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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소영 Aug 03. 2021

힘 빼세요

너의작업실 매일글쓰기 2

요가원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열려있고, 오전 10:00, 오후 6:20, 7:40, 9:00 하루에 4번의 수업이 있다. 원하는 수업을 골라서 미리 투표하고 참여한다. 요가원에는 원장님과 A쌤, B쌤 총 세 분의 선생님이 계신다. 나는 주로 A쌤 수업을 듣는다. 세심하게 봐주기도 하고, 매번 수업에 새로운 시퀀스를 준비해오는 걸 보면서 요가를 정말 사랑하는구나 싶다. 힐링테라피, 빈야사, 하타 등 다른 수업에 비해 내가 따라하기에 비교적 수월한 수업이어서가 사실은 제일 큰 이유다. 물론 그것도 따라하기가 버겁지만 말이다.  


B쌤은 주로 필라테스, 플라잉 수업을 하셔서 나랑은 인연이 없었다. 화요일 밤 9시에 아쉬탕가 수업을 하셔서 지난주에 처음 참여했다. 간만에 땀을 엄청 흘렸고, 안 되는 동작 따라 하느라 며칠 아팠다. 오늘은 다시 화요일, 또 9시 아쉬탕가 수업을 들었다. B쌤 수업은 늘 똑같은 순서로 진행된다. 새로운 동작은 거의 없다. 아쉬탕가가 원래 세트가 짜여져 있기 때문이기도 할테고 내가 느끼기에 B쌤은 기본에 충실한 편인 것 같다. 근데 그게 또 매력이 있다. 매번 똑같은 순서로 진행하니까 지난주의 나와 이번주의 나를 비교할 수 있다. 화요일 밤 9시 아쉬탕가는 앞으로도 놓치지 않을 생각이다.


오늘도  다운독에  발바닥은 땅에 닫지 않았다. 수리야나마스(태양경배자세) A세트 5, B세트 3번을 하고 나서야 겨우 바닥에 닿았다. 나의 다운독은 언제쯤 제대로 나오려나. 계속하는 수밖에. 수업이 뒤로 갈수록 내가 아예 따라하지 못하는 동작들이 나왔다. 엉거주춤 따라하다 몇번이나 중심을 잃었다. 마흔이 넘어 요가를 시작해서 다행이란 생각을 많이 한다. 어릴  나였으면 못하는 동작이 나오면 ‘ 나랑 요가는  맞는거 같다하고 그만뒀을거다. 30대를 지나오면서 일하는 과정에서  좌절과  기쁨을 번갈아 반복하면서 마음의 근육이 많이 생겼다. 그러고나서 요가를 시작하니  뻣뻣함과 땡김이 언젠가는 부드러워진다는 , 그러나 내가 반복해서 수련하지 않는다면 절대 부드러워지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그래서 넘어져도 부끄럽지 않다. 이럴  내가 진짜 어른이   같아 흡족하다.


요가쌤은 다운독을 하고 있을 때 반복적으로 “어깨에 힘 푸세요. 편안하게 툭 목을 떨구세요”라고 말한다. 몸에는 힘을 빼고 손바닥, 발바닥으로 땅을 지지해야하는데 아직도 나는 몸에 힘이 많이 들어간다. 뺀다고 빼는데 그게 정확히 어떤건지 아직 잘 모르는 것 같다. 수업을 마치고 신발을 신는데 요가쌤이 “손목 안 아프세요?”라고 묻는다. 갑작스러운 물음에 “안 아프지 않은 것 같아요”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다. 아프다는 말을. 어깨와 손목에 힘이 많이 들어가 있다고 했다. 역시나 보셨구나. 한동안 다리가 아파 한의원에 다녔을 때도 의사쌤이 평소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에 긴장이 들어가고 너무 힘을 줘서 순환이 잘 안되고 있다고. 그래서 아픈거라고 했다. 요가를 하면서도, 가만히 앉아 있다가도 문득 내가 몸에 힘을 주고 있다는 걸 느낀다. 그럴때면 힘을 빼려고 하긴 하는데 잘 안된다. 계속 연습하는 수밖에. 자연스럽게 힘이 빠질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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