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아침이었다. 긴 터널을 나와 주위를 둘러보니, 온 세상은 모두 설국이었다는 가와바타 야스나리 소설의 첫 문장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비였다면 적어도 미끄럽진 않았을텐데 하는 걱정과는 반대로 태가 나지 않는 들뜸도 찾아왔다.
날씨는 최고 2도, 최저 영하 2도. 어제보다는 훨씬 춥다는 생각이 들어 오늘은 한 겹을 더 입기로 하고 얇은 목도리를 했는데, 하고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상냥한 추위는 얼마든지 반가워.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실 수 있게 만든다면 찾아오라면 찾아오라지.
11월인데 언제까지 덥냐고 했던 게 (사전적 의미로) 엊그제 였는데, 갑자기 찾아온 겨울에 머리가 적응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결국 겨울이 왔다. 눈이 푹푹 나렸고, 나귀는 응앙응앙 우는 계절이 온 것이다.
늘 오고 일 년에 한 번 쯤은 볼 수 있는 눈. 조금의 귀찮음과 조금의 짜증, 하지만 어제와 같던 오늘을 조금 변주시킬 변화를 경험하는 사람들이 많았을 거야. 같은 하루가 조금은 다른 하루가 되어 아마 내심 설렘으로 가득 찼을 거야. 저도 모르게 캐롤을 검색하고 있을 거야.
검정물이 되어 질척이든 얼어버리든, 흰 백색으로 세상을 뒤엎든 나는 이 변화를 반가워 하는구나.
생각할 거리를 주는 백색이 좋았고, 출근 시간에 조금 더 바깥을 보게 된는 이유는 흰 눈이 왔다는 사실 때문이다. 내일이든 언제든 녹을 수 있지만 그 순간이 좋아서 이렇게 글을 적는 걸 보면 너무 심각하게 부유하기보다 어디든지 좋은 보노보노의 상태가 좋을 지도
어제 기상예보는 오늘 비라고 했는데, 겨우 비가 눈이 되었다고 괜히 카메라를 켜게 만들까. 우산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나는 눈을 다 맞기도 했다. 그게 더 신이 나니까.
https://www.youtube.com/watch?v=QLrmP9GBd3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