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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림 Jan 13. 2019

16.작업의 결과물은 모두 삶 속에서

토마토 피크닉

ⓒmaywood

미국 소설가 제임스 설터의 <소설을 쓰고 싶다면> 속의 인터뷰를 읽다가 "소설은 삶 속에서 나온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거의 언제나 그래요. 글을 쓰는 일은 학문이 아니에요....예를 들어 위대한 대화는 꾸며내기가 어려워요. 거의 모든 위대한 책에는 그 안에 실제 사람이 담겨 있답니다."라는 대목이 무척 맘에 와닿았다. 


이번 <토마토 피크닉> 작업은 몇 년 전 따뜻한 봄 다섯 살 된 딸아이와 함께 호수공원 한 나무그늘 아래에 돗자리를 깔고, 햇살에 반짝이는 호수와 나무들을 하염없이 보았던 기억을 표현해본 것이다. 남편과 딸아이가 공을 가지고 놀러간 사이, 나는 넉넉해진 돗자리 위에 누워 나뭇잎들이 출렁이는 모습을 사진에 담았었다.


내 작업의 대부분도 내가 경험했던 것들 중 어떤 특별한 인상을 포착해 표현해보려 애쓴다. 우연히 자색옥수수를 얻어온 게 너무 좋아서 폭죽을 터뜨리는 장면을 묘사해보기도 하고, 봄날의 아지랑이와 나비를 파르팔레 파스타면으로 그려보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나의 관심사는 일상 모든 것이 되어버렸다. 


예전 같았으면 그냥 무심하고 심드렁하게 넘겨버렸을 장면들이 하나하나 폴라로이드 필름에 담기는 것처럼 기억되는 것이 정말 반갑다. 멀리 여행을 가야만 새로운 생각과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사람들의 동작 하나하나와 표정들, 거리 간판들의 색상과 건물과의 조화, 가로수와 화단의 조용한 변화들도 이젠 지루한 대상이 아니게 되었다.


이런 소소한 변화들을 내가 글로 다 담지는 못하는 대신, 식재료들로 찰나의 순간을 표현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러 작업들에 쓰인 재료들은 결국 우리 식구들이 먹게 되어 사라지지만 그 현장의 느낌을 조금이나마 담은 사진으로 남아 추억의 한순간으로 기억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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