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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래하는얼룩말 Jun 14. 2022

엄마는 아침에 시간이 없어

엄마는 아침에 시간이 없어



드자마자 물 한 컵 벌컥벌컥 마시고는 앞치마를 맨다. 

앞치마가 영 어색한 사람이었으나, 한번 습관 들인 게 이제 앞치마가 없으면 주방일을 볼 수가 없다. 

그래도, 내 작은 사치를 하겠다고 조금 값비싼 예쁜 앞치마를 마련하니 뭔가 기분이 좋다. 


애들 먹일 간단한 토스트를 한다. 

아침부터 밥과 국, 한식을 준비할 자신이 없어 간단히 요기할 수 있는 것을 준비하는데, 

매일 잠들기 전, 내일은 뭘 먹여야지 하며 잠에 든다. 


문제는, 아이들이다. 

나를 닮아 아침잠이 많은 아이들은 아무리 불러도 도통 움직이질 못한다. 

"진우야, 진영아 일어나 아침이야" 

 나는 움직이는 내내 저 대사를 달고 산다. 


이젠 너무 많이 불러 젖히니 자장가로 들리나? 할 정도로 움직임이 없다. 

"엄마 소리 지르기 싫어, 소리 지를 거 같아." 

반 협박을 일삼고, 또 실제도 행동으로 옮긴 후에야 비로소 눈을 비비며 일어난다. 

어릴 때는 그렇게 깨우면 울기도 하더니 

'더 자고 싶은데 으아아아앙' 

이젠 좀 컸다고 힘들지만 일어난다. 


그런 아이들을 칭찬해 줄 해도 없이 나는 또 쏘아붙인다. 

"빨리 일어나 , 아침에 엄마 시간 없잖아."

나는 이미 세수를 끝냈다. 

내게 식탁에 앉아 아침식사를 하는 것은 사치다. 

"얼른 먹어, 빨리빨리"

거울을 보며 화장을 한다. 퍼프 얼굴을 톡톡 두드린다.


외출복으로 갈아입다 아직도 식탁에 앉아 비몽사몽 정신 못 차리는 아이들이 눈에 띈다. 

안쓰럽다는 생각이 일 겨를도 없다. 

"엄마 뭐라 했니? 얼른 냥냥 (입에 넣고 씹으라는 소리를 낸다)" 

그제야 꼬물꼬물 움직인다. 

"엄마 아침에 바빠"

그러면서 아이들이 유치원으로 가져갈 물병을 챙긴다. 


나의 입과 손 발은 놀지를 않는다. 

계속해서 움직이고 계속해서 말한다. 

그제야 깨닫는다. 

아이들이 아침에 일어나 말 한마디 없었다는 것을 

늦었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애들 곁으로 가 

"우리 진우, 우리 진영이 잘 잤니?" 하며 늦은 아침 인사를 건넨다. 


그래도 엄마 아침에 시간 없긴 해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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