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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미소 Nov 26. 2020

욕을 먹어야 사는 남자

빌려준 돈을 쉽게 받을 수 있는 방법 5가지

        사무실 현관문이 열리며 우락부락한 인상의 아저씨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습니다. 



"야 이! 강아지 엄마 아들아! 니가 그럴수가 있어? 응 콱 **** 이리 와바!" 



모니터를 바라보며 워드 작업을 하고 있던 저는 눈이 똥그래져서 고개를 들었습니다. 우락부락 아저씨의 분위기에 억눌려서 차마 일어나지는 못하고 말이지요. 법률사무소의 사무장으로 근무한지 며칠 지나지 않은 날 '강아지', '열여덟'을 목청 터져라 외치는 고객님을 만나니 은근 무서웠어요.  


"무슨 일이시죠?"  


"아니 당신 변호사요? 이런 강아지 엄마 아들이 돈을 안 주는데 어떻게 콱! 해버려도 되나?"  

"이런 C" 


여러분 모기소리 들어보셨나요?  

"저는 변호사는 아니고 사무장인데요..." (전 이야기 하면서도 들리더라고요 모기소리)  





험악한 인상의 고객님은 금전소비대차공증을 하려고 온 채권자였습니다. 돈을 빌려간 채무자의 멱살을 잡고 저희 사무실에 오면서 채무자에게 마구 욕을 하며 입장하셨던 것이지요. 일전에도 공증한 후 채무자가 돈을 변제하지 않아 강제집행하려고 사무실에 방문하였단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믿기진 않지만 그 때는 (혼자 오셨는데) 얌전하셨다고 해요. 동료 직원은 '저분이 비록 보이는 것은 험악해 보여도 착한 사람이고 돈을 빌려 주고 못 받아 열 받아서 그럴 것'이라고 귀뜸해주었습니다. 


얼마 후 그 분이 다시 오셨어요. 혼자 오셔서 채무자 재산에 대한 강제집행 방법을 물어보셨습니다. 엄청 순한 말투로 물어보시는데 이 분이 울그락 불그락 핏대를 세우며 욕을 했던 그분이 맞는지 의아할 정도였어요. 


반전 매력 고객님은 시장에서 정육점을 운영합니다. 젊은 나이에 정말 힘들게 고생했고, 지금의 가게를 운영하기까지는 피눈물 나게 노력했다고 하였어요. 그래서 직원으로 일하는 젊은 친구들이 정육 일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하면 모든 노하우를 알려주고 가게를 차리는 것도 도와주는 멋진 사장님이랍니다. 


더 나아가 돈까지 빌려 주게 되었던 것이죠. 동생 같은 마음에 철석같이 믿고 돈을 빌려 준 직원이 돈을 갚지 않자 공증사무실에 데리고 온 것이었답니다. 이런 사장님의 속마음과 사실 관계를 들으니 첫 만남에서의 상황이 이해되더군요. 




좋은 의도로 돈을 빌려주더라도 못 받는 상황이 되면 민사소송을 하여야 하기에 쉽게 변제받을 수 있는 방법을 고객님께 알려 드렸습니다. 


1. 부동산에 근저당설정을 한다. 

채무자 명의 또는 채무자 부모 명의, 제삼자의 명의 부동산를 담보로 받습니다. 만약 채무자가 변제기(돈을 갚아야 하는 날)에 갚지 않는다면 이를 경매신청할 수 있습니다.  


2. 전세보증금에 질권설정 또는 채권양도수계약을 체결합니다.

채무자 명의 또는 제삼자 명의 전세보증금에 대하여 질권설정 내지 채권양도양수계약을 하면 됩니다.  


3. 금전소비대차공증을 한다

공증사무실에서 금전소비대차공증을 하면서 연대보증인을 세웁니다. 이때 연대보증인은 재산이 있어 확인이 가능한 사람이어야 합니다. 

금전소비대차 공정증서는 금전을 빌린 사람이 금전에 대해 반환을 이행할 것을 약속하는 것을 말하며, 그 약속에 대한 계약을 금전소비대차계약 공정증서라고 불린다. 이를 공증인이 중간에서 내용의 법률적 위반사항, 무효 따위가 없는지 등의 조사를 통해 공정하게 문서화하는 것이 금전소비대차 공정증서가 된다 <네이버 지식백과사전 참고>.


4. 채무자가 직접 차용증을 작성하게 합니다.  

차용금액, 이자, 변제기 등을 기재합니다. 이때 채무자 인감도장 날인 하고 인감증명서 첨부합니다.  


5. 채무자의 은행계자로 이체하면서 메모에 차용금, 이자를 기록합니다. 

문자 등으로 변제기와 변제방법에 대하여 증거로 남겨두어야 합니다.  


다섯 가지 방법 중에서 제일 좋은 방법은 1번과 2번입니다. 민사소송을 하지 않고 바로 강제집행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3번은 채무자와 연대보증인의 재산을 알아야 강제집행이 가능합니다.  


4번과 5번은 추천하는 방법은 아닙니다. 실제로 돈을 받기 위해서는 민사소송을 제기하여 판결문을 받아야 하고 그 후 채무자명의 재산에 강제집행을 해야 합니다.  






법률사무소를 찾아오시는 분들은 웃으면서 들어오지 않습니다. 근심과 걱정이 많은 상황이기에 웃을 수가 없으시죠. 물론 고객들에게 희망적이고 밝은 이야기만 해드릴 수는 없습니다. 


매정하게 들리더라도 가장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대안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사무장의 역할입니다. 그래도 저는 고객의 이야기를 듣고 최선의 방법을 제시해 드립니다. 그때서야 고객님들은 미소를 보여주십니다. 


"매일 욕을 먹으며 사는 사무장은 이 맛에 오늘도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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