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지구오락실>의 한 장면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문제를 낸다.
3초 안에 맞추지 못하면 땡! (음식 도로 가져감. 얄짤 없음.)
예를 들어, '콩 심은 데 콩 나고~' 하고 제작진이 운을 띄우면
뒷부분인 '팥 심은 데 팥 난다'로 출연진이 답해야 정답이다.
나영석PD <신서유기> 류에 항상 나오는 것들이었다.
그런데 아니 글쎄
나도 모르게 "와 저걸 모르나?"라고 말해버렸다.
속담과 고사성어, 초등학교 때 배우지 않나?
그 후에도 마구마구 출연진들은 틀렸다.
해맑게 웃는 사람에게 할 말은 아니지만
속으로 그들이 조금 무식해 보였다.
근데 이어지는 장면에서
아?
망치로 맞은 것처럼 잠깐 멍해졌다.
방금 나의 생각은 취소.
속담 모르는 게 무식하다는 건.... 위험한 생각일지도?!
너무나도 나의 기준에서 본 무식이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한자라든지 고사성어, 속담을 주로 본 건 종이신문에서였다.
나는 어릴 적 아침마다 집 앞에 배달 오는 신문을 뒤져
맨 뒤에 있는 스포츠신문과 문화 란을 펼쳐 읽었다.
십자말풀이를 풀고 스포츠 기사에 있는 한자어를 독음했다.
지금은 아무도 종이 신문을 안 읽는다.
초등학생들은 코딩 수업을 듣는 시대인데.
그런 유년기를 겪은 사람에게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가 무슨 의미로 다가올 것인가
농담 삼아 얘기한 '같은 값이면 새벽배송'이 더 적확한 표현인 것이다.
충공깽...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 한국민족문화대백과 / 나무위키)
어렸을 때 배운 속담 중엔
지금 시대에 전혀 맞지 않는 것들도 있었다.
'남자는 태어나서 세 번 운다'라든가
'암탉이 울면 집안이 기운다' 같은 문장들.
이것들도 나의 머리엔 상식으로 남아있다.
아마 유년기에 무비판적으로 그냥 흡수했을 거다.
그런데도 이렇게... 나는 이런 오만한 사람.
속담으로 시작했지만 사실 하려는 말은
32살(만으로는 31...)이 되니 흠칫흠칫 놀랄 때가 있다.
난 언제나 젊은 쪽이라고 여겼는데
사실은 이미 기성세대에 많이 가까워졌고
매 순간 그들 쪽으로 끌려가고 있음을 깨닫기 때문이다.
지인이나 동료 옆에 있다보면 더 그렇다.
'요즘 세대'나 '어린애들' '후배' 어쩌고저쩌고... 하며 뭔가 평가하는 말들. 부정적 뉘앙스일 때가 많다.
속으로 '그게 왜 안 좋다는 거지?'라고 생각하지만 고개를 끄떡인다.
입을 열면 여러모로 피곤해진다.
나는 존나 젊어!! 난 스윗^30대^♥
이런 얘기를 하려는 건 전혀 아니고.
피디 일을 하고 있고 제작 욕심이 있으니까
나는 이런 마음을 쉽게 지나칠 수가 없다.
흔하디 흔한 예능의 속담 퀴즈를 보고
예전엔 그냥 낄낄거렸지만 이제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걱정하고 있는 나. (헐 나이 먹었나 봐...)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신경쓰고 느끼는 것 이상으로 기민해야 내가 원하는 걸 만들 수 있을 건데.
방송국에서 밸런스 잡기는 쉽지 않다.
일 하면서도 책을 읽고 영상을 보고 기획을 해본다.
머리가 복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