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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림 Jan 17. 2019

19.제 작업을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요?

꽃편지함

ⓒmaywood


구글 드라이브의 내 ‘데일리 키친 아트’ 폴더를 열어보다 살짝 긴장했다. 회사일로 정신없어 그동안 통 작업을 못 했더니 작품을 모아두는 곳간이 텅텅 비어 있었던 것이다.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마친 뒤 싱크대 한켠 가로 40센티미터, 세로 50센티미터 크기의 작업대 앞에 섰다.      


오늘은 꽃병에 꽂아두었던 리시안셔스가 시들기 전에 뭐라도 표현해보고 싶었다. 회색 골판지 배경에 컵받침 다섯 개를 꺼내어 곳곳에 배치했다. 동그란 찜기용 망사 보자기를 반으로 접어 그 안에 리시안셔스 다섯 송이를 곱게 집어넣었다. 제목은 ‘꽃편지함’으로      


네이버 그라폴리오에 작업한 것들을 화요일, 금요일에 업로드할 때, ‘분야’를 체크하는 코너가 나온다. ‘일러스트, 회화, 조소/공예, 캘리그라피, 애니메이션, 사진, 사운드, 디자인, 그림책’. 2018년 여름에 그라폴리오 <사진스토리 연재 크리에이터> 공모 지원을 할 때는 ‘사진’으로 체크를 해야 했었다.      


그런데 늘 작업대에 섰을 때 생겨나는 질문이 하나 있다. “내가 하는 작업은 어느 분야, 장르에 속하는 걸까? 뭐라고 불러야 하지?”     


처음에 언뜻 떠오르는 이름은 ‘마이 그린 테이블’이었다. 우리가 흔히 대하는 식재료들을 주로 활용하고 작업을 마치면 때로는 샐러드를 하거나 반찬을 해서 먹는 과정을 거친다는 의미에서 말이다. 이후로 메모해둔 키워드로는 ‘그린 아트', '데일리 키친 아트’ 정도.      


작업 장르는 어디에 속할까? 일종의 회화? 아니면 공예? 설치미술? 사진? 좀더 적극적인 작업과정이 있기에 ‘사진’이라고 한정짓기에는 좀 아쉬운 부분이 있다. 지금은 넓은 의미의 ‘디자인’으로 생각하고 있다.      


쉽게 지나치기 쉬운 식재료들을 좀더 면밀히 들여다보고 그들의 새로운 쓰임새를 찾아가는 것, 각 재료들의 색감과 구도의 조화를 꾀하면서 전혀 다른 그 무엇으로 재탄생시키는 과정을 ‘디자인’이라 부르고 싶다.      

이 작업의 이름과 분야는 앞으로도 계속 고민할 것이고 계속 바뀔 것이다. 안성맞춤의 정체성을 가지는 날이 언제쯤 올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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