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공모전에 참여하면서
“휴대폰 케이스에는 반복 패턴 스타일이 어울리는 것 같고, 포스터에는 한 편의 그림처럼 작업한 게 괜찮은 것 같고…”
골똘히 지금까지의 ‘데일리 키친 아트’ 사진들을 들여다보며 혼자 중얼거렸다. 이들을 이용해 일상에서 쓸모 있는 물건들을 만들어 한 디자인 공모전에 제출하려던 참이었다. 이왕이면 실제 내가 작업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까지 곁들이면 좋겠다는 생각에까지 미쳤다.
마감이 코앞이라 부랴부랴 포스터, 휴대폰 케이스, 엽서 등의 제작을 의뢰해 받아 사진을 촬영하고 거기에 이야기를 곁들여 제출했다. 수시로 내 접수가 잘 되었는지, 다른 사람들은 어떤 작업들을 올렸는지 등을 살펴보는 건 덤이었다. 그러면서 이렇게나 자신을 표현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다니,라는 감탄도 자연스레 하게 되었다.
지난 1년간은 내가 다양한 식재료에서 어떤 그림을 찾고 있는지, 그 그림을 그려냈을 때 내 기분이나 마음은 어땠는지, 그로 인해서 내 일상이 얼마나 풍성해졌는지 등을 좀더 집중적으로 생각했다면, 이번 공모전 작업을 통해서는 내 작업들이 일상의 물건들에 어떻게 반영되어 쓰이는지, 그걸 본 많은 사람들은 그에 대해 어떤 평가를 할지 등에 더 신경을 쓰게 되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직도 내가 무게를 좀더 두어야 하는 곳은 바로 나 자신의 내부, 마음이었다. 내 속에서 건져내어 표현하고 싶은 것들이 많이 남아 있을 거라는 예감 때문이다. ‘메이우드의 데일리 키친 아트’ 작업을 통해 나는 지난 시간 꽤 큰 위로를 받았다. 집-회사-집 쳇바퀴를 돌며 때로는 팍팍하고 건조하게 지내던 내 일상에 간간이 내리는 단비가 되어주었다.
냉장고와 부엌 서랍에 담긴 식재료들은 나에게서 어떤 것들을 기대하고 있을까? 내 주변과 이 세계를 좀더 색다르게 표현해보기 위해 나는 그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활용할까? 앞으로도 당분간은 내 자신에게 집중하자. 내 안에서 충분히 곰삭은 표현들이 바깥으로 자연스레 흘러넘치도록. 다른 이들의 시선을 너무 의식하지 말자. 내가 즐겁고 기쁘면 그들도 그러할 것이고, 설령 따끔한 충고가 있을지라도 나와 다른 시선으로 포용하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