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의 인구에 대해 알아보자
인도네시아 인구는 약 2억 7천만으로 세계에서 4번째로 많다. 인구가 많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인도네시아에 5년째 살고 있지만 나도 아직까지 이 곳의 인구현황을 면밀히 살펴본 적이 없다. 이번 기회에 인도네시아의 인구 현황을 제대로 한 번 분석해보겠다.
인도네시아 국민의 평균 연령과 평균 수명 등을 살펴보기에 앞서, 비교를 위해 전 세계 인구 현황을 잠시 살펴보자. 세계에서 평균 연령이 가장 높은 나라는 모나코다. 그레이스 켈리가 시집간 지중해의 보석 같은 나라. 평균 연령이 다른 나라들보다 월등히 높은 53살로 1위를 달리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평균 연령이 53살이면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사람 대부분이 할아버지 할머니인 셈이다.
세계 최장수 국가 일본은 평균 연령이 높은 국가 2위에 랭크되어 있고, 노령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는 36위다. 우리나라는 현재 노령화도 문제지만 출산율이 너무 낮아서, 국민의 평균 연령이 급격히 오르고 있다. 수년 안에 평균 연령이 높은 국가 10위권 내로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평균 연령이 높은 것은 그 나라의 장기적인 경제 성장세에 악영향을 끼친다. 경제활동 인구는 줄어들고, 부양해야 할 노인들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연금 고갈 등의 문제도 있을 것이다.
전 세계 평균 연령이 30.4살인 것도 흥미롭다. 인도네시아의 평균 연령은 전 세계 평균 연령보다 조금 더 낮은 30.2살로 117위에 랭크하고 있다. 국민의 평균 연령이 높은 것이 좋은 것이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평균 연령이 높으면 경제활동의 감소와 연금 고갈 문제 등 여러 가지 현상이 복합적으로 발생된다. 그렇다고 평균 연령이 낮은 것도 마냥 좋지만은 않다. 전 세계 평균 연령 순위 표에서 아래쪽으로 내려가면 국민 평균 연령이 18살 정도밖에 안 되는 나라들도 있다. 이들 국가 대부분은 아프리카에 있는데, 아프리카의 많은 사람들이 전쟁과 기아, 에이즈 같은 전염병 때문에 대부분 늙어 보지도 못하고 죽기 때문에 평균 연령이 굉장히 낮은 것이다. 너무 안타깝다.
참고로, 인도네시아에서 독립한 동티모르는 국민 평균 연령은 18.9세로 매우 낮은 점이 특이하다.
인도네시아 국민의 평균 연령이 낮은 이유로는 높은 출산율을 들 수 있다. 인도네시아의 출산율은 2018년 기준으로 2.3명이다. 한 쌍의 부부가 2.3명의 아이를 낳는다. 한국의 출산율이 0.9% 대로 떨어진 것과 비교된다. 자카르타의 이 골목 저 골목에는 서로 어울려 뛰어노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가득하다. 한국과는 대조적으로 인도네시아는 어린아이들이 많아서 국가 전체의 평균 연령이 낮게 유지되는 편이다.
평균 연령이 낮은 또 하나의 이유로는 낮은 기대 수명을 들 수 있다. 인도네시아인의 기대수명은 71.5살이다. 여성은 73.7살, 남자는 69.4살로 역시 여성이 남성보다는 오래 산다. 다른 대부분의 나라도 여성의 수명이 남성보다 길다. 한국의 국민 기대수명은 82.8세로 세계에서 9번째 장수 국가에 랭크되어 있다. 인도네시아 사람보다 한국 사람이 대략 10년 이상 더 오래 사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70 살 되는 사람을 보면 '조금 늙으셨네요'라고 말하겠지만, 인도네시아에서 70살은 '오늘내일'하는 나이인 것이다.
높은 위생 수준과 의료 기술의 보급은 인간의 수명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한다. 인도네시아는 수만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로 특정 지역에서는 아직까지 수렵 채집 생활을 하는 종족도 있다. 위생 수준이 낮은 지역도 많고, 병원 등의 의료시설에 대한 접근성이 낮은 지역도 굉장히 많다. 병원이 없는 동네에 사는 사람은 맹장염이라도 걸리면 그대로 맹장이 부어 터져서 죽고 말 것이다. 맹장염은 비교적 간단한 수술로 치료할 수 있는 병이지만, 병원이 없으면 죽는 병이 된다. 통계에 의하면 인도네시아의 평균수명이 조금씩 올라가고 있다고는 한다. 하지만 16,000개가 넘는 인도네시아 이 섬 저 섬에 모두 병원을 짓고, 인도네시아 전역에 의료 시설을 꼼꼼하게 보급하려면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출산율과 기대수명의 증가율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추산한 인도네시아의 인구 증가율은 약 1.07%다. 지금도 인구가 많은데, 앞으로도 인구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인도네시아는 개발도상국이며, 경제 활동이 가능한 인구가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활발한 경기 움직임을 보일 것이다. 물론 경기의 움직임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지만, 인구만 놓고 보자면 인도네시아는 경기가 활발해질 수 있는 인구 분포를 보인다.
인도네시아의 지역별 인구 분포를 살펴보자. 인도네시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섬은 어디일까? 바로 자바 섬이다. 자바섬은 수도 자카르타가 있는 섬으로, 인도네시아 약 1억 5000만 명이 이 곳에 살고 있다. 인도네시아 인구의 56%에 해당하는 숫자다. 인도네시아의 총면적은 1,904,569 km²이며, 자바섬의 면적은 138,794 km² 다. 국가 면적의 약 7.3%에 해당하는 섬 하나에 전체 인구의 약 56% 가 몰려 있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수도권인 자보데타백에는 3천3백만 넘는 인구가 집중되어 있다.
메트로폴리탄 인구 순위에서 자카르타는 전 세계 3위에, 서울은 4위에 랭크되어 있다. 아래쪽으로 내려오면 16위에 중국 우한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우한은 전 세계에서 16번째로 큰 도시인데, 이번 코로나 19 바이러스 때문에 그토록 큰 도시가 통째로 봉쇄된 것이다. 정말 끔찍한 일이다.
아무튼 자카르타는 그 많은 인구에 비해 도로가 턱없이 부족하고 그나마 있는 도로도 꼬불꼬불하고 엉망이라서, 부자와 가난한 자를 막론하고 이 도시에 사는 모든 사람이 교통체증으로 고통을 받는다. 대게는 부자들이 교통체증으로 더 큰 불편을 겪는데, 차가 막혔을 때 오토바이는 차 사이로 빠져나가지만, 자동차는 그야말로 꼼짝도 못 하기 때문이다. 오토바이가 자동차 사이로 샥샥 빠져나갈 수 있다는 점은 아마도 자카르타에서 가난한 사람이 부자에 비해 유일하게 유리한 점이 아닐까? 교통체증 없이 20분 정도 걸리는 거리는 교통 체증이 생길 경우, 오토바이로는 40분, 차로는 1시간이 걸린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차는 항상 막힌다. 인도네시아 수도 이전의 주요 원인이 바로 교통체증이니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하겠나?
마지막으로 인도네시아의 종교 분포를 간단히 살펴보자. 아래의 표는 2010년 자료다. 인도네시아는 공식적인 인구조사를 10년에 한 번씩 하기 때문에, 아마도 2020년인 올해에 전국적인 인구조사가 이루어질 것이다. 그리고 나면 인구 통계에 최신 자료가 업데이트될 것이다. 아무튼 아래 표는 10년 전 자료지만, 각 종교의 비율에는 아마도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인구의 약 87.2%가 무슬림이다. 약 7%가 기독교이고, 2.9%가 가톨릭, 힌두교가 1.7%, 그리고 불교가 0.7% 정도 된다. 참고로 중국계 인도네시안, 화교들은 대부분 불교 혹은 기독교 아니면 가톨릭교이다. 그리고 발리 사람들은 대부분 힌두교를 믿는다.
위의 표에서 표시된 종교의 비율을 모두 더하면 99%가 넘는다. 인도네시아의 거의 모든 국민이 종교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종교의 자유가 있는 나라다. 그런데 웃긴 것은 종교를 가지지 않을 자유는 없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국민은 어떤 종교든지 반드시 종교를 선택해야만 한다. 인도네시아 주민등록증에는 성별, 생년월일 등과 함께 종교를 표시하게 되어 있다. 이처럼 종교를 가지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인도네시아 사람과 한국사람이 종교 얘기를 하면 서로 놀란다. 한국 사람은 인도네시아 사람이 종교를 반드시 가져야만 한다는 사실에 놀라고, 인도네시아 사람은 한국 사람 중에 무교인 사람이 많다는 사실에 놀란다. 인도네시아 사람은 종교가 없는 한국인을 만나면, '무교라고? 아니 어떻게 종교를 가지지 않을 수가 있지?'라고 생각하며 신기해한다.
항상 글을 짧고 임팩트 있게 써야지 하고 결심하지만, 오늘도 글이 길어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