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irfield Porter
Fairfield Porter 1907-1975
Winnetka, IL 출신
20세기 추상표현주의의 유행을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화풍을 추구하다가 생의 말년에야 인정을 받았던 화가이다. '자신만의'라는 표현을 쓰니 이 시대에 유일한 구상화 작가인 것 같지만 1960-70년대 초에 사실적으로 그리는 화풍을 추구하는 contemporary realism이라는 북미권의 스타일이 있었다. 여기에 Philip Pearlstein, Alex Katz, Jack Beal, Neil Welliver 등의 작가가 속해있다.
여러 양상의 예술가가 있다. 피카소처럼 어려서부터 천재로 두각을 드러낸 사람, 천재이면서 광기에 휩싸인 불행한 예술가, 착실히 스펙을 쌓은 안정적인 작가, 기획력이 뛰어나고 비즈니스 감각이 탁월해서 거의 기업가 같은 아티스트, 시적이고 잔잔한 작업을 하며 그에 맞는 규모의 삶을 영위하는 사람도 있고...
포터는 또 다른 스타일의 작가로서, 부동산 부자에 지적으로도 엘리트 집안에서 태어났다. 금전 감각이 뛰어난 것도 부족해서 집안에 예술적 재능이 흐르는지 아버지는 건축가이고 형은 사진작가였다. 형은 하버드에서 의학을 전공하고 부업으로 사진작가를 했고, 포터 자신도 공부에 크게 뜻이 없었다면서 형을 따라 하버드에 들어갔다. 그는 작품을 제작하는 것 뿐 아니라 출판물을 꽤 낸 경력이 있는 미술비평가로도 명성이 높았다. 이쯤 되면 너무 부러워지는 사기 캐릭터인데... 어쩌면 그의 이런 배경 때문에 추상표현주의라는 당대의 유행을 등지고도 안정적인 작업을 할 수 있었는지 모른다.
포터의 작품에는 그의 삶 그 자체였을 것 같은 전원의 풍족하고 한가로운 일상이 담겨있다. 어떤 음산함, 서늘함, 절박함도 담겨져 있지 않고 사회적인 메시지 또한 없다. 그렇다한들 그게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고, 구상 자체의 직관적인 아름다움에 푹 빠질 수 있어서 좋았다. 그가 그려낸 이 놀랍도록 완벽한 세계는 오차 없는 정교한 손길로 진공캡슐 속에 담아둔 것 같다. 너무 가까이 들어가서 흠을 찾기에는 멈칫하게 되는, 따뜻하지도 차갑지도 않은 타인의 삶을 관조하는 평온한 매혹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