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앞에 서서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헤어라인 쪽에 보기 싫게 한 두 가닥씩 나던 새치머리는 영역을 확장했는지
이제는 옆머리에도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안되겠다 싶은 나는 머리를 틀어 머리카락을 이쪽으로도 넘겨보고, 저쪽으로도 넘겨 찾기 시작했다.
군데군데 숨어 있는 새치머리가 빼꼼 보인다.
안 되겠다. 뽑아야겠다!
뽑으면 흰머리카락이 점점 는다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지금 당장은 중요한 게 아니었다.
내 눈에서 가득가득 보이는 흰머리를 제거하는 게 가장 중요했다.
거울에 더 바짝 다가간다.
숨어있는 흰머리를 찾아내기 위함이다.
꾸역꾸역 불편한 자세를 취해가며 찾는다.
절대로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오른쪽 검지에 새치머리를 두어 번 휙휙 휘감고는 한 번에 탁! 하고 뽑아낸다.
같은 행동을 몇 번 반복했다.
뽑아낼 때마다 따끔거렸다. 그 느낌이 나쁘지는 않았다.
뭔가 내 몸에서 불필요한 것을 시원히 떼어내는 느낌이었다.
한참 작업을 하고 나니,
내 눈앞에는 열몇 가닥의 흰머리카락이 장렬히 전사해 있었다.
내 눈에 잘 띄지 않는 위치에 것만 뽑아 재꼈는데도 이 정도니, 다 뽑으면 난리 나겠다 싶었다.
피할 수 없는 걸 아는데도 나는 자꾸 나이 듦에 대해 부정하고, 밀어내고 있었다.
흰머리를 보면 이제 내 젊음은 저물어 간다는 생각을 한다. 괜히 서럽다.
이 한두 가닥의 흰머리가 내 머리 전체를 에워 쌀 때 나는 세월에 졌다고 생각할 것이다.
아직 흰머리는 내게 달갑지 않은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