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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l Feb 13. 2022

나는 이혼녀, 너는 ADHD 2

2. 이혼을 숨기다.

우리는 깨끗하고 인프라가 잘 개발되고 열정적인 젊은 부부들이 많은 신도시에 산다.

두 번째 유치원을 선택하면서, 

여타 부모처럼 사립, 공립, 영어 유치원에 대한 엄청난 검색과 정보를 수집하였다.


마침내 선택한 유치원은 규모가 큰 일반 사립 유치원으로 귀여운 원복을 입고 통학 버스를 타는,

그 전의 유치원에 비해 엄청 큰 곳이었다.

원장님은 길고 멋진 입학문을 낭독해 주었고, 선생님들은 젊고 에너지가 넘쳐 보였다,




얼마지 않아 유치원의 정기 첫 면담이 있었다. 


" 아이가 수업에 잘 참여하지 않아요. 하라고 하는 것을 안 해요. "

" 뜻대로 되지 않으면,  다른 교실로 가버려요. "


아직 사회 초년의 모습이 보이는 젊은 선생님은 이렇게 나에게 이야기를 꺼냈다. 

나는 노련하지 않은 선생님의 투정으로 들렸다. 


"네네  아이랑 얘기해 볼게요. "


나는 엄격한 편이다. 아이를 심하게 혼을 내는 적도 많고, 공감과 이해와 같은 감정보다는 논리적인 부분을 더 편안하게 느낀다.


그 후 한번 더 유치원 선생님의 면담이 있었다.

첫 면담과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선생님의 상기된 목소리를 그저 듣고만 있었다.

그저 아이니깐 애들이 다 그러지 않나 싶기도 하고, 선생님이 아직 아이를 잘 다루지 못하는 건 아닌가 하는 마음이 앞섰다.


유치원 생활에 대해서 아이는 별다른 얘기를 하지 않았다.


" 유치원 어떠니? " 

" 재밌어요~ "


" 선생님이 네가 말을 안 듣는다는데? "

" 잘 들어요! "


" 선생님 말씀 잘 들어라 "

" 네~ "


아이는 밝았고 활달했다.  아이는 혼자서 한글도 읽고, 가르치지 않아도 해 내는 것이 많았다. 

에너지가 넘쳤으며, 집에서 크게 말썽을 부리는 일은 없었다. 

아이를 봐주시는 아주머니도 아이가 똑똑하고, 착하고, 잘한다고 얘기하셨다. 


3달 정도 지나고 아이의 적응기가 끝난 것일까? 그 후 유치원에서 더 이상 연락은 없었다.

그리고 나는 바빴다. 아주 많이.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다. 


아이가 남다르다는 생각은 들었다. 그러나 엄마라면 가질 수 있는 지나친 걱정이라고 결론을 냈다.

나의 다정한 친구들도 이런저런 걱정을 하는 나를 위로해 주었고,

매. 우. 똑똑한 아이라는 것으로 마무리를 내리곤 했다.

아이는 친구들과 잘 지냈고, 나의 육아 커뮤니티는 매우 좁았지만, 그 커뮤니티에 아이로 인한 문제 때문에 연락이 오는 것은 없었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병설 유치원이 체계적인 학습과 초등학교 입학 후 잘 적응할 수 있게 

잘 지도해 준다는 또래 엄마들의 이야기에 솔깃하며 한글, 숫자 등 아이에게 아무런 학습을 시키지 않고 있던 나는 병설 유치원의 매력에 빠졌다. 




아이를 오랫동안 돌봐주시던 아주머니가 사정 때문에 그만두시게 되었다.

내 아이를 믿고 맡기는 것도 어려운 일이고 잘 맞는 사람을 찾는 것도 힘든 일이다.

어찌어찌 산 넘고 산 넘어 새 아주머니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제는 아이가 어느 정도 커서 말도 하니 유아기 때보다는 남의 손에 아이를 맡기는 것이 덜 걱정스러웠다. 

새 아주머니가 오시고 한 달 정도 지났고, 아이는 한참 카메라로 비디오를 찍는 것을 즐길 때였다.

아이가 낮 동안 찍은 비디오에서 아주머니의 전화 통화 소리가 흘러나왔다. 


" 어 새로 가정집에 들어왔어.

~~~~ 그런데 살펴보니깐 여자 혼자서 애 키우는 집이야. ~~~ ~~~ 남자가 없어. 

~~~~ 여자가 좀 나긋나긋하진 않아 그러니깐 이혼하고 혼자 살지. ~~~ "


나는 나긋나긋하지 않아서 이혼을 한 거였나 보다. 

나는 직장은 물론 유치원 모임이나 다른 사적 모임에서도 이혼 이야기를 꺼내지 못했다.

몇 천명이 되는 나의 직장에서 내가 아는 범위에 이혼한 사람은 딱 한 분이었다. 

그분은 직접 본인의 이혼을 이야기하셨고, 다들 알고 있었다. 

그러나 종종 없는 곳에서 그분에 대한 이야기는 그분의 모든 것들은 이혼과 연결되었다. 좋은 것이건 나쁜 것이건 이혼과 연결되는 이야기 속에서 나는 아무 말도 못 하고 혹시 나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으로 마른침만 삼켰다.

일을 잘하면 독해서 이혼했다. 일을 못하면 저러니깐 이혼당했다. 사람들은 모든 것들을 이상하게 이혼으로 연결시켰다. 


나는 절대 그 관심에 들고 싶지 않았다. 누군가 가족 이야기를 물어보면 두리뭉실 넘기거나 거짓을 뱉었다.

나의 입에서 내 삶을 있는 그대로 말하지 않기 시작했다. 나의 마음은 불편했고, 거짓은 쌓여갔다. 

나의 결혼 전부터 함께 했던, 직장의 친한 동료와 술 한잔 기울이던 어느 날. 

술기운이었을까? 


" 나 이혼했어 "


이 한마디와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 by 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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