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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벌 치어리더 Aug 01. 2015

원숭이, 그리고 영숙이

크라비 휴가의 비싼 레슨 , 태국

2년전 왔었던 크라비는 비수기에 매일 같이 비가 왔었는데, 2년 후 다시 찾은 비수기의 크라비에도 매일 같이 비가 왔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 '비치'의 배경이 되었었다는 것은 절대 몰랐었다. 그곳으로 향하는 태국의 피피섬 조그만 모터 보트에는 유럽사람들이 한가득 실려있었고 한 동양 여자와 그리고 나, 내 남자친구가 유일한 동양 사람들이었다. 아마 그들은 모두 그 유명한 마야비치에 대해서 이미 읽었거나, 조사를 했으리라. 나는 언제나 처럼 그저 동네를 어슬렁거리다가 섬투어를 파는 동네 아주머니와 흥정을 하고 거기에 따라간 것일 뿐이었다.

마야비치는 아름다웠다. 수영을 배웠으면 얼마나 좋았으랴. 그리고 남자친구와 어제밤 다투지 않았으면 얼마나 더 화창한 마음이었으랴. 그것들을 모두 감안하고도, 마야비치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마야비치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보트맨은 마지막 섬투어의 장소인 멍키비치로 우리를 데려갔다. 원숭이들이 해변의 가장자리에 앉아서 관광객을 구경하고 있었다. 원숭이들은 저쪽에, 우리는 이쪽 물안에 전쟁에서 대치하듯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맹세컨데, 보트맨은 우리에게 원숭이에 대한 어떠한 주의점도 주지 않았다. 아마도, 마야비치에 대해 조사하고 온 우리 배에 타고 있던 다른 유럽관광객들은 멍키비치에대해서도 조사하고 왔을것이다. 이번에도 데려다주는 곳에 그냥 따라가는 나만, 그 원숭이에 대해서 잘 몰랐던 것이다.

나는 배에서 내려 물속을 저벅저벅 걸어서 비치쪽으로 걸어갔다. 사람들은 멀찍이서 원숭이를 마주보며 사진을 찍어대고 있었다. 어느순간. 무릎에 뭔가 묵직한 것이 느껴졌다. 아.
놀라고 당황스러워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내 무릎에 세마리의 원숭이가 앉아있었다. 아니 내 다리를 물고 있었다.
뒤로 물러서자 원숭이들은 다시 해변으로 착지해 돌아갔다.
에메랄드빛 바닷물 사이로 붉은 피가 번져갔다.

원숭이를 촬영하던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았고, 한 남자가 나에게 다가와 괜찮아? 라고 물었다.
어… 난 괜찮아..
창피함에 얼굴이 붉어졌다. 나는 멍하게 대답을 하고 남자친구가 있는 배쪽을 향해 눈을 돌렸다. 그는 전화를 받고 있다가 방금 바라본 광경때문에 혼이 나간 표정이었다. 피가 물살에 씻겨나간 자리위에 두개의 이빨자국과 할퀸자국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보트맨이 건넨 더럽고 꼬깃꼬깃한 반창고를 붙일수가 없어서 상처를 드러내고 돌아오는 길에 스무명의 유럽사람들이 흘끗흘끗 눈길을 주었다. 보트맨은 모기에 물린 사람을 본 것 처럼, 원숭이에게 물린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이야기 했지만, 유럽 아이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너… 병원에 가보는게 좋겠어. 야생 원숭이잖아.





현지 사람들은, 뭘 원숭이에게 물린 것 가지고 그러냐며 그냥 놔두라고 했지만,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야생동물에게 물린 것은 공수병-광견병- 에 걸릴 수 있고, 이것은 걸리면 죽는 병이라고했다.


짜증나서 더 이상 검색을 할 수도 없었고, 원숭이에게 물린 케이스는 네이버에 많이 나와있지 않았다.


폴댄스 하다가 폴에서 떨어진거 하며, 원숭이에게 물려 현지 병원에 가는 거 하며, 모두 처음들어보는 사례인데, 그 케이스가


나, 바로 나라니.



현지병원 의사선생님은, 다행히 영어를 하실 줄 아셨고, 생각보다 치료비도 비싸게 나오지 않았다. 2만원정도에 상처를 소독해주시고항생제를 처방해주며, 한 달 내에 광견병 백신 접종을 하라 하셨다.




싱가폴에와서 간 동네 의원에서,


-주사를 맞아야하는데, 싱가폴은 개들도 다 검수되고 너무 깨끗해서 사례가 많이 없어요. 큰 병원에서도 백신이 없는 경우가 많고, 우리같은 동네의원은 아예 가져다 놓지도 않아요


라는 말을 들었을때 난 그저 아, 그렇구나 했고,


그 의사선생님이 본인 시간을 들여서 전화를 6번을 해서 큰 병원에 백신을 구해주고 광견병 전문 의사와 검진 예약을 잡아주시기까지 하셔서


그저 멍하게 병원으로 향했었다.



의사선생님과의 대화시간에 100불, rebies 주사한대에 150불, 그리고 다른 rebies 주사 한대 1,660불, 그 주사를 맞으러 알현한 응급실 의사선생님과의 주사 세션에 100불이 추가되었다.


강한 영국액센트의 베컴이라는 성을 가진 영국의사가 나를 안경너머로 바라보며


"광견병은 걸리기만 하면 치료방법이 없습니다. 하지만 좋은 소식이 있어요. 님은 여기 와있고, 우리가 조치를 할 수 있으니까요.


자, 알아두어야 할게 있는데, 이 주사가 비싸다는 겁니다. 한대에 천불이 넘어요. 돈 낼 준비가 되어있나요?"



돈이라는 것이, 콧물나올때 코푸는 휴지같이 그렇게 나가고 있는것이, 아깝다기보다는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내가 죽을수도 있다는데, 그럼 내가 천불이라고 '아니오'라고 할 수 있나?


이천불, 오천불?


이만불?


이럴때 부르는게 값이라고 하는거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출국전에 면세점에 들러서 보았던 에르메스의 스카프와 스카프링이 생각났다.  스카프 한장과 스카프링을 합쳐서 1,000불이었었다.


딴데서 비슷한거 찾아야지~라고 생각하며 걸쳐보고 나왔었는데, 그 세트 두 개라고 생각하니 괜시리 헛웃음이 났다.



그렇게 허망하게 돈과 시간을 날렸는데, 왜 마음이 한 없이 편한지.


상처도 조그맣고, 흉터가 무릎근처에 남는것 쯤이야.


더 많이 다칠 수도 있었고, 얼굴이나 손가락을 다칠 수도 있었는데 이렇게 관계 없는 곳을 다쳤고.


여행 마지막날 다쳐서 여행도 재미있게 했고.



사실 예전에 감기에 걸렸는데 종합병원에 시간 외 응급실로 가서 감기 진찰과 처방을 받았더니 18만원이 나온 적이 있었다. 웰컴투 싱가폴.


돈이란것은 참으로 우습게도, 그렇게 쉽게 써지지지만, 아무리 용을 써도 만족할 만큼 술술 들어오지는 않는다.


크라비에서의 원숭이 사태는, 그저 건강한 나에게 감사하는 기회로 삼으련다. 앞에도 생각했듯이, 이만불이라고 안냈을까. 어쨌든 모든 처치를 다해서, 나는, 죽지 않고 살아있으니 :)


그렇지만 앞으로 야생동물은 조심해야겠지, 앞으로 케냐의 사파리를 갈지, 북극에서 곰을 볼지는 모르겠으나, 이 번 처럼 바보같이 척척 걸어나가는 짓은 안하겠지.






보트에서 옆자리에 앉은 한 동양여자는 나와 내 친구에게 말을 걸고 싶어했다.


-왜 스노클링 안해?


라는 질문에 나는 머쓱하게 웃으며,


-수영을 잘 못해서, 좀 무서워.


라고 말했고, 그녀가 바다로 뛰어든 동안 저 여자는 어디서 왔어? 라는 내 친구의 질문에


-중국인 억양이야.


라고, 내 중국인 동료의 억양을 떠올리면서 말해주었다.



그녀가 다시 보트위로 올라오자, 배를 몰던 태국 청년이 그녀에게 물었다.


"You from Korea?"


그녀는  "Yes I am Korean"이라고 대답했다.


와우, 유럽인으로 가득찬 이 보트에, (여담이지만, 유럽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태국의 피피섬, 아니 아무 섬이나 파티 많은 곳으로 가라, 태국 주민을 찾아 볼 수 없고, 백인은 가다가 발에 채일정도로 많다) 한국 사람이라니, 나는 그녀를 보고


-저도 한국 사람이예요


라고 했더니 그녀는 고개를 갸우뚱 한다.


-미안한데... 그게 무슨 말이예요?


내가 영어로 다시 "I am from Korea, too." 라고 했더니


아... 난 덴마크로 입양되어서요, 한국말은 몰라요 라고 했다.



베네딕트라는 공주 이름을 가진 그녀, 한국인이라고 말은 하지만 한국말은 못하고 덴마크 부모님이 아기가 안생겨서 입양되었는데 그 뒤에 남동생이 생겼단다. 한국에 가봤지만 생모를 찾지도 않았다. 뼛속까지 덴마크인인 그녀가 자기를 한국인이라고 소개한게 신기할 정도였다.


-그럼.. 한국이름은 있어?


-김영숙.. 내 성은 영이고, 이름은 김이야.


란다.


-아니야, 김이 네 성이고, 이름은 영숙이야


그녀는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면서,


-내 이름이 영숙이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영숙아.



영숙이는 행복해 보였다. 어렸을때는 남들과 달라서 놀림을 받았지만, 지금은 모두들 잘해준다며, 덴마크인 동생과 함께 걸어가면 사람들이 애인사이인 줄 안다며 웃었다.  한국 친구는 한 명도 없다는 영숙이, 베네딕트. 날 만나서 너무 신기했다며 순하게 웃는 그녀를 보며 나는

행복해라 영숙아. 아니 베네딕트. 어디에서건, 어떤 가족에서건, 사랑 받고 자란 너와 나는 똑같이 행복한 사람들이야. 라고 말해주었다.



싱가폴하고는 비교도 안되는 싼 가격에 해산물 구이를 먹을 수 있는 아오낭의 스타벅스앞 바베큐집.

그러나 크라비타운 야시장을 가면 우리가 그나마 두 배를 지불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피피섬 여행사 아줌마. 우리가 투어 5천원 깎으려고 계산기에 손을 대자 맵게 손을 찰싹 때리셨지만,


깎아주셨다.




투어를 가기위한 배가 출발하는 곳.





상처를 대충 싸매려고 갔던 동네 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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