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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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라의 치유하는 글쓰기 안내서
/ 그래도봄
글쓴이는 치유를 목적으로 하는 글쓰기 프로그램을 오랜 기간 운영해왔다. 글쓰기 안내자로, 마음 칼럼니스트로, 심리상담자로 살아온 삶의 여정이 이 책을 촘촘히 채우고 있다. 책을 읽은 것만으로도 치유하는 글쓰기를 체험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는 작가의 서문에서와 같이, 읽는 내내 쓰기 과정을 함께 한 느낌이 들었다. 분명 방법을 세세히 알려주는 글이기도 하나, 한편으로는 마음 깊은 곳까지 털어놓은 상담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것은 아마도 오랜 기간의 경험으로 다져진 안정감이 글에 배어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상담가로서 치유를 위해 글을 쓰는 이들의 노력을 지켜보며 응원하는 시선 또한 오롯이 담겨 있다.
인덱스 스티커를 더덕더덕 붙일 만큼 공감이 가는 구절이 많았다. 나 자신이 치유하는 글쓰기를 그동안 써오고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내가 글을 쓰며 겪었던 어려운 점, 극복하고 싶고, 심적 고통을 느꼈던 지점들을 많은 다른 사람들도 비슷하게 겪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글쓰기에서 과속방지턱에 걸리는 것처럼 부딪히는 순간을 어떻게 넘어서야 할지 나아갈 방향과 방법을 제시해준 것이 고맙기까지 했다. (그러니 뭔가를 쓰기 전에 읽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나의 경우에는 굳이 치유하는 글쓰기를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쓰면서 마음을 다스리고,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성찰하고, 성장하는 기분이 들 때가 있었다. 그런 효용에도 불구하고 매번 글을 쓸 때마다 이런 이야기를 해도 좋을까 하는 회의가 수도 없이 들었고, 타인의 비난에 대한 염려를 하곤 했다. ‘내 고통은 고통도 아니지 않을까. 나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있는 사람들은 의연하게 잘 사는 것 같은데 나는 왜 이리 허덕일까. 이런 내 모습을 드러내면 남들이 뭐라고 할까.’ 그런 비난의 목소리와 수치심을 극복하는 것이 참 어려웠다. 이 책을 읽으며 얻은 가장 소중한 선물은 글쓰기를 방해하는 내면의 비판자를 좀 무시해도 된다는 허락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인상 깊었던 문장은,
가끔은 세상을 구원하는 구원자보다 자기 한 몸을 살아내는 생존자가 더 위대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p.199)
이 책의 짝꿍으로 『모든 날 모든 순간, 내 마음의 기록법』이라는 책도 같이 출간되었다. 여기에서는 치유하는 글쓰기의 방법을 매뉴얼로 제시한다. 막상 글을 쓰려니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를 분들에게 어떤 식으로 글과 생각을 키워나가야 할지 순서대로 따라가는 길을 알려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