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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이비 Nov 25. 2020

늦가을의 정취에서 마주한 현실

11월 23일 저녁 여느 때와 다름없이 자이언트 펭tv의 업로드 알림을 받자마자 영상을 시청했다. 썸네일만 봤을땐 가을의 감성이 물씬 풍기기 때문에 '아, 이번에 방송국에서 각잡고 감성영상 만들었나 보다.'라고만 생각을 했다. 방송국에서 기획하고 찍는 영상은 어떤 모습으로 가을을 담아낼까 내심 기대했다.


영상의 주된 내용은 강원도 원주시 삼봉마을에 있는 신림역(간이역)에서 펭수가 일일 역장이 되어 하루동안 체험을 해보는 것이었다. (참고로 이 역은 12월이면 폐역이 된다고 한다) 낮에는 기차가 4번 밖에 정차하지 않기 때문에 일도 많이 없어서 그런지 펭수가 역에서 기차 기다리는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데 어르신들과 대화하는 부분에서 마음이 심란했다.


출처 : 유튜브 자이언트 펭tv<잠시 쉬었다 가실래요?, 늦가을 시골역 ep.159>


"젊은 사람들만 위해서 사는 건가"
"돈 있는 사람들만 위해서 사는건가 모르겠네."


단 이 두 문장이 잠들기 전까지 나의 머리속에 계속 맴돌았다.


실제로 가본 것은 아니나 영상으로 접했을땐 마을 안쪽을 관통해서 지나는 열차이기 때문에 마을 사는 사람들이 편하게 이용한 교통수단이었을거라 생각한다. 기차의 장점은 흔들거림이 적어서 멀미가 덜하다는 것과 정차시간이 길어서 타고 내릴때 시간에 쫓기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노인 인구가 많은 시골에선 이보다 더 좋은 교통수단이 있을까. 어르신들이 30분마다 오는 버스를 타지 않고 낮에 4번 운행하는 기차를 선호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내가 사는 지역에서는 버스가 주된 교통 수단이다. 그래서 다년간 버스를 이용하면서 관찰한 것들을 내 나름대로 이야기를 해보자면 버스는 어르신들에게는 편한 교통수단이 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점이다.


일단 내가 겪어본 것으로 한정해서 말하자면 버스 배차 시간에 쫓겨서 승객이 자리에 앉기도 전에 급하게 출발하거나 하차 할때 문이 열리자마자 경보음을 울려서 내리는 사람 다급하게 한다. 모든 기사님들이 그러는 것은 아니라서 복불복이다. 젊은 사람은 균형감각도 좋고 반응속도도 좋으니깐 다행이지만 어르신들은 턱이 높은 버스 계단을 오르기도 힘들고 오르자마자 버스가 출발하면 한번 휘청, 자리에 앉기 전 걸어 갈때도 휘청인다. 


이런 과정에 익숙해진 어르신들 같은 경우에는 내릴때 만큼이라도 빨리 내리겠다고 미리 서 있으면 맘씨 좋은 기사님을 만났을 경우에는 오히려 걱정하는 소리를 하면서 "다 내릴때까지 기다릴테니 멈출때까지 자리에 앉아계세요." 라고 말해준다. 기사들마다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나 혼란스러울 것이다. 


나는 거의 한시간 가량을 버스에서 보내기 때문에 별의별 상황을 본 입장으로서 불친절하게 대하는 사람들의 입장도 나름 이해가 간다. 그분들도 처음에는 친절했겠지만 말도 안되는 불친절한 승객을 상대하느라 지쳤을 것이다. 그렇지만 안전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바쁘지 않은 시간대에는 조금 여유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우리 나라가 문맹률이 낮다고는 하지만 노년층으로 가면 학교를 다니지 못해서 한글을 모르는 경우가 있다. 나의 외할머니도 그랬다. 그래서 우리 지역에서 대대적으로 버스 개편을 하게 되었을때 젊은 사람들은 금방 적응을 했지만 어르신들은 매일을 기사한테 "OOO 갑니까?" 물어보면서 버스를 탔다. 어르신들의 적응 기간동안 버스를 탈때마다 기사들의 볼멘소리를 들었던 것 같다. 아마 기사들은 하루종일 물어보는 소리를 듣느라 노이로제에 걸렸을 것이다. 


버스 안내하는 시스템(핸드폰 어플이나 정류장에 설치된 터치스크린 등)은 젊은 사람들한테 맞춰져 있다보니 스마트폰을 접하지 않았거나 글을 읽지 못하는 어르신들은 아직도 다른 사람들한테 여러번 물어서 타고 있다. 그 외에도 여러가지 상황이 있지만 누군가를 비난하기 위해서 쓰는 글은 아니기에 넘어가도록 하겠다.


편리해서 좋은 것은 다른 누군가를 소외시키고 있었다. 키오스크(무인 단말기)도 그 예가 되지 않을까 싶다. 메뉴가 많아서 복잡한 경우에는 젊은 나도 가끔 버벅거릴때가 있는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오죽할까 싶었다. 이에 대해서 생생한 경험담을 보고 싶다면 유튜브에서 <막례는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식당>이라는 제목을 검색하면 박막례 할머니 채널에서 볼 수 있다.


세상이 점점 편리를 추구할수록 소외되는 사람들은 점점 고립되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을 접할 때마다 내가 나이 들었을 때가 걱정이 된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것일까? 소외되기 시작하면 테두리 바깥에 영영 머물러 있어야 하는 것일까? 이 간극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여러가지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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