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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정환Juancho Aug 05. 2022

<터키즈>는 카메라 3개로 찍는다

뭐가 중요한데

요즘 고민이 많다.


다음 팀은 어디로 가게 될까?

그 이전에, 나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팀은 어디일까?


대부분 커리어와 미래에 대한 것이다.

아침방송 반년, 할 때는 좋은 경험이라 믿고 열심이었는데 돌아보니 걱정이 된다.

내가 선택해서 시작한 일이 아니었기에, 기회비용을 거듭 따져본다.


6개월짜리 경험은 얼마나 가치 있었을까.

어딘가에서 누군가에게 증명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일까.

되고자 했던 PD의 방향으로 내가 가고 있는 걸까.

그러려면 앞으로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야 할까.


답이 바로 나올 리가 없다.


휴가 동안 밀린 콘텐츠를 몰아보고 있다.

책과 영화. 방송국 신규 프로그램, OTT 오리지널 콘텐츠에 웹예능까지.


가장 나를 자극했던 건 <튀르키예즈(前 터키즈)온더블럭>이다.


CJ ENM '스튜디오 와플'이 만들었다.


이 15분짜리 콘텐츠는 정말 심플하다.


소품이 없다.

인서트도 없다.

편집점도 불분명하다.

종편 과정도 없어보이고.

심지어 수음도 깔끔하지 않다. 깔깔거리는 작가의 웃음소리를 (아마 일부러) 넣는다.

카메라는 3대뿐이고 (고프로를 하나 깔아두긴 한다)

'이용진+게스트+인터뷰'가 끝.


그야말로 '날것'이다. 이용진과 게스트, 토크 내용만 빼고 다 무시한다. TV 프로그램 제작 문법으로 보면 정말 많은 것을 생략하며 만들었다.


그런데 재밌다.

그리고 엄청나게 성공했다. 최고 조회 수가 700만. 일단 올리면 100만.


물론 플랫폼 특성도 있고 여기서 다 설명하기 구구절절한 연출 이야기들이 있겠지만

어쨌든 난 PD로서 고민할 수밖에 없다.


아주 근원으로 돌아가서


좋은 콘텐츠는 뭘까?

잘 만든 콘텐츠는 뭘까?

성공한 콘텐츠의 요소는 뭘까?

우선순위를 어떻게 두고 제작해야 할까?


시간은 없는데 볼 건 많은 시대 속에서


사실 나는 많이 불안하다.


내가 이 콘텐츠 씬의 중심에 있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그리고 나의 기회(뭐에 대한 기회냐고 묻는다면 설명하기 어려운)가 사라질까봐 겁난다.


현재 아주 갖춰진 환경에서 일하고 있지만.

안온한 상태에서 꽤나 좋은 대접을 받으며 벌이는 편안한 제작 속, 내 뇌와 엉덩이가 안 무거운지 되묻게 된다.


나는 뭘 그리 잘하고 있는가.

가라앉는 방송국에 뛰어든 내가.


갑자기 떠오른 노래. 술탄 오브 더 디스코 <사라지는 꿈>


여름, 쉬는 동안

장마 속 떨어지는 빗방울을 들으며

별 생각을 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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