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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아 Mar 01. 2019

치앙마이의 여러 지역 이야기

이러나 저러나 치앙마이 내에서 외국인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지역은 님만해민과 올드시티다. 두 지역 모두 다 지내본 결과, 님만해민에는 동양인이 유독 많고 올드시티에는 서양인이 대부분이다. 특히나 중국인들은 대부분 님만해민에 모여있다. 님만해민은 명실상부 치앙마이의 대표 번화가 지역답게 깨끗하고 세련된 가게들과 음식점들이 밀집되어있다. 아마 치앙마이 카페 여행이나 브런치 투어를 널리 알린 1등 공신은 님만해민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님만해민은 비유를 하자면 페인트칠 냄새가 남아있는 새 집 같은 곳이다. ‘치앙마이의 가로수길’, ‘치앙마이의 청담동’ 이라고 불린다지만 그렇다고 그 정도의 분위기는 아니다. 가로수길이나 청담동보다는 친근하고 자유로운 분위기가 남아있으니 명품거리 같은 곳을 생각하면 안된다. 그리고 서울의 가로수길처럼 프랜차이즈들이 점령해서 그렇고 그런 거리가 되버린 느낌도 아직은 없다. 하지만 확실히 치앙마이 내에서는 새 것들로 가득찬 계획도시 같은 느낌이 분명 있다. 거리를 따라 카페나 음식점이 끝도 없이 숨어있기 때문에 님만해민에 머무른다면 모든 것을 도보로 해결할 수 있다. 치앙마이 대표 쇼핑몰 중 하나인 마야몰이 바로 앞에 있기 때문에 마야몰 지하 마트나 다양한 드럭스토어, 약국, 영화관, 심지어 24시 스터디 카페까지 모든 것을 다 이용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편리한 지역이긴 하지만 그만큼 번잡하고 정신이 없다. 도로 사정이 비교적 쿨(?)한 편이어서 횡단보도는 있지만 신호등이 없거나 횡단보도도 없다. 그냥 각자 알아서 달리고, 알아서 건너는 스타일이다. 처음엔 이러다 객사하는 거 아닌가 했는데 희한하게 님만해민에서 교통사고로 죽은 사람은 아직까지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편리성을 추구하고, 가게가 깨끗하며 쾌적해야하고 어두침침한 조명보다는 밝고 명랑한 조명을 선호한다면 님만해민을 거점으로 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확실히 님만해민은 ‘외국인들을 위한 동네’ 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치앙마이의 모습이라기보다는 ‘휴식을 위해 치앙마이를 찾은 이들이 취지에 맞는 편한 투어를 할 수 있게’ 만들어진 테마파크 같은 느낌이다. 가끔은 그런 인공적인 편안함이 필요해서 일부러 찾을 때도 있는 편리한 동네인 것은 확실하다.



올드시티는 구 시가지라서 확실히 님만해민에 비해 고즈넉한 분위기가 있다. 타패게이트 주변으로 형성된 해자 안쪽의 동네를 모두 올드시티라고 부른다. 간혹 꾸질꾸질하고 침침한 분위기가 나서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이 보았다. 하지만 내 기준으로는 그 정도로 후줄근한 동네는 아니다. 구 시가지이지만 님만해민보다 더 잘 계획되어 만들어진 지역이라는 느낌이 있다. 인도도 제법 제대로 만들어져 있고, 도로 사정도 님만해민에 비해 ‘여기까지가 도로, 여기까지가 인도’ 라는 개념이 갖춰져있는 것 같다. 아무리 그래도 외국인들이 90% 이상 머무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동양인들은 님만해민의 세련되고 우아한 분위기의 밝고 탁 트인 카페나 바를 좋아하는 반면, 서양인들인 열이면 열 눈이 침침하고 토굴 같은 목조 건축물의 펍이나 바에 앉아있다. 올드시티를 걷다보면 그런 식의 빈티지한 가게들이 늘어서있는데 야외 테라스에 맥주 한 병씩 들고 앉아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서양인이다. 하얀 피부를 선호하고 타는 것에 취약한 동양인들의 경우는 어딜가도 내부에 앉는 편이고 서양인들은 아무리 뙤약볕이라도 어떻게든 밖에 앉는다. 무슨 일이 있어도 야외 테라스에 앉는 그들을 보면 가끔 웃음이 나기도 한다. 햇빛을 좋아하는 것도 있겠지만 동서양의 체질적인 차이로 그들이 햇빛을 더 많이 필요로 하게 되어있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은 있다. 하지만 나 같은 경우도 너무 뜨거운 직사광선이 아닌 이상 치앙마이에 와서는 주로 푸릇푸릇한 야외 좌석에 앉기를 선호하는 편이기는 하다.



올드시티가 아쉬운 점은 워낙 오래된 건물이 많아 전통적이고 고아한 분위기는 있지만 새로 지은 콘도나 아파트는 전무한 편이라 숙소가 많이들 낡았다는 것이다. 물론 깨끗하고 쾌적한 숙소도 있지만 희귀하기 때문에 그만큼 값이 비싸다. 님만해민 지역에는 콘도가 널리고 널렸다. 그마저도 성수기인 1월에서 2월에는 조금 구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지만.



님만해민에 머물면서 식사를 하러 종종 들렀던 산티탐 지역도 매니아층이 형성되어 있는 지역 중 하나다. 님만해민이나 올드시티처럼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동네는 아니다. 올드시티는 산티탐에 비하면 굉장히 번화한 동네라고 할 수 있다. 항상 풍문으로 들리는 치앙마이 들개떼의 악행은 대부분 산티탐 뒷골목에서 마주하기 십상이다. 그만큼 해가 지고 어둑해지면 인적도 드물고 으슥하기 일쑤다. 해가 쨍쨍한 낮에 돌아다녀도 확실히 다듬어지지 않은 현지의 야생스러운 느낌이 있다.


같은 치앙마이 안인데도 불구하고 그래서인지 산티탐은 확실히 물가가 저렴하다. 잘 찾으면 내부는 빠지지 않고 훌륭한 숙소들도 종종 숨어있다. 다만 혼자 치앙마이 살이를 할 때 숙소를 산티탐으로 잡는다면 일찍일찍 다니는게 좋을 것 같다. 식당들도 님만이나 올드시티에서는 볼 수 없는 저렴한 가격을 자랑하는데, 대부분의 식당에 영어가 아예 써있지 않은 경우도 많다. 그만큼 외국인 관광객에 친숙한 동네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산티탐의 매력에 푹 빠져버린 산티탐 매니아들이 존재하는 것이리라. 경비를 아끼면서 진짜 현지의 맛을 느껴보고 싶다면 산티탐도 고려해볼만하다.


마지막으로 소개할만한 지역은 대형 쇼핑몰인 센트럴 페스티벌이 위치한 외곽 지역이다. 이 곳은 디콘도라고 하는 대형 콘도 단지가 자리하고 있어서 외국인들에게 알려진 곳이다. 디콘도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찾아갈 일이 없는 동네라 더욱 재밌다. 센트럴 페스티벌은 님만해민의 마야몰과는 비교가 안되는 거대한 쇼핑몰이니 한 달이상 지내다 갈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방문해보길 추천한다. 쇼핑몰 5층에 위치한 식당가도 웬만하면 다 맛있는 편인데다가, 짐톰슨이나 HARNN 과 같은 태국 대표 고급 브랜드들도 입점해있다.


수영장 뒤편으로 센트럴 페스티벌의 빨간 로고가 보인다.


디콘도의 경우 외곽에 지어진 콘도라서 그런지 님만해민에 위치한 아파트 및 콘도들과는 수영장이나 부대시설의 퀄리티가 다르다. 쾌적한 여가생활을 즐기고 싶다면 한번쯤은 번화가와는 떨어진 이 곳에 머물러보는 것도 추천하는 바이다. 바로 옆에 있는 센트럴 페스티벌에서 장도 보고 식사도 할 수 있어서 편의성은 훌륭한 편이다. 그랩 택시를 불러 시내로 나가도 사실상 택시비는 그렇게 많이 나오지 않는다. 점심 시간대인 12시에서 1시나 저녁 퇴근 시간대인 5시부터 7시 사이가 아니라면 님만해민이나 올드시티 같은 시내 중심부까지 대부분 7~90 바트 안으로 가능하다.


나의 개인적인 견해가 들어가서 완전히 객관적인 판단은 불가능하겠지만, 실제로 치앙마이의 여행객들 사이에서는 님만해민과 올드타운, 싼티탐, 치앙마이 대학 근처 등의 지역이 고르게 인기가 있다. 다들 님만해민만 선호할거라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선호도를 보면 그렇지 않다. 그만큼 지역마다 각자만의 매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치앙마이에서 두 달을 지내며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점은 숙소를 여러 군데로 나눠서 묵기로 했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여간 귀찮고 번거로운 일이 아니었는데, 확실히 다양한 곳에서 지내보니 분위기 전환도 되고 치앙마이 곳곳을 몸소 체험하는 느낌이 들어서 자꾸만 이 도시에 더더욱 정이 든다. 여러 달을 지낸다면 나와 같이 치앙마이의 이 곳 저 곳을 떠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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