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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라 Dec 11. 2024

틴트 테러와 불행의 빈도 줄이기

며칠 전 지하철로 퇴근 중이었다. 철도파업으로 인해 가뜩이나 인산인해였던 지하철이 콩나물시루였다.

이제 어쩔 수 없다는듯 적응을 하고 조금의 빈틈을 찾아 몸을 비집고, 유튜브를 킨 후 닭장에서의 환각상태를 만끽하려 했다


여담으로 유튜브 쇼츠는 좋은 발명품이라 생각한다. 적어도 지하철에서 만큼은 고통을 잊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데. 이젠 멍하게 쇼츠 보는 사람들이 시간 낭비라 생각하지 않는다. 각자의 방식으로 고통을 잠시 잊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 


본론으로 돌아와 나는 그렇게 비좁은 틈을 찾았고, 앞에는 여성이 있었다. 자신의 영역에 내가 들어왔다는 듯, 불쾌한 시선이 느껴졌다. 다 알고 있었지만 잠시 지나면 얼굴조차 희미해져 불쾌함도 희미해지길 바라며, 모른 척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그 사실을 출퇴근 하는 사람들이 알리 없으니 더 채우고, 더더 채워가니 서로의 불쾌감도 채워져가고, 여성의 눈초리도 불쾌함이 역력하게 드러났다.


그런 불쾌함에 나도 동화가 될 때 쯤 자리가 나기 시작했고, 나도 나쁜 기억으로 남고 싶지 않아 가려던 운동을 하러 갔다.


운동을 하려고 겉옷을 벗었는데 왠 붉은 흔적이 등 쪽에 있었다. 새빨간 색이 처음엔 누군가 코피를 흘렸나 생각했는데 질감과 바른 흔적을 보니 틴트였다. 면봉 끝 같은 재질로 신경질적으로 문지른 흔적이 느껴졌다.

우발성 보단, 고의성이 느껴지는 틴트의 문지름. 그 여성일 확률이 높았다.


뜨거운 피가 솟는 걸 느꼈지만 우선 운동을 했고, 아무 생각이 들지 않을 때 쯤 그 일의 의미를 다시 생각했다. 


왜 그 사람은 불행함을 느꼈을까? 나는 왜 거기에 물든 걸까. 그 마음으로 내가 누군가에게 전이를 시킨다면 그건 불행의 연쇄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방법은 명확해졌다. 운동을 끝낸 후 옷에 치약을 묻혀 틴트를 지웠다(치약은 어지간한 얼룩들을 지우는 데에 탁월하다)


불행하지 않을 권리를 하나 찾은 기분과, 아끼는 옷을 다루는 법을 하나 더 알게 됐다. 문상훈 씨가 말한 건데(이것도 쇼츠를 통해 알게 되었다) 만원 이나 하는 양말이 아니라 치킨 하나를 자신에게 사준다는 마음으로 맘에 드는 양말을 사면 신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행복의 빈도를 높이면 된다고 하지만, 역으로 불행의 빈도를 낮추는 것도 그 행복에 도움 주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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