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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목수 Jan 01. 2020

기회의 땅, 인도네시아

기회의 땅 인도네시아 Report,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인도네시아에 온 지 올해로 5년 차. 그동안 NGO 활동을 하며 많은 것을 경험하고 느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그 간의 시간을 바탕으로 새해에는 인도네시아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려 한다.


 나는 NGO 활동으로 인도네시아에서 소외된 계층의 아이들에게 가구 제작 기술을 가르치는 목수다. 대학 전공은 국제정치. 어쩌다 보니 목수가 됐지만 본래 나는 국제 정세와 사회 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다. 지난해 NGO 활동에 대한 기록을 위해 시작한 브런치이지만, 올해부터는 인도네시아에 대한 이야기를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측면에서 다각도로 풀어 보려 한다. 2020년 새해 새 노트를 지금부터 시작한다!



2019년 세계 인구 순위 _ 출처 : 나무 위키

 내 친구들은 인도네시아와 인도를 헷갈려한다. 아직도 내 안부를 물을 때, '인도는 요즘 어떠니?'라고 한다. 경제력이 약한 탓에 인지도가 낮은 것은 어쩔수 없지만, 사실 인도네시아는 작은 나라가 아니다.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인구가 4번째로 많은 나라다. 1위가 중국, 2위가 인도, 3위가 미국, 그리고 4위가 바로 인도네시아다. 대략 10년 이내에 인도가 중국의 인구를 추월할 거란다. 인도와 마찬가지로 인도네시아 역시 인구 증가율이 매우 가파르고 평균 연령이 매우 젊다.(한국과는 완전 반대)


 앞으로의 세상은 과거에 비해 인구가 가진 힘이 훨씬 강력한 세상이 된다. 전 세계의 정보가 네트워크를 통해 평평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 인도는 엄청난 인구수가 가진 잠재력을 일찌감치 파악해서 자국 시장에 접근하는 외국 기업들에게 엄청난 갑질을 해대고 있다. 일례로 중국에는 페이스북이 감히 발도 못 들이고 있으며, 구글은 들어갔다가 도로 나왔다! 세계 최고의 기업 아마존은 인도에 이미 천문학적 금액을 투자했다. 그런데 인도 정부가 갑자기 마음이 바뀌어서 아마존에 규제를 왕창 걸고는 자국 온라인 마켓 플랫폼을 밀어주는 형세다. 갑질도 이런 갑질이 없다. 인도네시아는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약하여 아직 갑질에 다소 소극적이지만(?) 중국과 인도를 따라 인구 대국 갑질 대열에 곧 동참할 것이다. (사실 인도네시아 정부도 이미 갑질을 많이 하고 있긴 하다)




 사실, 인구수 보다 더 놀라운 점은 바로 이 나라의 크기다. 우리는 미국, 중국, 러시아, 캐나다, 그리고 호주의 땅덩이가 얼마나 큰지는 알지만 인도네시아의 크기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사실 관심도 없었다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나도 예전엔 인도네시아가 얼마나 큰지 몰랐으니까. (심지어 국제 정치가 전공이라 나름 국제 정세에 관심이 많았는데도 몰랐었으니 말 다했지 뭐) 인도네시아는 3개의 시간대를 가지고 있고, 동쪽 끝 파푸아 섬에서 서쪽 끝 아체 지역까지 비행기로 무려 7시간이나 걸린다. (참고로 서울에서 자카르타까지는 비행기로 약 6시간 반 거리) 인도네시아 군도는 17,000 여개의 섬(단일 국가로서 세계에서 가장 많음)으로 이루어져 있고, 동쪽으로는 태평양, 서쪽으로는 인도양의 망망대해가 펼쳐져 있다.


 잠시 인구수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인도네시아의 공식적인 인구수는 2억 6천6백만이지만, 집계에 포함되지 않은 인구가 엄청나게 많을 것이라 한다. 비공식적으로 3억은 거뜬히 넘을 거라고 한다. 17,000여 개의 크고 작은 섬 구석구석에는 아직도 수렵 채집 생활을 하는 원시 부족이 숨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인구수 집계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인도네시아 _ 출처 : 구글맵

 지도에서 붉은 선으로 표시된 부분이 인도네시아다. 대충 비교해봐도 아시아 대륙 남쪽에 붙어 있는 태국,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필리핀과 말레이시아를 합친 것보다 크기가 더 크다. 이 커다란 나라에는 각종 천연자원과, 눈부시게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이 섬 저 섬에 무수히 숨겨져 있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천연자원도 많고, 개발되지 않은 여행지도 무수히 많다.


 풍부한 천연자원 중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오일이다. 기름 한 방울 안 한국 사람이다 보니 산유국을 보면 부러운 생각이 절로 든다. 인도네시아는 산유국답게 기름값이 엄청 싸다. 휘발유 가격이 한국의 절반 수준인데, 가장 저렴한 휘발유는 리터당 대략 600원부터 시작하고, 중저가 휘발유는 700원, 중급 휘발유는 800원, 고급 휘발유는 1,000원 정도 한다. 주유소에 가면 대부분의 차와 오토바이가 중저가 라인에 줄을 서 있는데, 중급 휘발유 라인으로 차를 대면 오래 기다리지 않고 바로 주유를 할 수 있다. 한국 사람인 나는 리터당 800원도 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주로 중급 휘발유를 주유한다. (사실, 줄을 길게 서지 않아도 된다는 이유가 더 클 듯?? 아무렴 어때? 그래 봤자 800원인데!) 다음은 인도네시아 기름 가격에 대해 참고할만한 신문 기사 https://www.asiatimes.com/2019/02/article/article-fuel-prices-drive-indonesias-election-debate/ (출처: 아시아 타임스)




 많은 인구와 넓은 국토+바다 그리고 풍부한 천연자원, 그다음으로 무엇을 살펴보면 좋을까? 바로 정치다. 제 아무리 인구가 많고, 자원이 풍부해도 정치가 개판이면 그 나라는 가망이 없다. 정치학에서는 '자원의 저주'라는 말이 있다. 자원이 풍부한 나라가 되려 자원의 저주 때문에 못살게 되는 역설적인 상황을 뜻하는 말이다.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를 본 사람은 알겠지만, 아프리카에서는 값 비싼 다이아몬드를 판 돈으로 무기 사고, 그 무기로 다시 다른 다이아몬드 광산을 빼앗는 비극이 반복된다. 또 중동의 여러 국가들은 오일 머니가 넘쳐나지만 국민들은 여전히 가난하고 지금도 많은 중동 국가들은 내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동 국가들이 살기 어려운 이유는 그러니까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정치가 안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도네시아는 정치가 비교적 안정적이다. 인도네시아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동네 아이들이 연을 날리면서 즐겁게 뛰어노는 것을 보고 감상에 젖은 적이 있다. 알레드 호세이니의 ‘연을 쫓는 아이'라는 책이 문득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 책에서 연을 날리며 행복하게 뛰어놀던 아프가니스탄 아이는 내전이 발발하자 삶의 터전을 잃고 피난을 떠난다. 오늘 날 이 세계에는 살아남기 위해 고향을 떠나온 난민이 너무나도 많다. 인도네시아의 아이들은 가난하기는 하지만 정치적 억압을 받지 않고 연을 날리며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다는 것이 희망적으로 보였다. 그냥 가난한 것과, 정치가 불안정해서 가난한 것은 차이가 매우 크다. 그건 삶에 희망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비록 가난하지만 이 곳 아이들은 꿈을 펼치며 자라나서 훗날 멋지게 살아갈 가능성과 자유가 있다. 그런 점에서 나는 인도네시아의 정치적 안정성을 매우, 매우 높게 평가한다!


  현지 친구에게 인도네시아의 특징을 한 마디로 말하면 무엇이겠냐고 물어보니 복잡함이란다.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는 정말 복잡하다. 그 엄청난 혼란을 해결할 일말의 가능성 조차 없어서 도망치듯 수도 이전을 결정했다. 자카르타에 비해 인구 밀도가 낮은 지방 도시들을 가보아도 뭔가 야릇한 복잡함이 깔려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그렇다. 인도네시아는 무질서가 사회의 기본 세팅이다. 허점이 많고 정리되지 않은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이 곳 사람들은 게을러서인지 무지해서인지 웬만해선 눈 앞의 문제 조차 개선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타워 크레인의 숲 _ 출처 : https://www.flickr.com/photos/jlmaserati/2865572926/


 하지만 이러한 무질서와 허점이 누군가에겐 기회가 된다. 질서가 없는 곳에 질서를 만들고, 구멍이 숭숭 뚫린 곳의 구멍을 매우면, 그곳에는 새로운 시스템이 자리를 틀고 흥미로운 비즈니스가 만들어진다. 내가 호주에 있던 2005년, 나에게 영어를 가르쳐 주던 Mr.Ian 은 전 세계 타워 크레인의 절반이 상하이에 있다고 말한 기억이 난다. 2000년대에 들어 상하이는 미친듯한 속도로 발전하였고, 지금 상하이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대 도시 중 하나로 성장했다.


 2020년, 전 세계 타워 크레인은 인도네시아로 모여들고 있다. 혼돈의 나라이자 기회의 나라 인도네시아, 이 곳에 온 지 5년째인 이제야 진짜 인도네시아가 보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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