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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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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라 Dec 31. 2021

빛발처럼 떠나갈 사람들아

올해가 이런 마지막이라 다행이다.

어머니는 언젠가 나에게 말하길 언젠가 떠나갈 이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말라고 하셨다. 누구든 떠나가기에, 심지어 당신도 떠나갈 날이 있을거라며 익숙해지지 않겠지만 마음을 주어선 안된다고 하셨다.


그건 아마 작은 삼촌이 암으로 돌아가실 때였을 것이다. 나는 멍하니 삼촌이 들어가계신 관을 바라봤다. 항암치료로 인해 고통스러워 하시던 얼굴 보다 편히 눈을 감으신 모습이 더 나아보이기도 했다. 혀가 말려들어가는 고통, 흐려진 삼촌의 눈동자, 무언가 타는 듯한 냄새.


삼촌은 영영 볼 수 없지만, 그의 마지막이 조금은 편안해 보였기에 나는 그 고통을 짐작할 수 없지만 고통스러워 하시던 모습보다는 낫다고 생각했다. 


따스하게 팔 위에 걸쳐진 빛발이 점점 사라져 가는 와중에 나는 주문처럼 그 내용을 상기시키며 남아있는 온기를 조금이나마 품고 있었다. 온기는 남아있지만 이제 더 이상없는 볼 수 없는 사람이 떠오른다. 우리 막내 삼촌, 또는 영영 볼 수 없는 '남'이 되어버린 사람들. 




가령 우리는 한결같이 사랑을 하게 될거야라고 바람처럼 이야기 하던 것들. 평생을 함께하자는 말 등, 이제는 소설에서나 중얼거리던 말들이 원망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이럴거면 차라리 말해주지나 말지. 하지만 그런 것을 바라기에 사람들은 영원한 사랑에 다시 기대감을 품고 사랑에 빠지더라. 



그건 아둔한 게 아니야. 새로운 기대감을 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니까. 그리고 다시 원망하는 일도 자연스러운 거란다.



내일의 빛이 오늘의 빛과 다르듯, 사랑은 항상 다르기에 우리를 감싸주는 빛에 따라 변화를 하는거야. 그렇기에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거지. 다만 이제 눈물을 적시는 것보다 내 몸에 쌓인 기억을 녹여먹는거야. 오랫동안 녹여먹으며 사랑한 기억을 떠올리며 겨울을 즐기고, 다가올 봄날에 춤추자. 오더라도, 오지 않아도 잘 살아갈 수 있지. 그럼. 우리 엄마가 나를 기다리듯 말이야.


가끔씩은 이런 내가 사랑스러워질 때가 있다. 그 감정이지. 빛발처럼 다가올 빛에 온기를 기대하고, 떠나갈 빛을 잠시 떠올리는 감정과 같아.




빛발:  내어 뻗치는 빛의 줄기. 빛 에너지가 전파되는 경로를 나타내는 다발들의 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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