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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니 Jun 20. 2021

너도 지금 방황 중이니?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뭔지 모를 때

이직에 대해서 한참을 고민하던 시기가 있었다. 직장 다니는 게 힘들 때면 늘 내 사업을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바리스타일만 10년 차이던 내게 이 낯선 땅에서 이직을 한다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러다 요즘 인스타에서 자주 보던 뷰티 사업이 문득 떠올랐다. 언니들에게서 느껴지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나도 필요했던 것일까 아니면 화장은 사치, 정말 맨얼굴로 다니는 게 더 자연스러운 호주에서 가끔씩 물어오던 피부 관련, 뷰티 관련 질문이 기분 좋았던 것 일까 그것도 아니면 왠지 호주에서라면 꽤 괜찮은 사업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쯤이 머리를 맴돌았던 것 같다.

그 뒤로 한 주는 혼자 들떠서 다이어리에 온갖 사업 구상을 다 적어보고 그다음 한 주는 내가 정말 이 사업을 할 수 있을까 한 없이 자신이 없어졌다 가를 반복했다. 그리고는 여전히 혼자서는 답을 찾기 어려워 요즘 막 그 뷰티 사업을 시작한 듯 보이는 언니에게 진지하게 물어보았다.

처음 내가 언니에게서 예상했던 반응은 이것저것 사업에 필요한 것들을 자세히 설명해주고 당장 내일이라도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적극적인 사업 설명을 해주는 것이었다.

그런데 언니의 반응이 참 의외였다.

우선 나의 지금 답답한 상황과 마음에 대해서 깊이 들어주고는 다른 사업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여태 너무 열심히 달려와 조금은 지쳤을지 모르는 내 몸과 마음의  상태를 천천히 들여다 보고 그리고도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결정해도 늦지 않지 않을까 하고 조언해주었다.

 

언니와 나는 내가 운영하던 카페에서 바리스타와 손님으로 만났었는데, 눈으로는 정말 많은 이야기와 교감을 나누었지만 단둘이 여유롭게 앉아 진지한 대화를 나눈 적은 한 번도 없는 사이였다. 그렇게 조금은 어렵게 이야기를 꺼냈었는데 막상 언니의 대답을 듣고 나니

어쩌면 흔들리고 있는 내 마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언니에게 그런 질문을 던졌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신기하게 모모 같은 언니와 나눈 한 시간의 대화로 내 마음속 생각들이 하나씩 정리되어갔다.

예전에 카페를 운영할 때 많이 들었던 질문이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내가 지금 똑같은 질문을 하고 있었다. “사장님 카페는 어떻게 오픈해요?” “저도 나중에 퇴사하고 카페나 하나 하려 구요.”  

수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얘기들을 할 때면 나는 생각했었다. 사업이라는 게 지금 이렇게 내 모든 것을 쏟아 붙고 이 일에 미쳐도 잘할 수 있을까 말까 한데, 성공할까 말까 한데, 참, 쉽게들 이야기한다고.

 

어디에선가 읽었던 글인데 성공한 미국 사업가들이 “만약 내가 빈털터리가 되어도 할 수 있는 일이 전혀 없다면 괜찮은 네트워크 마케팅 회사를 찾아가 취직할 것이다.”라고 얘기했었다.

이 글을 처음 읽었을 땐 “아, 네트워크 마케팅 회사가 참 괜찮은 회사구나.”라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조금 더 깊이 생각해보니 아마 성공한 사업가들의 참 뜻은 지금 내가 스스로 나의 사업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면, 괜찮은 사업을 찾아 그것을 하겠다는 뜻이었던 것 같다. 왜냐면 그들은 어떤 사업을 하든 그 사업을 성공시킬 수 있고 누구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준비된 사람들일 테니까.


호주에서 커피 말고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생각했을 때 뷰티 사업이 떠올랐던 이유가 바로 저 맥락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뷰티사업 생각이 조금씩 정리가 되어 갈 때쯤 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뭘까?" 여전히 알 수 없었다.

한국에 있었다면 가족이나 친구를 찾아 상담이라도 했을 텐데 하는 답답한 마음에 책장 앞에 섰는데,

‘원띵’이라는 두 글자가 내 눈에 크게 들어왔다. 한국에서부터 책장 한켠에 늘 꽂혀 있었지만 한 번도 펴본 적 없는 책이었다. 제목은 “THE ONE THING”

“그래! 바로 이거야. 뭔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그 단 한 가지가 필요하다구!.” 하는 마음으로 책을 집어 들었다.

 

이 책은 첫 장에서부터 내게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단 하나’는 무엇인가?”라고. 그리고 나는 이 책에서 말하는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나만의 답을 찾기 시작했다.

 

THE ONE THING 책에 나오는 예)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긴 했지만 우리 기업은 아직 업계 내에서 최고의 위치는 아니었다. 나는 임원들에게 이 상황을 반전시킬 100가지 방법을 ‘브레인스토밍’ 해 보자고 했다. 목록을 만들고 다음날 그것을 열 개의 아이디어로 줄였다. 그러고 나서 거기서 단 하나의 아이디어를 골랐다. 우리가 정한 단 하나의 아이디어는 ‘우리 업계에서 최고의 성과를 올리는 방법’에 대해 내가 책을 쓰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지금 나는 어떤 상태이고 나에게는 어떤 질문을 던질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나의 질문) 시대적으로 봤을 때 나는 어린 나이에 벌써 뚜렷한 꿈을 가졌었고 그러한 꿈이 있었기에 목표를 설정하고 꿈을 위해 달려갈 수 있었다. 그리고 든든한 동반자와 지원군을 만나 한 발작씩 걸어 나갔던 것이 바로 ‘한국에서 호주식 커피 문화를 알리는 호주식 카페를 직접 운영하는 바리스타’가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거기서 멈추지 않고 사랑하는 호주라는 나라에 이민을 오는 또 다른 꿈을 꾸었고 원하는 한 가지를 바라보며 달렸던 것이 지금 나를 호주에 살게 해 주었다. 생각해 보면 바리스타와 서비스직은 나의 천직이다. 커피 만드는 일을 너무 좋아하고 무엇보다도 나와 잘 맞다. 하지만 국가대표 운동선수들을 보면 나를 보는 것 같다. 어린 나이부터 열심히 달려와 몸이 이제 은퇴 신호를 알린다. 여전히 젊고 열정이 있고 누구보다도 잘하는 이 실력을 가지고 이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단 하나는 무엇일까?

 

그래서 나도 당장 종이 한 장을 꺼내 브레인스토밍을 해보았다. 100개까진 아니더라도 20가지 방법을 브레인스토밍 해보았다.

1. 어린 나이에도 뚜렷한 꿈을 가지고 그 꿈을 이룰 수 있었던 이야기를 책으로 쓰기(바리스타가 되기 위해 호주로 간 이유?)

2. 호주 커피 관련 책 쓰기

3. 1인 바리스타 카페 관련 내용 책 쓰기

4. 캐주얼 바리스타로 일하기. 능력이 있으니 시간은 짧고 시급은 높게.

5. 매니저로 일하기. 사람관리. 서비스 경력이 있으니 가능하지 않을까.

6. 서비스 관련 다른 사업 해보기. 영업, 뷰티 사업.

7. 커피 교육 사업 하기. 동네 사람들이 여유롭게 홈 카페를 즐길 수 있게..

8. 호주 이민 관련 책 쓰기. 여행 에세이 식. 진짜 이민을 와보니 느끼는 것들.

9. 한식 쿠킹 클래스 유튜브로 만들기. 전 세계인 대상으로 Korean Food.

10. 호주 키트 판매 사이트 만들기. 한국에 많은 카페들에서 쓰고 싶어 하게끔. 아날로그적인 것들. 구성: 뉴스페이퍼, 잡지 등등. 3만 원에 세트로 구매 가능하게 키트로 만들기. 소모품이라 계속 필요함.

그리고 11,12… 20. 등등을 적어 보았다.

 

그렇게 브레인스토밍을 끝내고 나는 이 책에서 나오는 마지막 질문을 읽고 답을 찾았다.

 

THE ONE THING 책에서 나오는 질문)

인생은 질문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답인데 왜 질문에 집중해야 하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답은 질문에서 나오고, 답의 질(quality)은 질문의 질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잘못된 질문을 하면 잘못된 답을 얻고, 올바른 질문을 하면 올바른 답을 얻는다. 최대한 효과적인 질문을 던져라. 그것을 통해 얻은 답은 당신의 인생을 바꿔 놓을 것이다. 철학자 볼테르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을 대답이 아닌 질문으로 판단하라.”


Q: 당신이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일,

그것을 함으로써

다른 모든 일들을 쉽게 혹은 필요 없게 만들

바로 그 일은 무엇인가?

 


바로 지금 내가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이다. 답을 얻기 전까지는 인생에서 누구나 한 번쯤은 던질 수밖에 없는 이 질문,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 이 글을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든 당장 종이 한 장을 꺼내 들고 브레인스토밍을 해보기 바란다.

가끔은 나를 제일 잘 아는 남편도 이해할 수 없는 글을 쓰지만, 나라는 사람도 이렇게 글을 쓸 수 있게 답을 찾지 않았는가.





#에필로그

그 뒤로 저자는 풀타임 바리스타Barista에서 풀타임 쿸Cook으로 전향해 1년간 요리사로 일하며 브런치 작가로 글을 쓰기 시작한다. 그리고 지금은 브레인스토밍 4. 캐주얼 바리스타Barista로 일주일에 4일간 일하며 3일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mieun_lee



#참고문헌

Gery keller & Jay Papasan. "THE ONE THING." 비즈니스북스,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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