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를 생리라 말하지 못하고.. 논샘팬티, 너 진짜 이름이 뭐니?
"이거 개발하신 분 천국 가실 거예요. 전 환경을 생각해서 20대 중반부터 현재 30대 후반까지 기저귀 천을 썼는데 얼룩 지우는 게 제일 힘들었거든요. 이건 비누 묻혀 놓았다 비비면 바로 없어지고 세탁 편하고 착용감 편해요. 생리의 불편함에서 해방되었어요. 여성분들 고민하지 마시고 일단 써보세요. 환경도 나의 건강도 윈윈, 웰빙!!"
얼마 전, 천국행 티켓을 발급받았다. 생리팬티 덕분에 천국 가는 날이 올 줄이야 하하. 사람들은 단색이 혁신적인 아이템을 만들어서 승승장구했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누적 판매 25만 장을 이루기까지 한 계단 한 계단 오를 때마다 좌절과 실패를 반복했다.
2017년 4월, 생리팬티 개발에 착수한 지 한 달째에 중대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생리팬티는 생리대에 속하기 때문에 식품의약안전처에 속하고, 공산품이 아닌 의약외품으로 분류된다는 것이다.
공산품이 아닌 의약외품인 게 문제가 되나요?
아주 많이. 우선 기존 속옷이나 위생팬티, 기저귀, 요실금 팬티 등은 공산품으로 분류가 되기 때문에 제조만 하면 판매가 되지만 의약외품인 생리팬티를 만들고 팔기 위해서는 공장 허가를 받고 생리팬티 제품 허가도 받아야만 "생리"라는 단어를 사용해서 판매할 수가 있다.
2017년 당시에는 생리컵도 허가를 못 받아 국내 업체들이 제조 판매를 할 수 없고, 소비자들은 해외 직구를 해야만 하는 시기였다. 그나마 생리컵은 국내 인지도가 늘어나 식약처에서 새로운 생리대로 허가를 검토 중인 단계였지만, 생리팬티는 오직 단색만이 시도하고 있었다.
매출 0원의 이제 시작하는 스타트업이 식약처의 높은 문을 두드리면... 언제쯤 문이 열리려나...
설상가상으로 생리팬티는 기존에 품목조차 등록되어 있지 않아서 허가 품목부터 새로 등록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식약처에서 원하는 요건대로 임상실험부터 진행하고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최소 2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었고, 현재 생리팬티를 원하는 소비자가 없기 때문에 통과 자체가 힘들 수 있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일주일이 넘는 고민 끝에 허가는 허가대로 진행하고 우선 '위생팬티'로 판매를 시작해보자고 결정했다. 물론 '생리'라는 단어를 쓰지 못하게 되면서 이게 도대체 뭐하는 팬티인지 무수한 문의를 받을 테고, 애매모호한 표현으로 광고 효과도 없겠지만 그래도 여성에게 꼭 필요하고 원하고 있는 제품일 것이라는 믿음으로 제품 제작을 시작했다.
제품 판매가 개시되고 한참 지난 2021년 7월, 드디어 아-기다리고 기다리던 생리팬티 허가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어쩌다 3년 6개월이나 걸린 걸까?
1. 맨 처음 언급했던 2년이라는 시간은 단 한 번의 거절이나 실패 없이 바로바로 착착착 진행되었을 때의 시간이었다.
2. 기존에 생리팬티에 대한 허가 품목조차 지정되어 있지 않던 터라 명확한 기준 자체가 없다 보니 확인하고 검토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식약처가 요청하는 자료를 증빙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시간이 소모..
3. 2020년 초부터 발발된 코로나 사태로 인해 마스크의 의약외품 허가와 관리에 식약처 업무가 포화됐다. (그렇게 생리팬티는 저-멀리 밀리고 밀려..)
이러한 사유들과 제조공장 설립과 생리팬티 흡수 원단이 바뀔 때마다의 신규 허가 신청, 그리고 의약외품 생리팬티 허가 전문가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점들로 인해 3년이 넘는 시간이 들었다. 중간중간 허가를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단색 하면 컴포트에어(논샘팬티)였고 애초의 우리의 시작이 "생리팬티로 세상을 구하자"는 거였으니깐.
<예고편>
단색, 생리팬티 개발일지 #3
부제: 컴포트에어만의 흡수 원단을 찾아라
누군가는 "팬티에 무슨 기술이 들어갔겠냐?"라고 하지만 4년간 단색의 행보 속에는 기능 좋은 생리팬티를 위한 꿈과 노력이 담겨있다. 현재 월등한 기술력으로 생리팬티 시장에서 다른 제품들과 차별화를 내고 있지만, 단색의 궁극적인 목표는 많은 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장벽을 낮추는 것이다. 초경하는 친구들에게 생리팬티가 첫 번째 선택지가 되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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