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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를 다스리는 법을 터득하기

평생 노력해야 하는 운명

by 권사부

나는 태생적으로 화가 많은 사람이다. 유전적인 영향도 있겠지만, 내가 자란 환경도 한몫했을 것이다. 서울의 할렘이라 불리는 연신내에서 자라면서, 강한 기질 없이는 살아남기 어려웠다. 거리의 언어, 거리의 감정이 몸에 배었고, 욱하는 성질과 불 같은 성향은 내 삶을 갉아먹었다. 그나마 심리학과 철학을 공부하면서 조금씩 화를 다스리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세네카의 화 다스리기부터 시작해, 명상도 해보고, 여러 방법을 시도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예전처럼 쉽게 폭발하지 않게 됐다. 그래도 가끔은 내가 화를 다스리는 건지, 그냥 참아내고 있는 건지 헷갈릴 때가 있다.


한때는 화가 치밀면 무작정 달렸다. 그 화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기 때문에, 심박수가 180을 넘고 치아까지 흔들릴 정도가 되어야 겨우 가라앉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사라진 게 아니라 그냥 까먹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몸은 솔직했다. 그렇게 몇 년을 살다 보니 피로가 쌓이고, 몸이 망가지는 걸 느꼈다. 화를 이렇게 다루는 건 해결책이 아니었다.


그러던 작년에 하나님을 만났다. 기도를 하면서 많은 화를 내려놓았고,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얼마나 연약한지 깨달았다. 내 분노가 내 힘으로 다스릴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인정하는 순간, 오히려 편해졌다.

1740063031312.jpg?type=w773 요가하는 나의 모습


그리고 최근에는 요가가 나에게 또 다른 길을 열어주었다. 요가를 하면, 화가 솟구치는 순간에도 조용한 고요함이 그 감정을 삼켜버리는 기분이 든다. 달리기는 화를 태워 없애는 느낌이라면, 요가는 그 화를 어딘가로 흘려보내는 느낌이다. 숨을 깊이 들이쉬고, 천천히 내쉬는 사이에 감정의 파도가 조금씩 잦아든다. 화를 억누르는 게 아니라, 그 감정 자체가 조용히 사라지는 경험. 신기하게도, 요가를 하고 나면 싸울 기운조차 없어질 때가 많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진정시키는 가장 큰 힘은 사랑하는 가족과 파트너와의 대화에서 온다. 화를 억누르기보다, 믿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게 가장 큰 위안이 된다. 아무리 욱하는 기질이 있어도, 결국 내게 가장 중요한 건 함께하는 사람들이다.


화는 여전히 올라오지만, 이제는 조금 더 지혜롭게 흘려보낼 수 있게 됐다. 아마도, 평생 연습해야 할 기술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예전처럼 거리에서 미친 듯이 뛰면서 치아가 흔들릴 일은 없으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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