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지훈 May 22. 2021

이석증, 이제는 말할 수 있다!

13년 전 어느 날 아침, 침대에서 일어나려는 데 천정이 빙글빙글 도는 심한 어지럼증으로 일어날 수 없었다. 처음 경험하는 지독한 어지럼증이었다. 화들짝 놀란 아내가 119를 불렀고 구급차를 타고 인근 종합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도착 후 각종 검사를 해도 원인을 찾지 못한 채 응급실에 마냥 대기 중이었는데, 뒤늦게 젊은 신경과 과장이 와서 머리를 좌우로 휙휙 돌리고 나서야 비로소 머리를 들 수 있었다. 어지럼증은 며칠 동안 계속된 후 회복되었지만, 이 병명이 이석증이라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오랫동안 즐겼던 담배를 끊는 나름 성과도 있었다.

이후 이 병을 잊고 살았다. 그동안 한 번도 발병한 적 없었다는 말. 그러다 재작년 연말. 가족들과 여행 갔다가 이석증이 재발했다. 이비인후과에서 치료를 받고 며칠 동안 고생한 후 나은 줄 알았는데, 아뿔싸 그날 이후부터 두 달에 한번, 심할 때는 한 달에 한번 꼴로 재발하는 게 아닌가?

작년 한 해 동안 초대하지도 않았는데 자주 찾아오는 이 분 때문에 너무 힘들었다. 병원치료도 효과가 없어, 이제 죽을 때까지 갖고 가야할 불치병으로 받아들이자고 생각했었다. 귀향 후 농사는 이제 포기해야하고, 더 늦으면 이제 더 이상 글쓰기도 힘들겠다는 생각에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도전해 보자 하여 어렵게 집필한 것이 지난 2월 발간한 졸저 <행복한 나라 8가지 비밀>이다(그래서인지 지나보니 부족한 이 많다).   

모든 병이 그렇지만, 이석증은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그 고통을 이해하기 힘들다. 항상 어지럼증이 있고(심한가 약한가의 차이 뿐) 특히 아침에 그 증상이 심하게 발현돼 머리 숙여 세면하기도 힘들다. 심할 때는 제대로 눕지도 못하고 의자에서 눈을 붙여야 한다(앉아서 자야 한다는 말). 가능하면 머리를 높여야 하기 때문에 경사가 높은 역류성 식도염 베개를 주문하기도 했다. 잠자다 무의식중에 머리를 돌리다 이석이 빠질 위험이 있어 똑바로 자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무의식중에 고개 돌리는 것 같아 하룻밤 사이에도 몇 번씩 바로 자세 취하다 깨어났던지... 옆으로 누울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부러웠는 지 모른다.  

이석증은 지금도 그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병인데 치료방법 단순하다. ‘이석치환술’이라는, 머리를 움직여 이석이 제자리를 찾게 하는 물리적 치료방법 뿐이다. 치료약이라 처방해 주는 것은 ‘멀미약’ 뿐이다. 이비인후과 전문병원에 가도 똑 같아 그후부터는 약국에서 멀미약을 사다 쌓아놓고, 병이 재발할 때마다 집에서 스스로 이석치환술로 자가 치료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이석치환술이 간단한 건 아니다. 심한 고통(어지럼증, 심하면 구토증세)을 참아야 한다. 문제는 이게 근본적 치료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다 인터넷으로 이석증에 관한 국내외 자료를 검색하다, 중요한 단서를 발견하게 되었다. 원인을 알아야 치유가 가능한 법인데, 이석증의 원인에 대한 글이었다. 이석증은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추정할 수 있는’ 여러 이유가 있는데,

첫째, 외부 충격에 의한 것. 우리 귀에는 달팽이관 옆에 사람의 균형을 잡아주는 전정기관이 있는데, 이 전정기관의 세포에 ‘젤라틴’ 성분과 함께 ‘칼슘’ 덩어리가 붙어있다는 것. 이 칼슘 덩어리가 바로 이석으로, 외부 충격으로 인해 젤라틴에 붙어있던 칼슘 덩어리가 떨어지면서 발병한다는 것이다.

둘째, 칼슘 부족 현상. 칼슘이 부족하게 되면 골다공증이나 골감소증으로 인해 이석이 가벼워지거나 비어있어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이석증 환자 중 골다공증 또는 골감소증 환자군이 많다는 것에 근거를 둔다.

이게 추정에 불과하지만, 이석증이 중년 여성에 주로 발병한다는 것은 정설이라 그 원인이 칼슘 부족일 수 있다는 얘기 처음 들었던 나로서는 한줄기 서광이 비추는 것 같았다. 이 원인이 사실이라면 칼슘을 보충면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된 것이다. 마침 아내가 칼슘보충제를 먹고 있는 터라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올 초부터 나도 매일 복용하기 시작했다.

올 초부터 카운트해서 지금까지 5개월이 다 되어 가는 동안 놀랍게도 이석증은 재발하지 않았다. 감사한 일이다. 귀향 후 농사를 다시 지을 수 있겠다는 희망도 다시 갖는다. 물론 아직도 아침마다 머리를 푹 숙여 세수하기는 힘들긴 하지만 심한 증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여전히 머리를 움직일 때나 충격을 받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고, 비행기를 탈 때마다 멀미약을 복용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전문가는 아니지만 분명 효과를 보고 있는 것 같다. 혹시 이석증 재발로 고통 받고 계신 분들이 계시다면 참고하시면 좋겠다. 저의 임상실험 결과이니...^^
  
# 아쉬운 것은 그렇게 자주 이석증이 재발, 이비인후과 전문병원까지 찾아갔어도 칼슘을 보충하라는 의사 선님들의 조언은 들은 바 없다는 사실이다.ㅠㅠ

# 이 병을 앓면서 부터 인간의 신체 중 매우 중요한 곳이 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중에서도 이석이라는 작은 돌(칼슘)덩어리가 얼마나 중요한 지 새삼. 이게 직립을 가능케 하는(인간이게 하는) 중요한 조건이기에 하는 말이다.


# 요즘은 비타민D도 이석증 재발을 낮춰준다는 의학적 보고를 뒤늦게 듣게 되어 '칼슘+비타민D' 보조제를 복용하고있다.^^(이후 2023년 6월 현재까지 확실한 효과를 보고 있는데, 너무 보조제에 의존하지 않는게 좋다는 체험도 했다. 칼슘 과다 복용으로 인한 부작용도 나타나, 요즘은 칼슘성분이 많은 자연식품 섭취로, 가능하면 비타민D 복용 대신 햇빛을 자주 맞는 것으로 바꾸었다. 현재 이석증 재발이 심한 사람은 당근 보조제 복용이 우선이겠지만)

작가의 이전글 유퀴즈와 헌법 10조의 아이러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