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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흰고래 Apr 12. 2021

Healthcare Big Data, 가능한가?

구슬이 서 말이라도 잘 꿰어야 보배

 자고로 예로부터 전해오는 말들 중에 틀린 말은 잘 없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라는 말도 그렇다. 옛날엔 지금보다 구슬 자체도 귀했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꿰어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은 각종 다양한 재료로 만든 구슬을 훨씬 쉽게 구할 수 있다. 여전히 구슬은 꿰어야 가치가 있다. 헬스케어 데이터도 마찬가지이다. 빅데이터가 되어도 꿰는 것이 중요하다. 


 ‘헬스케어 데이터’는 인간이 스스로 혹은 타인의 건강에 대해 기록을 남기기 시작한 이래로 계속 존재했을 것이다. 교수님께서 언급하신 것처럼 ‘Big이 도대체 얼마나 큰 것을 의미하는가?’ 에 따라 ‘헬스케어 빅데이터’ 가 등장했다고 볼 수 있는 시점은 달라질 것이다. 각자 다른 생각들을 가지고 있겠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21세기 정도는 되어서야 비로소 Big이라고 인정할만한 데이터들이 모였다고 받아들인 모양이다. 요즘에야 ‘헬스케어 빅데이터’라는 말이 유행인 것을 보면 말이다.


 어떻게 꿰느냐에 따라서 이 데이터는 아주 유망하게(promising) 쓰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영화를 통해 몇가지 상상들을 빌려보자. 이미 최윤섭 교수님께서도 한차례 글을 통해 상세히 언급하신 적이 있지만 영화 ‘머니볼’은 아주 좋은 예이다. 실화를 기반으로 브래드 피트가 주연도 맡고 제작도 맡아 화제가 되었다. 연봉 총액 최하위 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통계전문가를 고용 ‘머니볼’ 이론을 실행에 옮긴다. 경기데이터에만 기반해 각 팀에서 외면 받고 있던 문제 선수들을 영입한 것이다. 우여곡절이야 있었지만 20승이라는 믿을 수 없는 결과를 내게 된다. ‘컴퓨터로 팀을 만들 순 없소’라는 반대파의 말에 ‘adapt or die’라고 답하는 브래드 피트의 대사는 작금의 의료계가 직면한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엠마 왓슨과 톰 행크스까지 동원된 제임스 폰솔트 감독의 ‘더 서클’은 흥행하지는 못했지만 컨셉만큼은 아주 뛰어났다고 생각하는 영화이다. 전세계적인 소통 채널 SNS인 ‘트루유 (True U)’와 어디에나 초소형 카메라가 설치되어 실시간으로 모든 곳에 대한 영상을 공유하는 ‘씨체인지 (SeeChange) 를 이용해 자신의 삶을 공개한 엠마 왓슨이 주인공이다. 죽을 뻔한 고비를 ‘씨체인지’ 덕분에 넘긴 ‘더 서클’의 직원인 그녀는 그 기술에 감화되어 자신의 모든 삶을 ‘씨체인지’를 통해 공개하기로 한다. 이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가족과 친구들의 사생활까지 공개하게 해버린 그녀는 결국 현실 사회에서 고립된다. 설상가상으로 방대한 데이터를 이용해 도주 중인 범죄자 등을 찾아낼 수 있는 기술인 ‘소울시커’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시현하다가 자신 때문에 화제가 되어 괴로워하던 자신의 친구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


아무리 좋은 목적을 위해 모인 빅데이터라도 예상하지 못한 아주 작은 변수로 인해 최악의 결과로 치달을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선과 악이 명확하지 않은 순간들도 있다. 마찬가지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에서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맡은 주인공 ‘앨런 튜링’은 큰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힘들게 코딩하여 겨우 암호를 해독하였지만 모든 공격을 막아서는 안되었다. 암호를 해독하였음이 밝혀지면 다른 암호 체계를 사용할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그의 팀원 중 한명은 가족이 속한 부대가 공격받을 것을 알았지만 대의를 위해 공격을 막지 못한다. 


 ‘헬스케어 빅데이터’가 promising 한가, 아닌가? 해당 명제에 대해 ‘아니다’ 라고 대답할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나 스스로의 답 또한 ‘그렇다’ 이다. 이전의 치료는 의무기록에만 의존했다. 병원에 와서 일어난 대화 혹은 검사들 만이 단편적으로 기록되었다. 환자가 평소에 먹는 것, 자주 하는 행동, 습관들은 하릴없이 흩어지고 있었다. 아직 풀지못한 유전자의 비밀들도 있다. 이제는 모래알 같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던 이런 정보들을 담기 위해 다방면으로 많은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각각 다른 방식으로 모아진 이런 빅데이터들을 이용해 효과적인 지도를 그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나로 ‘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데이터를 어떻게 표준화하여 저장할 것 인가, 어떻게 간결하게 코딩하여 활용하기 쉽게 할 것인지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순간이다. 그런가 하면 너무나 많은 정보가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 먼저 시작하여 하루라도 빨리 시작해 흩어지는 정보들을 하나라도 더 담아내는 것이 유리하다. 모아진 다양한 정보들에 대해서는 결코 한 명의 전문가가 정통할 수는 없다. 하나로 합쳐 새로운 해결책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협력이 중요해질 것이다. 바야흐로 빅데이터의 시대이다. 우리는 정보들을 통합해 지금까지 밝히지 못했던 연결고리를 밝혀 나갈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의 생각에서 벗어난 창의적인 접근 역시 절실하다.하지만 열정 가득한 우리들은 잠시 멈춰 앞서 소개한 영화 속 세 가지 상황을 ‘헬스케어 빅데이터’에 빗대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좋은 목적으로 모인 데이터들이 예상하지 못한 아주 작은 변수 때문에 누군가를 고통에 빠뜨릴 수 있다. 가능한 부작용의 시나리오들을 모두 생각해보고 각각을 효과적으로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장치들에 대한 고민도 분명 필요하다. 한 정보가 어떤 목적을 위해서는 ‘선’이지만 또 다른 목적을 위해서는 ‘악’일 때 어떤 기준으로 선택해야 할지 등 앞으로 우리의 고민은 끝이 없을 것 같다. 이 과정은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에 따라 격렬한 논쟁이 있을 것이다. ‘빅데이터’는 promising하지만, the only solution이 될 것이라고 믿는 것은 위험한 생각일 수 있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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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하면 좋을 영화


영화 | 베넷 밀러, 머니볼, 2011

영화 | 제임스 폰솔트, 더 서클, 2017

영화 | 모르텐 튈둠, 이미테이션게임,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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