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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영 Apr 04. 2024

신발끈 묶어주면 로맨틱한거였어?

스쳐간 옷깃들(가제)



'신발끈을 묶어준다.'는 행위는 이해는 잘 가지 않지만 굉장히 로맨틱한 행동으로 여겨지는 것 같다.

그러니까 <태양의 후예>에서 송중기가 무릎을 꿇고 송혜교의 운동화끈을 묶어주는 장면에서 다들 탄성을 질렀다고 했겠지.


안타깝게도 우리집 세 여자는 그 장면이 대체 왜 로맨틱한 것인지 이해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야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아니 태어나는 순간부터 나는 늘 아빠가 신발끈을 묶어주셨고, 심지어 본가에 가서 신발을 벗어두고 다시 신으려고 하면 이미 깔끔하게 묶어져있다.


어렸을 때부터 운동화를 새로 사면 집에 와서 아빠가 신발끈을 묶어주는 것이 너무 당연해서 나이가 서른을 넘은 지금도 신발끈을 제대로 묶지 못한다.


아무튼 남이 묶어주는 것에 너무 익숙하고 남자친구들이 묶어줄 타이밍이 생기기도 전에 이미 우리 아빠가 묶어버린 뒤였으므로.


본가에서 나와 살기 시작한 뒤로는 다른 사람들이 신발끈을 묶어줄 기회가 많았는데 하필 또 주변에 좋은 사람들밖에 없어서 크록스 지비츠까지 장갑을 끼고 끼워주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는 탓에 몰랐지.


시간이 좀 지나고 나서야 '신발끈을 묶어준다.'는 행동이 굉장히 로맨틱하게 여겨진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다들 그렇게 뿌듯해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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