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31
2020년의 마지막 날이다.
페이스북 피드에 한 해를 마무리 하는 글들이 올라온다. 나 역시 기록의 의미로 매년 짧게든 길게든 뭔가를 썼다.오늘은 예년과는 좀 다른 기분이네. 새로운 것들에 대해선 내일, 또 내일 찬찬히 쓰기로 한다.
2020년은 무엇으로 기억될까
맨 앞에는 코로나가 설 수 밖에 없겠지...
하지 못하게 된 일들과 새롭게 하게 된 일들이 뒤섞였다. 그럼에도 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하려고 했다.
핸드폰 사진첩에서 지난 1년을 훑어보니 그래도 거리에 서 있는 날들이 많았다. 각종 캠페인들과 기자회견들. 특히 준비만 하고, 휴가를 가느라 실제 참석은 못했지만 '집회금지 행정명령 취소를 촉구하며 안산시에 항의했던 기자회견'이 기억에 남는다. 여전히 그 명령은 풀리지 않았다. 코로나를 핑계로 광장을 봉쇄한 행정에 화가 난다. 관에서 하는 행사는 100명도 모여서 했으면서 집회만 안 된다는 무논리. 광장이 절실하기 때문에 방역수칙 또한 자발적으로 잘 지키려고 했지만 소용 없다. 그들에게 시민은 누구일까.
우리 사회의 모순이 무엇인지 더 극명하게 드러난 나날들이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비대면, 언택트라는 말들은 여전히 대면해서 더 빡세게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가렸다. 폭발적 택배 물량으로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돌아가셨나. 촘촘하게 앉아 일할 수 밖에 없는 콜센터 노동자들은 또 어떻고. 기후위기가 심각하다지만 코로나로 플라스틱, 스티로폼 쓰레기는 더 많아졌다. '방역이 먼저'라는 말로 노력없이 다 허용되고 말았다.
올해 가장 피로했던 건 '윤석열vs추미애' 뉴스를 보는 일이었다. 어딜 틀어도 거의 이 얘기 뿐인 것만 같았다. '검찰개혁'이라는 구호를 들었다고 다 동의할 수는 없었다. 검찰개혁은 매우 중요하지만 어느 한 쪽을 쳐내는 방식으로 될 수는 없다. 그런 방식 자체가 적폐 아닌가. 그들만의 리그처럼 보여지는 싸움도 싫었지만 여전히 반성없는 저열한 언론들에 완전 질렸다.
그 와중에 노숙과 단식으로 싸우는 이들의 목소리는 안타깝게도 잘 들리지 않았다. 여전히 길 위에서 싸우고 있는 이들이 있다. 올해가 간다고 해서 싸움이 끝나지는 않는다. 어제에서 오늘로, 오늘에서 내일로 계속 이어질 뿐이다. 제발 민주당은 겉만 번지르르한 법 통과시켰다고 자화자찬 하지말고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라.
개인적으로는 좀 선명해진 것 같다.
내가 걷는 길에 대한 그림, 함께 하는 사람들에 대한 사랑,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의 기준 같은 것들이.
건강하고 싶다는 열망이 강해졌다.
2년전부터 다리가 아프기 시작했고, 아토피도 심해졌다. 둘 다 스트레스가 원인이라는데 스트레스는 영원히 안 사라질 것 같은데 어쩌지. 6개월 정도 고기를 먹지 않았고, 요가도 시작했다. 비록 9월부터 스트레스를 핑계로 고기를 다시 먹기 시작하고 말았지만 그래도 꽤 오랜 기간의 노력을 나름 칭찬하고 싶다. 속초에서의 한 달 휴가 동안 매일 요가원에 갔고, 하루 두끼 집밥을 먹었다. 다시 돌아와서 요가원에 열심히 가리라 다짐했건만 2.5단계로 몇주째 휴원중이다.
화도 많아졌지만 사랑이 더 많아졌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행이다. 위기를 이겨낼 힘을 채웠으니까.
내년의 다짐은 내일하는 것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