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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ma Sage Jun 01. 2021

한승혜 작가의 <다정한 무관심>을 읽고


승혜님의 글을 좋아한다.

   

웃음이 빵 터지는 일상의 이야기부터 신문에 기고하는 칼럼까지, 그의 글은 단정한 용감함으로 똘똘 뭉쳐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어떠한 사안을 들여다볼 때에 입체적이고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는다. 그것은 ‘다정한 무관심’의 거리 때문.      


나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아름다운 거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의 일처럼 공감하고 한순간 화르륵 불타오른 뒤끝에는 흉터만이 남는다. 그 공감은 과연 타인을 생각한 공감이었을까? 아니면 나의 이익에 유리하게 형성된, 편향된 가치관이 작동해서 튀어나와버린 감정이 배설에 지나지 않았을까?     


sns를 하며 읽었던 글이었는데, 이렇게 책으로 정리를 해서 나온 버전이 더 알차게 느껴졌다. 많은 부분 동의하고 공감하면서 읽었는데, 확 와닿았던 부분은 용맹하게도 자기소개를 ‘주부’라고 했던 것, 그리고 위악보다 위선이 낫다는 글이었다.


 번의 모임에서 자기소개할 때에 ‘주부라는 직함을 붙이면 주변의 공기가 싸해지는 경험을 했었다.  누구보다 사랑하고 중요한 존재인 엄마/아내에게 주부라는 자리를 내어주고는 막상 ‘에서는 가장 낮은 위치로 인식한다는 것을 (그들은 부정하겠지만) 온몸으로 느꼈다.  압도적인 분위기에 짓눌려서  자신조차 스스로를 부정하는 여혐을 하고 말았으니 말이다.


그랬는데!


승혜님은 당당하게, 한편으로는 무심한 듯이 주부라는 타이틀을 선택했던 것에 왠지 모를 짜릿함까지 느껴졌다.  사람의 정체성은 하나의 직함으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목소리를 내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이 ‘주부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줘서, 의미 있는 행위가 아니었나 싶다.


위악보다 위선이 낫다는 글은 이 책의 거의 끝부분에 있으니 쭉 읽어보시면···.


나의 아이가 이 책을 읽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의 생각과 톤이 같은 글을 접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지금은 아니더라도 가까운 미래에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지?! 그리고 지금껏 놀라운 기세로 글을 써낸 작가의 다음 글도 설레는 마음으로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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