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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l Feb 12. 2022

나는 이혼녀, 너는 ADHD 1

1. 달라질 것이다. 모든 게

드디어 떠난다.


비행기는 이륙을 알리는 사인과 함께 각자의 목적으로 떠나는 사람들의 설렘과 흥분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우린 며칠간 떠나는 여행이 아니다. 이제 우리의 생활터전은 이곳이 아니고 저곳이다. 


모든 게 달라질 거다. 분명히!




더 이상 못살겠어. 헤어질래. 이제 그만. 참기도 싫고, 더 못 참아. 끝!!!

그렇게 갓 태어난 아이를 데리고 나는 이혼녀가 되었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너무도 생소한 길이였다. 아는 것도 없고, 인터넷을 뒤지고, 여러 육아서를 읽었지만 

나에겐 다른 차원의 세상이었다. 습득한 정보들은 머리로만 이해가 될 뿐이었다.

아이가 버겁다. 내가 감당 하기엔 너무나도 다른 분야이다. 

맞지 않는 옷에 몸을 끼어 넣고, 움직이는 것 같았다.

혼자서 육아와 생계를 책임지면서 늪에서 걷는 것처럼 꾸역꾸역 헤쳐갔다.


아이를 키우면서, 나는 내가 아이를 처음 키우는 것이라는 자각조차 할 여력이 없었다. 모든 게 휘몰아쳐왔다.

나의 아이는 그맘쯤의 아이들이 느끼는 환경과는 사뭇 다른 환경에서 세상을 접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우리의 가정은 변화로 인해 몸부림치고 있었고, 보호자로 나는 책임을 다 했지만, 

나의 감정은 절망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너무도 이쁜 장하게 생긴 아이는 잘 웃지도 울지도 않았다. 소리도 없었다. 

그저 무언가를 관찰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2살 즈음 첫 상담소를 찾았다.


" 아이가 표정 변화가 없는 것 같아요.  소리를 잘 안 내요. "


저명한 심리상담사를 찾고 찾아 어렵사리 예약을 하고 이런저런 검사를 받았다.

긴 검사 끝에 


" 아이는 괜찮아요. 저희가 보기엔 보호자 분이 많이 힘들시네요. 

  보호자 분의 마음을 먼저 돌보셔야 할 것 같아요. "


" 아! 다행이에요. 네 감사합니다. "


그 후 별다른 이유 없이 아이는 자연스레 말을 하기 시작했고, 다양한 표정을 표현해 주었다. 

주변의 이들은 성급히 상담소를 찾았던 나의 과민함을 질책했다.

그렇게 유아기가 흘러갔다.




내가 일을 해야 했기에 아이는 또래보다 일찍 단체 생활을 시작했다.

어느 아이가 그렇듯 처음에 떨어지기 싫어서 울기도 했고, 자주 아프기도 하였지만,

소수로 운영되는 유아원에 아이는 빨리 적응해 주었다.

3년 정도의 시간을 같은 유치원에서 생활하면서, 큰 문제는 없었고, 선생님들은 아이를 이뻐해 주셨다.

똑똑하다, 매력적이다. 좋은 이야기들이 아이에 대한 나의 기대를 부풀어 주었다.


단 한 번의 이야기를 빼고..


3년 간의 유아원 생활을 맞힌 졸업식날, 감사의 인사를 드리던 중 한 선생님께서 말을 걸었다.


" 제가 대학원에서 공부를 계속하고 있는데요. 그동안 아이를 보면서, 특이점이 느껴져서요. 

제가 딱히 뭐라고 얘기하기 어려워 제 교수님께 상의해 보았는데요.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너무도 뚜렷하고, 감정이 예민해요.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 


잘 들리지가 않았다. 아니 무슨 말인지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 그런데 저희 교수님께서는 이런 성향도 나이가 들면 달라진다고 하시면서..... " 


결론이 무엇이었는지, 이 선생님께서 무얼 전하고 싶었는지 이해하려 하지 않아 기억에 남은 것이 없다.  

곧바로 다른 선생님들의 넘치는 아이에 대한 칭찬 속에서 


나는 그 순간을 떨쳐 버렸다.



                                                                                                                                             -  by El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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