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날기록 Jul 08. 2024

오해

어디서 왔어요?



출산 후 서울 송파 소재 조리원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몸조리를 한 조리원에는 같은 시기에 21살 베트남 엄마가 있었습니다.

그녀가 나이도 어리고,  한국말도 서툴러서 조리원 동기들은

그녀에게 말을 건넬 때는 천천히 또박또박 한국말을 했습니다. 


어느 날, 제가 식사시간을 넘겨서 식당에 내려갔습니다.

베트남 엄마 혼자서 식사를 하고 있길래

자연스레 그녀와 동석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천천히 또박또박 한국말을 건네며 그녀와 대화를 시도했습니다.

그녀의 한국 남편이 아내를 살뜰히 챙긴다는 것을 알고 

"남편이 엄청 잘해준다고 하던데요."

"호호호, 네." 

짧게 대답하고는 뭐가 좋은지 키득키득 웃었습니다.


그녀는 콧물같이 미끄덩한 미역 건더기를 젓가락으로 들어올렸다 담궜다하더니

"이상해요. 못 먹겠어요."

벌레 씹은 표정으로 미간을 찡긋 찌푸렸습니다. 

묵묵히 미역을 잘 건져 먹던 저는 흠칫했습니다.  

저는 분위기가 어색해지지 않도록 다정하게 말을 더 붙였습니다.


"한국에 언제 왔어요?"

"음...작년....음....4월...음....6월...."

"아, 그래 작년에 왔구나 ."

그녀는 자기가 한국에 언제 왔는지 정확하게 

퍼뜩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한국말이 서툴렀습니다.

제가 또 물었습니다.  

"어디서 왔어요?"

"베트남에서 왔어요."

그러자 그녀가 되물었어요.

"그쪽은 어디서 왔어요?"


아! 그렇습니다. 

그녀는 저를 한국에 먼저 와서 잘 적응한 동남아 이주민으로 오해를 한 것이었습니다.

저는 맨붕이 왔고 

난 어디서 온 게 아니라 한국에서 태어난 한국인이라며,

의심으로 가득 찬 그녀를 납득시켜야 했습니다.

경상도 사투리가 구수한 어딜봐도 한국인인데 

한국인이란 걸 외국인에게 납득시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였습니다.

아마 익히 들어오던 서울 말씨와 다른 경상도 억양과

짙은 피부색과 쌍꺼풀이 그녀에게 오해를 불러왔나 봅니다.  

수술한 쌍꺼풀이 후회 되던 최초의 순간이었습니다. 

그 후로도 쌍꺼풀 수술이 후회되던 일은 종종 있었습니다. 


이래저래 21살 베트남 엄마 승!

21살 베트남 엄마는 이제 35살이 되었겠네.





















작가의 이전글 김은성 작가의 <내 어머니 이야기> 2권을 찾아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