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ll Mar 02. 2022

나는 이혼녀, 너는 ADHD 7

7. 결정하다 

계속 일을 해 왔다. 출산 휴직 4달 외에는 한 번도 쉰 적이 없다.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경제적으로 대신해 줄 사람이 있는 것도, 여유롭거나 의지할 수 있는 곳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책임질 아이도 있는데, 안정적이고 멀쩡한(?) 직장을 그만두고, 떠난다는 것은 너무도 위험스러웠다. 

모두들 걱정을 하고 만류했다.


스스로에게 이것저것 이유를 붙이기 시작했다.


" 항상 외국에서 살고 싶어 했잖아. 

인생의 반은 태어난 곳에서 살았으니, 나머지 반은 바꿔봐.

언제까지 직장이고, 주변 눈치며 버틸 수 있을 것 같아?

가지고 있는 것을 포기 못해서, 예전에도 후회한 적이 있잖아.

뭐든 하면 되겠지. 접시도 닦고 아르바이트도 하고 그러면 되잖아.

아이에게 맞는 교육 스타일이 있을 거야.

지금도 이렇게 힘든데, 중 고등학교 때 학원 보내고 공부시킬 수 있겠어? "


물론 한국에서 대안학교, 다른 지역 학교도 찾아보고 고민해 보았다. 그런데 어쩌면 나는 외국에서의 삶을 더 원하고 있었던 것 같다.

혼자였을 때 했어야 했던 것인데, 그때는 가지고 있는 것들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해서 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이도 책임져야 하는데, 나는 이미 작정을 하고 발을 옮기고 있었다.

아이의 기질을 이해해 주고, 나와 아이가 평범하고 평이하고 지낼 수 있는 곳이 있을 것 같았다.

여러 나라를 두고 이리저리 재고 따지고 생각했다. ( 그 당시 겉에서 보기엔 나는 행복한 고민을 하는 사람처럼 보였을 수도 있었지만, 모두 알고 있지 않는가! 멋져 보이는 SNS 사진 뒤의 모습들을.....)


첫 타자로 고려해 본 미국. 

여기도 경쟁이 심하고, 한국 사람들도 많으니 한국과 별다르지 않을 것 같았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필리핀....  영국, 독일, 유럽.. 지도를 펼치고 나라를 살피고, 검색창에 즉흥적인 단어로 ( 행복한 나라, 살기 좋은 나라 ) 검색을 하고 그렇게 시작했다.

먼저 가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아보고, 이민 업체들도 만나보고 그렇게 외국의 삶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 결정했다.


" 우리는 스웨덴으로 갈 거야. "


이런저런 이유로 맞겠다고 생각되어 결정한 나라 스. 웨. 덴.


"북유럽의 교육과 사회적인 분위기는 개개인의 성질을 중요시 여긴데.

아이가 호흡기가 안 좋은데 공기가 깨끗하데.

유럽 나라들 중에서도 여자 혼자 살기에 안전하데.

한국인들이 아직은 많이 살지 않아.

복지국가야. 복지 흠 잘 모르겠지만 좋을 거야.

사람들의 삶의 만족도가 높네.

아이의 기질과 맞을 것 같아. "


살면서 발생될 현실적인 문제들은 다 저 멀리 집어던졌다. 갈 수 있는 방법들과 이유만을 찾았다. 무모함의 최고봉을 보이면서 한 발자국씩 전진했다. 그동안 열심히 살아오면서 쌓아온 것들을 다 내어놓았다. 

언어도 배워야 하고, 가지고 있는 것 들을 처분하고 초기 정착을 위한 비용을 준비했다.




내가 상상하는 스웨덴은 아이에게 최적일 것 같았다. 아이들이 행복한 나라 1위였다. 

아이 하나하나를 그대로 존중한다고 했다. 그로 인해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권리가 주어져 어른의 설 자리가 없다는 걱정스러운 시각이 있을 정도로.

나는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 


'스웨덴은 나의 아이를 이해해 줄 거고, 자애로움으로 아이를 돌보고, 교육시켜 줄 것이다. 그 속에서 아이는 재능을 발견할 거고, 인정받고 빛날 것이다. 

그럼 나는 아이의 보호자로서 최선을 아니, 그 이상을 한 것 일 것이다! 

난 나의 의무를 그렇게 완수할 수 있을 것이다.'


외국으로 삶의 터전을 옮긴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가장 큰 장애는 경제력과 거주 허가를 위한 비자이다. 

나는 영혼의 티끌까지 끌어모아서 얼마간은 버틸 수 있었고, 비자 문제도 해결할 수 있었다. 

걱정과 계획은 발생될 수 있는 리스크를 줄여줄 수 있지만, 아예 움직이지 못하게 할 수 도 있다. 

나는 초기 정착 자금과 유효기간이 있는 비자 이 두 가지만 들고 사표를 던졌다. 

당장 떠오르는 50개도 넘는 걱정거리들은 스웨덴에 먼저 보내 두었다. 수취인 불명으로....




이렇게 준비하는 동안 아이의 학년은 바뀌었다. 학교를 그만두기 위해 새 담임 선생님께 면담을 신청했다. 


"저희가 이번에 이민을 가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잘 살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 어머 이렇게 갑작스럽게요? 어디로 가세요? 

처음에 제가 아이 담임이 되었을 때, 다른 선생님들이 이런저런 얘길 해 주셔서 걱정도 되었는데, 깜짝 놀랐어요. 

아이가 반 생활도 잘하고, 똑똑하고, 다른 반 선생님들도 놀래요. 무슨 일 있냐고 애가 확 바꿨다고요. 정말 잘 지내고 있어요. 

솔직히 지금 저희 반은 다른 아이 때문에 온 신경이 다 몰려 있어요. "


아이가 잘 지낸다는 말에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는 것이었는데, 내가 너무 성급하게 결정했나 하는 마음과 처음으로 느껴보는 아이의 문제점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면담에 기분이 묘했다. 

그러나 아이는 선생님들 사이에서 이야기되고 있었고, 더 눈에 띄는 다른 아이로 인해 묻혀있는 것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지 않게 이야깃거리가 되고 있는 아이와 나는 떠나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다시 한번 되새겼다.


                                                                                                                                                   - by ELL -

         

작가의 이전글 나는 이혼녀, 너는 ADHD 6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