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엔 누가 더 잘했냐 누가 더 역겹냐는 댓글이 올라왔다. 물론 대부분은 맨스티어(뷰티풀너드) 손을 들었다. 허세와 모순 덩어리인 힙합러들 ㅉㅉ 너네가 뭔 얘기를 할 수 있겠냐는 게 주류 의견이었다. '부들'거리는 힙합 팬들의 댓글도 더러 있었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니
처음에는 별생각 없던 나도 꽤 진지해졌다.
사실은 몹시 기분이 나빴고 슬펐으며 원망스러웠다.
왜냐면 난 힙합을좋아하기때문이다.
특히 pH-1의 가사 한 문장이, 마음 쓰였다.
'근데 이제는 한번 물어볼까 대체 어디까지 허락되는 거야 풍자?'
고등학교 시절 인강으로 풍자와 해학의 차이를 배웠더랬다.
나의 국어 선생님이 말하시길, 이렇게 다르다고 했다.
풍자: 웃긴데 통쾌하다.
해학: 웃긴데 안쓰럽다.
일단 공통점은 '웃기려는 목적'이라는 거.
과장하거나 혹은 우스꽝스럽게 묘사해서웃음을 유발한다.
그럼'통쾌'와 '안쓰러움' 차이는 어디서 나오는데.
대상이다.
풍자: 웃긴데 통쾌하다. 그 대상이 ‘힘 있는 자'다.
해학: 웃긴데 안쓰럽다. 그 대상이 ‘약한 자'거나 '본인'이다.
나랏님이나 권력을 향해 있는 비꼼을 '풍자'라 하고, 자기 자신을 향한 자조를'해학'이라 한다고. 그러니까풍자와 해학은, 가진 것 없이 살던 서민들의 무기였다고. 10년이 넘었지만 그 말이 아직도 생생하다.그때부터 난, 누군가의 비꼼을 볼 때 그가 놓인 권력 구도를 먼저 짐작해 본다.
해학과 조롱 그 사이의 어딘가...
'맨스티어'가 원망스러웠던 이유가 아마 이거였나 보다.
난 괴로웠던 것이다.
100만 구독자를 모을 만큼 '힘 세진 사람'이 '약한 사람'을 살살 긁는 모습을 보는 게.
이건 풍자가 아니다. 해학도 아니고.
<나는 솔로> 출연 비연예인을 패러디하는 콘텐츠는 괜찮을까?
며칠 사이에 내 마음은 다시 차분해졌다.
여러 의견들을 접하게 됐다. 내가 느낀 감정의 원인이 뭐였는지 고민해보기도 했다. 그 결과
나의 긁힘은, 결국 '내(內)집단을 건드린 것에 대한 불쾌함'에서 비롯되었음을 인정하기로 했다.
나는 편협했다. 아마 '맨스티어' 캐릭터가 '허세 힙찔이'가 아닌 '락찔이', '오타쿠'였다면 별생각 없었을 거다. (사실 난 비슷한 결의 유투브 채널 <별놈들> 영상들을 재밌어했다. 어찌 보면 참 모순적으로.) 제삼자가 보기에 내 급발진은 과민반응인 것이다.
뷰티풀너드를 향한 원망도 거의 사라졌다.
달리 보면 그들은 뒤샹과 같다.
기성품을 전시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든, 예술 장르의 경계를 흐려놓은 창의적인 플레이어.
그들도 최선을 다해 코미디를 짠다. 이 악물고 그 가치를 깎고 싶지 않다.
어쨌든 난 '그럼에도' 힙합 음악을 계속 들을 것 같다.
힙합이 어쩌고저쩌고, 자정 작용을 하고, 어디로 가야 하고...
그런 건씬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알아서 잘할일이고, 난 내가 기억하는 좋은 모습들을 향유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