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쓰는 하루
12월31일부터 시작된 사무실 연휴의 마지막 날이다. 할 일이 있었지만 6일간 일은 진짜 1도 안했다. 쉴 땐 그냥 아무 생각 안하고 쉬는 게 좋다. 늘 긴 연휴를 앞두면 뭔가 계획을 세우지만 정작 연휴를 보내는 동안엔 “아 그거 해야하는데…”라고 말하기만 할 뿐 실제로 한 적이 거의 없다. 연휴를 끝내고 복귀하면 어떻게든 부랴부랴 끝낸다. 그러니까 쉴 땐 그냥 쉬면 된다.
6일 동안 하루 두끼 샐러드 먹기를 했다. 주문을 하면 3일에 한번씩 샐러드 6개를 배달해 준다. 중간에 하루 후배네 집에 놀러 가서 과식(보쌈+족발)을 했지만 샐러드는 남김없이 다 먹었고, 체중에도 변화가 생겼다. 근데 다신 주문하지 않을 생각이다. 플라스틱에, 스티로폼에 아주 그냥 환경오염 유발자가 따로 없다. 당분간은 풀이 좀 지겨울 것 같다. 내일은 같이 사는 친구랑 저녁에 월남쌈과 쌀국수를 해먹기로 했다. 아 빨리 와라 시간아.
넷플릭스 퀸스갬빗과 스위트홈을 봤다. 어릴 때 체스를 둔 적이 있는데 왜 바둑이나 장기가 아니라 체스였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스위트홈 막바지에선 좀 많이 울었다. 현수에게 뒤늦게라도 “못난 어른이라 미안해. 괜찮아. 니 잘못이 아니야”라고 말해주는 어른들이 있어서 고마웠다. 십년전 영화 <파수꾼>을 봤을 때랑 비슷한 마음이랄까. 공감해주는 단 한명이 없어서 죽음을 택할수밖에 없었던 사람들.
마지막 장을 남기고 해를 넘겼다가 1월 1일날 다 읽은 <갈라진 마음들>은 2021년의 첫 책이 아니라 2020년에 읽은 마지막책으로 하려고 한다. 그래야 지난해 읽은 책이 25권으로 마무리 된다. 늘 50권을 목표하지만 절반 언저리에 멈추고 많다. <갈라진 마음들>은 2020년의 베스트 책이다. 2019년은 <선량한 차별주의자>, 2018년은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2017년은 <페미니즘의 도전>이었다. 2020년에 읽은 책 중 기억에 남는 건 <사는 것은 싸우는 것이다,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서, 경찰관속으로, 복자에게, 연년세세, 딸에 대하여> 등이다. 간만에 소설책을 많이 봤다. 읽고 싶어 잔뜩 사놓고 해를 넘긴 책들이 많다. 2021년의 첫 책은 정세랑의 <시선으로부터>다.
내일부터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루틴이 만들어지는 시간들이길 바라며 오늘의 30분은 여기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