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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외자 Mar 02. 2019

우리가 미처 몰랐던, 영화 <항거 : 유관순 이야기>

조민호 감독/고아성, 김새벽, 김예은/105분/12세 관람가/2019년


영화 <항거 : 유관순 이야기>는 1919년 3월 1일 운동 1년 뒤

서대문형무소로 끌려간 유관순 열사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투옥 당시 유관순의 사진을 찍는 장면에서 시작되는 이 영화는

앉지도 서지도 못하는 좁디좁은 여 옥사 8호실을 보면서

그들이 얼마나 고된 시절을 보냈는지 알 수 있다.    


실제 인물의 이야기, 특히 독립운동을 위해 힘썼던 열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들의 특징은

그들이 얼마나 위대했는지, 그들이 얼마나 노력했는지, 그들이 무엇까지 버렸는지를

보여주기에 급급하지만, 이 영화 <항거 : 유관순 이야기>는 조금 다르다.




여 옥사 좁은 방에서 모두가 다 앉지 못하자 그들은 번갈아 가면서 휴식을 취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그냥 서 있으면 다리가 붓기 때문에 원을 그리며 방을 돈다.

누군가의 선창으로 시작된 아리랑은 메아리처럼 교도소 전체에 퍼져 나가고

주동자로 지목된 유관순은 고문실로 끌려간다.


유관순은 고문실에서 일본 순사들을 마주하며 극도의 공포와 두려움을 느낀다.

이 영화에서 가장 임팩트 있는 부분인데,

유관순을 연기한 고아성 배우의 눈을 통해 보이는 공포는

처음으로


‘유관순도 무서웠겠구나, 겁이 났겠구나’


를 알게 해 줬다.



어릴 적부터 유관순 열사를 알고 있었고 그녀에 관한 책도 읽었었다.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유관순 열사를 모를 리 만무하다.


하지만 필자는 단 한 번도 그녀를 우리와 같은 보통사람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냥 그녀는 독립운동을 한 열사였다.


그런 필자에게 영화 속 유관순은 두려워했고, 떨고 있었음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그녀의 공포를 영화 초반부 보게 된 필자는 영화를 보는 내내 미처 몰랐던 인간 유관순을 알게 됐다.


타 독립운동을 벌인 영화와 달리 일본인들과의 숨 막히는 싸움도

그들의 눈을 피해 도망 다니는 스릴도 이 영화에는 없다.




하지만 교도소에서 그들만의 방식으로 계속해서 진행되는 투쟁은

그 어떠한 액션과 스릴보다 더 긴장하게 했고 숨죽이게 했다.




다만 영화의 후반부 유관순 열사가 죽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부분은

유관순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아 힘이 없듯 영화도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것이 감독의 의도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녀의 죽음은 너무 갑작스럽게 다가왔고 영화도 갑작스레 끝이 나버렸다.     


그런데도 이 영화를 추천하는 이유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인간 유관순을 알 수 있게 해 준다는 점,

그리고 유관순을 연기한 고아성의 시시각각 변하는 눈빛과 태도는

진짜 유관순 열사를 짐작게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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