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색 브랜딩일지 #2 모델 선정 과정기
1편 먼저 보고 오기 https://brunch.co.kr/@dansaek/76
아주 상세하게 페르소나를 정했고, 이단색 씨를 염두에 두고 마케팅 전략도 짜고 상세페이지도 구성하고 이벤트도 진행했는데....
이상하게 내부적으로도 외부적으로도 생각이 하나로 모인다!는 느낌을 못 받았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이게 맞나?’하는 생각이 떠다녔고, 고객들은 브랜딩 회의를 하는지 페르소나를 정했는지 그 과정을 알 수도 차이를 느끼지도 못했다..
그래서 후속 회의를 통해 모두가 진심으로 동의하는 핵심만 모았다.
좋아하는 아티스트 취향까지 세세하게 골랐던 이전 회의와 달리, 이번에는 엑기스만 모아놓고 각자 머릿속에 추상적으로 그려지는 이미지를 실존인물에 대입해보기로 했다.
그러니까 ‘단색’하면 떠오를 만한, 단색과 잘 어울리는 연예인을 찾아보기로 한 것이다.
당장은 연예인 모델을 쓸 돈이 없었지만,
상상은 해볼 수 있지 않은가?
언젠가 쓰게 될 수도 있고,
꼭 쓰지 않더라도 페르소나를 대변하는 연예인을 정하고 나면 그 사람을 통해서 단색이 어떤 방향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전개해야 할지 힌트를 얻을 수도 있으니까.
물론 고객 리뷰를 통해서도 아이디어를 많이 얻지만, 리뷰는 이미 단색에 만족한 고객들의 이야기를 듣는 창구이다보니 한쪽 방향으로 쏠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있는 페르소나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잠재 고객들을 설득할 힌트를 얻을 수 있겠다 싶기도 했고:)
다만, 네 가지 핵심 성향은 관념적이다 보니 보다 객관적인 기준을 세웠다.
단색 연예인 페르소나 기준
- 모녀
: 딸을 위해 단색을 창업했다는 이야기와 이어질 수 있게, 모녀 관계가 있으면 좋겠다.
- 건강한 삶 실천
: 단색의 미션과 가치인 ‘모든 여성이 쉽게 건강해지는 세상’에 동감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할 수 있을 정도로 단색과 가치관이 부합하고,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 환경에 대한 관심
: ‘생리팬티’라는 아이템 자체가 텀블러처럼 태생적인 번거로움을 갖고 있다보니 편리함보다는 환경, 편안함, 미래를 중시하는 사람이면 좋겠다.
수많은 후보가 있었지만, 그 중 가장 높은 일치성을 보인 연예인은 바로 ‘야노시호 & 추사랑’ 모녀였다.
한국 사람들이 모녀 이름을 다 알 정도로 유명하기도 하고, 시호 님이 본인을 ‘Wellness Advocate’로 소개할만큼 건강한 삶에 관심이 있고, 자연 속 요가를 즐기는 채식주의자이기까지...!
이렇게 단색의 연예인 페르소나까지 정해두고, 열일하던 어느 날…! 상상만 하던 연예인 모델을 직접 경험해볼 수 있는 기회가 왔다.
바로 단색이 20억 규모의 시리즈 A 투자 유치에 성공한 것!
그런데 막상 진짜 연예인을 모델로 쓸 수 있는 순간이 오니까, 욕심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모델 찾기 과정의 중심이 ‘연예인’에 맞춰지면서, 단색과 어울리는 모델로 시너지를 내자는 의견과 기왕 큰 돈 쓰는 거 아예 반대되는 모델로 이슈를 만들어보자는 의견이 대립했다.
단색 자체가 ‘편안함’을 표방하다보니 송곳 같은 자극점은 없어서 모델도 같은 결로 정한다면 묻힐 수 있다는 의견도 일리가 있어 고민이 깊었는데…
이럴수록 처음으로 돌아가야지... 단색이 왜 처음에 브랜딩 회의를 시작했나, 미션과 비전을 정하고, 페르소나를 정교화할 때 고객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나.
궁극적으로 단색이 모델을 통해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아토피로 고생해본 엄마가 딸을 위한 속옷을 만들었다”는 창업 스토리의 연장선에서 ‘3대가 입을 수 있는 편안한 건강함’이기에 야노시호&추사랑 모녀로 확정 땅땅!
아마 단색의 존재를 처음 들어봤을 것 같은데, 과연 단색의 모델 제의에 수락해줄까? 하는 고민이 무색하게 긍정적인 반응이 돌아왔다.
단색 홈페이지를 직접 들어와서 제품들을 살펴보니 편안한 것은 물론, 자신의 가치관과도 잘 맞는 것 같다며 흔쾌히 단색의 뮤즈가 되어주었다:)
오늘부로 단색 모델 하겠습니다-
도장 쾅쾅
찍으면 할 일 끝날 줄 알았는데…
할 일이 더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