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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Apr 15. 2021

사진 조차 남지 않은 2005년 첫 해외여행

싸이월드의 부활만 기다려본다. 거기엔 사진이 남아있으니...



여행의 시작


  공무원 아버지 밑에서 3남매로 자라며 평범하게 자라온 나, 산소 학번 선배님들 뒤를 이어 오존학번이 된 03학번 대학생인 나는 감사하게도 국립대학교를 가게 되어 저렴한 학비 덕에 흔한 아르바이트 조차 안 하고 대학교 1, 2학년을 보냈다. 그러던 대학교 3학년 어느 날 롯*** 알바 모집 광고를 보고는 '대학생의 로망은 알바지'라며 롯*** 걸이 되었다.

  그 당시 예쁘기로 유명한 한양대 롯***걸 남상미 님과는 정 반대로 나는 알바 복지로 나오는 롯데리아 한 끼 지원을 쏠쏠히 즐기다 2달 만에 체중 10킬로 증가라는 엄청난 흑역사도 함께했다. 무튼 평범하디 평범한 대학생 알바 롯****걸에게 어느 날 고등학교 친구가 연락이 왔다.





"우리 같이 태국 여행 가지 않을래?"




  우리 가족은 어릴 적부터 매 주말이면 빠짐없이 여행을 다녔다. 여행이라기 보단 나들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그런 여행이다. 즉, 그냥 집 밖으로 나왔다.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 3남매가 집에 있으면 계속 싸우고 집만 어지르니 참다못한 우리 부모님의 현명하신 선택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키워 주신 덕분에 나는 주말이던 평일이던 집 밖 공기를 쐬지 않으면 생머리가 아픈, 그런 여행을 사랑하는 여자로 자라게 되었다.



  우리 가족은 내가 22살 대학교 3학년(2005)이 되기까지는 단 한 번도 다 같이 해외여행을 가본 적이 없었다. 아니 각자로도 말이다.


  지금이야 해외로도 여행 많이 다닌 나지만 그때 친구에게 태국 여행이란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정말 만감이 교차했다. 우와! 드디어 해외에 가보게 되는 건가? 정말 내가 여권을 가지고 대한민국 밖을 구경하고 오는 것인가? 너무 흥분되고 너무 좋았지만 또 너무 떨렸다.


과연 내가 갈 수 있을까?


  여행을 앞두고는 여러 가지 걱정이 있다.  번째는 여행 경비이다. 대학생에게 여행 경비란 정말  돈이다. 거기에다가 해외라니, 비행기 표를 사야 하는 해외여행이라니, 그런데  친구의 여행 유혹 타이밍은 너무 좋았다. 다행히 나의 수중에는   동안 열심히 뱃살과 함께 모은 햄버거 머니가 있지 않은가.


  이제 두 번째 걱정이다. 그것은 바로 여행 스케줄을 빼는 것이다. 아니 무슨 시간 많은 대학생이 무슨 걱정이냐고, 대학생은 자고로 돈이 없어 여행 못 가지 시간 없어 여행 못 가는 포지션은 아니었을 텐데...하지만 그때 나에겐 정말로 큰 고민이었다. 해외를 한 번도 안 가본 나를 과연 부모님이 허락은 해주실까? 앗, 그리고 알바 스케줄은 어떻게 조정하지? 9박 10일이나 갈 건데..... 너무 가고 싶지만 그 당시 나에게 넘어야 할 큰 산이 2개였다. 부모님과 롯*** 사장님의 허락 말이다.

  지금 생각해 보니 여행 한 번 가면서 어른께 양해를 구해야 할 상황에 당황하는 22살 어린 내가 참 어리고 귀엽다. 대학생, 다 큰 줄 알았겠지만 아직 애였구먼.




  일단, 첫 번째 우리 부모님은 해외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내가 친구랑 둘이서 간다면 허락을 해주지 않으실 것 같았다. 그래서 고등학교 친구 2명을 더 넣어서 4명이 간다고 거짓말을 했다. 이렇게 간단하게(아니 정직하지 못하게) 첫 번째 허락은 받았다. 이제 롯*** 사장님의 허락을 받아야 할 시간이다. 하지만 3박 5일도 아니고 9박 10일을 비우려니, 그리고 우리 친 부모님이 아닌 어른이시다 보니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자꾸 타이밍을 놓치며 말 못 하고 퇴근한 날이 며칠이었다. 더 이상 이야기를 미루다 가는 무단결근을 해야 될 지경이었다. 그런데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 며칠 사이에 우리 롯*** 지점이 문을 닫게 된 것이다. 사장님께서 감사하게도 일방적인 통보가 아닌 아르바이트생 한 명 한 명 불러 상황 설명을 해주셨다. 하지만 철없던 나는 그때 사장님께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사장님께 며칠 빠져야 한다는 불편한 이야기를 하지 않고 맘 편히 여행 갈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기뻐했던 거 같다. 어이구, 그때 나 정말 못났고 어렸구나.





첫 비행기를 탄 감동의 순간, 맛있는 음식, 멋진 풍경, 이런 건 적지 않을 거다.

왜냐 이건 B-side 여행이니까,,







처음인데 생각보다 순조롭네




  내 고등학교 친구와 나는 9박 10일의 여행을 하며 총 3개의 나라를 여행하기로 했다. 대만(타이베이), 태국(방콕-파타야) 그리고 캄보디아(씨엠립). 그리고 우리는 겁 없이 패키지가 아닌 자유여행을 선택했다. 그건 아마 패키지가 비싸서였던 것 같다. 그리고 지금 글을 쓰다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너무 오래되어서 잊고 있었는데 우리는 숙소마저도 정하지 않고 떠났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밖에서 잔 적 없었으니(앗, 하루 공항에서 노숙한 건 빼도 되겠죠?;;) 숙소도 정하지 않고 떠났다는 걸 까맣게 잊고 있었다. 대학생의 패기 참 귀엽고도 멋지다.




  대만에서는 크게 B-side 여행이라고 할 만한 순간은 없었다. 친구 덕분에 너무 순조롭게 여행을 잘 다녔다. 스탑오버로 1박 2일밖에 안 들린 대만이었지만 우리는 타이베이 구경에 기차까지 타고 넘어가 야류까지 구경을 다 했을 정도이다. 그리고 고등학교 시절 드라마 '황제의 딸'에 폭 빠져 있던 나의 더듬거리는 중국어 실력으로 대만 버스 아저씨와 대화까지 나눌 정도로 대만 여행은 성공적이었다. 대만에서의 B-side 기억은 그 당시 특유의 대만 향기가 대만 공항부터 나더니 모든 음식과 음료에서 계속 우리를 따라다녀 음식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 점 딱 하나이다. 아직도 기억나는 스누피 카페에 너무 예쁜 스누피 와플에서도 그 향기가 베어 나와 사진만 찍고 먹지는 못한 게 아직도 기억이 난다. 그 와플 정말 예뻤었는데,,,




  대만에서 여행에 대한 자신감을 잔뜩 채운 우리는 태국 공항에서 많이 당황했다. 아마도 버스를 타러 가야 하는 데 생각만큼 잘 찾아지지 않았던 것 같다. 친구와 두리번두리번거리다가 혼자 온 한국 여자 여행객에게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그리고 정확히 어찌 된 영문인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 우리는 그 이후로 셋이 같이 여행을 다니게 되었다. 줄무늬 티와 모자와 뽀얀 얼굴은 아직도 기억이 나는데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는 그 언니, 아마 그 언니도 태국 공황에서 많이 당황했었나 보다.




  이렇게 둘에서 셋이 된 우리는 다시 순조롭게 카오산 로드에서 숙소도 흥정해서 잘 구하고, 맛난 바나나 로띠도 먹고, 특유의 태국 바지도 사 입고, 비싼 백화점 구경도 다녀왔다. 여행 별거 없네, 태국 공항에서 잠시 쫄았던 우리는 다시 여행 자신감이 차올랐다.

  앗, 아니다! 나는 잠시 자신감이 떨어지는 순간이 있었다. 우리 때는 해외여행이라는 말 보다 배낭여행이라는 말이 더 입에 붙어있었다. 물론 우리는 캐리어를 들고 떠났지만 말이다. 그래서 나는 어디서 잘못 들은 건지 내가 혼자 오해를 한 건지, 배낭여행 갈 때는 버릴 만한 옷을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뭐 돌아올 때 짐도 줄일 겸, 여행도 편하게 할 겸, 이래서 다들(도대체 누가) 그런가 보다 생각하면서 내가 아끼지 않는 옷들로 여행가방을 싸서 갔다. 그런데 나의 예상과 다르게 우리는 대만에서 방콕에서 너무 번화가를 돌아다녔다. 그리고  나는 후회했다. 당장 버려도 아깝지 않을 옷들만 챙겨 온 것을 말이다. 생각보다 여행객 포함 주의 사람들(심지어 나의 친구도)은 다들 너무 예쁘고 뽀송했고, 나만 혼자 구리고 땀에 절어 있었다. 그리고 나의 아르바이트비는 여유가 많이 없었기에  싸간 옷들을 후회한 들 예쁜 옷을 새로 사기도 어려운 지갑 사정이었다. 나는 계속 구린 모습으로 여행할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이다. 갑자기 사진처럼 떠오르는 기억을 더듬어 보니 머리는 그때 최고 유행 샤기컷이었다. 워후, 사진이 안 남아 있는 게 조금은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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