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쳐간 옷깃들(가제)
"구속의 상징이자 불화의 씨앗."
커플링을 두고 내가 했던 말이었다. 반지는 하지 않았어도 옷을 맞춘다거나 다른 아이템을 맞춘다거나 하는 등 커플 아이템은 했었지만 딱 하나, 그 누구와도 반지만은 하지 않았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커플링을 두고 싸우는 걸 너무 많이 보기도 했고, 기본적으로 내가 반지를 계속 끼고 있지를 못하는 성격인 것도 한몫을 했다.
걸리적거리는 걸 싫어해서 집중할 때는 손목에 찬 시계까지 풀어버리고, 반지도 다 빼고 있는데 다시 끼는 걸 까먹기라도 해봐... 심지어 그 상태로 나가서 놀았다면? 불화의 씨앗이지, 뭐.
아무튼 이랬던 나도 반쯤 커플링의 성격을 가진 걸 해본 적이 있기는 하다.
딱 한 번.
키보드를 칠 때 손목에 걸리적거리는 것이 싫어서 팔찌는 선호하지 않고, 목에 걸리적거리는 것이 싫어서 목걸이를 계속 차고 다닐 수 있게 된 것도 몇 년이 되지 않았다.
그나마 끼고 다니고, 좋아했던 것은 반지인데 냅다 공방에 혼자 가서 만들겠다고 하려니 괜히 양심에 찔리는 순간.
사실 선뜻 너에게 같이 가자고 말할 수 있었던 건 디자인 자체가 커플링스럽지 않았기 때문이다. 듣는 너는 무슨 생각을 했을지 모르지만 나는 애초에 이 반지를 약지가 아닌 검지에 끼겠다고 못을 박기도 했다.
그래도 같은 디자인이기는 해서 헤어지고 나니까 애착도 사라지더라. 지금은 그 반지를 가지고 있지 않다. 버렸으니까.
문득 반지는 기껏 맞춰놓고 검지에 끼겠다고 하고, 실컷 커플티를 사놓고 너를 만나지 않을 때, 심지어는 그걸 잠옷으로 입는 날 보면서 무슨 감정이었을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진심이 아니었던 적은 없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