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밸챌 챌린지 "데이터 삽질 끝에 UX가 보였다"를 읽고 (1)
데이터 분석가로서 프로덕트를 만들고 있다. 서너 곳의 회사를 거치면서 점차 경험과 그에 따른 역량이 쌓이면서 발견한 것은, 분석가로서의 기여는 결국 좋은 협업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분석가 개인이, 좋은 주제를 발굴하고 분석하고 제안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짜릿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실질적 가치는 PM과 유저의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과정에서, 디자이너의 피그마 디자인을 잘 살펴보는 과정에서 만들어질 때가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분석가로서 점점 연차가 쌓이면서는 분석 방법론을 심도 깊게 숙달하기보다, 함께 일하는 다른 직군들의 관점과 언어를 이해하는데 시간을 할애하고 싶어졌다. 실제로 PM의 관점을 이해하기 위해 PM들의 필독서 - 인스파이어드, 린 스타트업 등을 동료들과 읽기도 했다.
그래서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입장에서 데이터 기반 제품 개발을 다룬 책, “데이터 삽질 끝에 UX가 보였다”를 보고 반가웠다. 제품 개발 프로세스 전반에 관하여, PM의 관점에서 다룬 책들은 많았지만, 프로덕트 디자이너 입장에서 프로세스를 이야기하고 경험을 풀어내는 책은 적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데이터리안에서 현재 시점에서 참 좋은 책을 선정해주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실제로 읽으면서 느낀 것은, 저자께서 데이터로 일하기 위한 여러가지의 시도와 노력을 실제로 하시면서, 말 그대로 육수와 같은 노하우를 쌓아오셨다는 것이었다. 데이터 분석가로서, 팀이 데이터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하도록 여러가지 나름의 노하우를 시전할 수밖에 없는데, 란란님께서는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서 여러가지 한계에도 불구하고 직접 부딪히며 결국 성과를 보이신 것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실제 경험을 통해 체득한 노하우여서 그런지 머릿속에 진하게 남는 내용들도 그만큼 많았다.
먼저,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라는 지난한 목표를 함께 달성해내기 위한 동료를 확보하기 위해, 라운지를 어슬렁거리며 담소를 나눌 타이밍을 찾는다는 것이 무척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나도 사실 그랬다. 최근까지 다녔던 회사는 실험 기반 제품 개발을 하는데 서툴었고, 나는 실험 기반 제품 개발 문화를 꼭 팀에 적용하고 싶었다. 그래서 함께 변화를 만들 동료를 포섭하기 위해 여러가지 시도를 했었는데, 동료의 요청을 매우 빠르게 잘 처리하기도 했었고(훗날 나도 요청하기 위해서) 함께 따로 사담을 나눌 때도 있었다.(관계를 사전에 구축하기 위해서) 그 결과, 팀은 점차 실험 기반 제품 배포 문화에 정착해나갈 수 있었다. 참 오래걸리고 지난한 과정이었지만, 그 과정을 통해 팀의 문화를 바꾸는 것은, 혼자서는 할 수 없고 여러 시일에 걸쳐 점진적으로 나아가야 하는 일이라는 것을 느꼈다.
다음으로 인상적이었던 점은, 란란님께서 데이터/데이터 활용에 관한 스스로의 두려움을 솔직히 공개하고 이를 어떻게 타파했는지 서술하신 점이었다. 나는 업이 분석가이기도 하고, 성향상 논리와 숫자를 대하는데 익숙한 편이라, 다른 직군들이 데이터 활용에 대해 두려움을 느낄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란란님의 일화를 읽으며, 그동안 내가 함께 일했던 많은 동료들의 모습을 떠올렸다. 몇몇 동료들은 분석가가 아님에도 데이터를 매우 훌륭하게 접하고 활용했으나, 그 외 다른 동료들은 데이터를 잘 활용하지 못했었다. 지금까지는 ‘두려움’이라는 요소를 고려하지 못했지만, 앞으로는 그들이 데이터에 두려움을 갖지 않고 데이터를 온전히 도구로서 적정한 수준에서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책을 전부 다 읽지는 않았지만, 점차 뒤의 내용이 기대되는 책이다. 분석가로서 익숙한 언어와 형태로 구성되어 있지 않아 읽으면서 계속 멈칫하게 되는 부분이 있지만, 그 지점 덕분에 한번 더 새로운 관점으로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