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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정환Juancho Oct 27. 2022

어쩌다 출장, 이스라엘로

PD가 맞닥뜨리는 낯선 풍경들


해외 출장을 출발 1주일 전에 알려주는 회사가 어딨냐.


여깄다.

내 회사 이야기다.

갑자기 비행기를 타게 됐다. 그것도 인천공항 국제선으로.


 어떻게 된 거냐면,


VCR를 찍는 일로 해외 촬영 일정이 하나 잡혔다고 했다. 장소는 이스라엘. 당장 일주일 후에 출발하고 체류 기간은 열흘이다. 오래 자리를 비워야 하는 일정이라,  프로그램 팀 누구도 시간을 못 뺀다고 했나 보더라. 급한 대로 회사는 외주 제작사에 SOS를 쳤고, 다행히 그쪽에서는 오케이. 하지만 그와 별개로 ‘본사 PD’가 한 명 필요했던 모양이다. 촬영 지원 겸 명목상 피디 하나.


그 하나가... 내가 된 것이다.

속된 말로 ‘땜(빵) 치게’ 된 셈.


빵꾸를 급하게 메꿔야 하는 상황, 사실 방송 쪽에선 흔하다. 항상 인력이 부족한 곳이기도 하고(특히 요새 중간 연차 피디가 정말 귀하다더라...), 실무라는 게 결국 거기서 거기인지라  경험이 있는 피디라면 내용 모르고 갑자기 중간에 투입되어도 그럭저럭 해낼 수 있다.


그 말은 곧, 본사 피디는 ‘어느 정도'만 할 줄 알면 된다는 말이다. 전반적인 제작은 외주에서 맡는다. 본사 인원은 현장에서 동행하면서 촬영만 하면 되는 것.


그래서 내가 선택됐(나보)다. 촬영 장비를 적당히 다룰 줄도 알고(아침방송 다니며 직접 핸디캠을 찍으러 다녔다), 일정 바꾸는 데에 부담도 적으며(마침 어느 팀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았다), 무엇보다 저년차라 만만하다(...). 땜빵 용으로 가장 적합한 나. 내가 봐도 그랬다.



“??? 갑자기?”


상황을 얘기했더니 현주는 칼답을 보냈다. ‘와 씨 뭐냐’ ‘ㄷㄷㄷ’ ‘근데 이스라엘 위험하지 않아?’ 등등. 소식 들은 동료나 지인들도 대신 놀래(?)주고 걱정해줬다.


이렇듯 주변 반응은 뜨거웠으나, 정작 나는 감흥이 없었다. 갑작스러운 감은 있지만 걱정된다거나 놀랍지도 않았고 ‘아, 그냥 그렇게 됐구나’ 싶었다. 별스럽지 않게.


그만큼 난 내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마 회사 문제 반, 나의 문제 반이었을 거다. 마침 난 거의 한 달간 어느 팀에도 소속되지 않은 애매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거기엔 회사가 갖는 ‘어른의 사정’이 있다고 짐작했다. 꽤 오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눈치를 봐야했다. 내색은 안 했지만. 그런 건 내가 원하는 게 아니었다. 빡세게 달리고 싶은데. 힘들지언정 실력도 쌓고 비전을 키울 텐데... 혼자 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무기력했다. 딴생각이나 했다.


그런 맥락에서 출장을 받아들였다. 달리 고사할 방도도 없었고. ‘그래, 될 대로 되라지’라는 마음이었던 것이다. 출발 전날 낮까지도 짐을 싸지 않았다. 딱히 출장에 대해 아는 게 없었음에도 이스라엘에 대해 찾아보지 않았다. 궁금하지가 않았다. 내가 선택해서 간 국가도, 여행도 아니었기에. 참나, 글쎄 이스라엘 사람들이 히브리어 쓰는지도 몰랐다.


인천공항 가는 지하철,


‘아 해외에서는 <환승연애> 못 볼 텐데’라는 생각에 아쉬웠다. 한편 회사에서 조금 나오는 출장비가 쏠쏠하겠군 싶은 생각도. 혹시나 해서 빠니보틀 이스라엘 영상을 찾아봤다. 그런데 엥? 이스라엘 물가 겁나 비싸나 보네?? 겨우 이걸로 되겠나, 출장비 너무 적은 거 아니야? ... 하는 시답지 않은 마음들.



그만큼 기대도 없었다.

텔아비브 공항에 도착할 때까지도 그랬다.


그러나 첫날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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