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빨래하는얼룩말 Jan 18. 2024

새치머리

새치가 나이 듦의 흔적이라면

     

거울 앞에 서서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헤어라인 쪽에 보기 싫게 한 두 가닥씩 나던 새치머리는 영역을 확장했는지

이제는 옆머리에도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안되겠다 싶은 나는 머리를 틀어 머리카락을 이쪽으로도 넘겨보고, 저쪽으로도 넘겨 찾기 시작했다.

군데군데 숨어 있는 새치머리가 빼꼼 보인다.

안 되겠다. 뽑아야겠다!

뽑으면 흰머리카락이 점점 는다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지금 당장은 중요한 게 아니었다.

내 눈에서 가득가득 보이는 흰머리를 제거하는 게 가장 중요했다.

    

거울에 더 바짝 다가간다.

숨어있는 흰머리를 찾아내기 위함이다.  

꾸역꾸역 불편한 자세를 취해가며 찾는다.

절대로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오른쪽 검지에 새치머리를 두어 번 휙휙 휘감고는 한 번에 탁! 하고 뽑아낸다.

같은 행동을 몇 번 반복했다.

뽑아낼 때마다 따끔거렸다. 그 느낌이 나쁘지는 않았다.

뭔가 내 몸에서 불필요한 것을 시원히 떼어내는 느낌이었다.      

한참 작업을 하고 나니,

내 눈앞에는 열몇 가닥의 흰머리카락이 장렬히 전사해 있었다.

내 눈에 잘 띄지 않는 위치에 것만 뽑아 재꼈는데도 이 정도니, 다 뽑으면 난리 나겠다 싶었다.


피할 수 없는 걸 아는데도 나는 자꾸 나이 듦에 대해 부정하고, 밀어내고 있었다.

흰머리를 보면 이제 내 젊음은 저물어 간다는 생각을 한다. 괜히 서럽다.

이 한두 가닥의 흰머리가 내 머리 전체를 에워 쌀 때 나는 세월에 졌다고 생각할 것이다.

     

아직 흰머리는 내게 달갑지 않은 존재다.

매거진의 이전글 왜 기분이 나아지지 않는걸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