받은 사람들이 각자 고르는 작품들이 다 달랐다. 그만큼 취향의 스펙트럼이 다양하고 넓다는 뜻이리라. 구도에 집중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색상에 대해 느낌을 말하기도 하고, 재료들에 호기심을 내비치는 경우도 있었다.
내 작업기록이 컴퓨터 속 파일로만 남아 있지 않았으면 해서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기도 하고 이렇게 사연을 담아 글로도 정리하고 있는 것이리라.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일상에서 쓰이는 물건들로 만들어 주변과 나누며 즐거운 대화를 하는 것일테고. 식재료들로 왜 이런 그림을 그리는지, 일상에서 모두가 아티스트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만 할 뿐 좀더 구체적인 다음 단계를 이야기하지 못하던 내가 탁상달력을 만들어보면서 좀더 냉정하게 내 작업이 걸어가야 할 방향을 가늠하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관계 맺기, 소통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