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긍정 Aug 25. 2024

'권한 없는 책임' 속에서 리드하는 법.

7일간 10명과 1on1하며 느낀 점

이 글의 BGM으로는 RIIZE의 <Boom Boom Bass>를 권합니다. 

네게 맞춰 온 My bass
살짝 너의 맘을 Slide
그냥 놓치긴 아쉬워 난
넌 어떻게 생각해 

- Boom Boom Bass 가사 中





한동안 1:1 하느라 매일 갔던 카페.



8월을 회고해 보면 

'권한 없는 책임' 속에서 스쿼드를 어떻게 이끌어 가야 하는가?라는 질문 속을 가장 세게 헤엄친 한 달이었다. 


공식적으로 스쿼드를 이끌어야 하는 책임, 즉 리더는 사실 따로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영진은 나에게 더 많은 권한과 책임을 주고 싶으니 먼저 한 명씩 1on1을 하며 성향도 파악해 보고,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오너쉽을 갖고 제품과 제품팀을 주도하는 모습을 보여달라는 피드백을 남겼다. 


그런데 같이 일을 하는 사람들 입장은 조금 나뉘었다.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실제로 내가 입사하고 많은 것들이 바뀌었기에 조금 더 힘써줬으면 좋겠다는 피드백을 남겼고, 부정적까지는 아니지만 내가 스쿼드 리더도 아니고, 기능조직의 팀장도 아니기에 어차피 의사결정권이 나에게 없어 미팅을 여러 번 해야 해 비효율적이라는 의견들도 많았다. 


빵과 빵 사이에 끼여 압박받는 샌드위치의 소시지 심정이 이해가 갔달까. 여자들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하혈하는 증세가 나타나는데, 그동안 아무에게도 말 못 했지만 최근 병원 가서 검진을 받아야 할 정도로 스트레스가 컸다. 나중에는 미운 마음도 들었다. 모 아니면 도처럼 권한을 주던지, 없으면 확실히 팔로우십만 발휘하면 되는 환경을 조성해 주던지. 이도저도 아닌 상황들의 연속에 이제는 정말 내 일에 지장이 있다며 결국 하소연을 했다. 결국 경영진은 나에게 가장 이상적이고 현실적인 해결 방법인 시니어 채용을 약속해 주었다. 





'조금씩 의사결정 하다 보면 그 범위가 확대되지 않을까요?'

내 연차가 낮기에 위치와 권한은 줄 수 없고, 지금의 리더는 다른 팀의 리드도 병행하고 있어 온전한 몰입이 쉽지 않으니 결국 시니어를 채용해 주겠다는 결론에 도출한 것이었다. 다만 채용은 신중해야 하고,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방법이니 그전까지는 힘이 들더라도 계속 맡아달라는 합의(?)로 이 마음고생은 어느덧 마무리될 수 있었다. 


사실 나는 이 결론이 후련했는데, 한 팀원은 내게 아쉽다는 이야길 꺼냈다. 선조치 후보고 하면서 일단 내가 먼저 조금씩 의사결정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범위가 확대되었을 것이고, 그 과정 자체가 나에게는 팀장이 되기 위한 좋은 연습의 발판이 되어주었을 텐데 조금은 위기를 기회로 활용해 보면 좋았을 것 같다는 의견이었다.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나는 이미 그렇게 8개월을 보냈기에 이젠 지쳤던 것 같다.

그런데 이전 직장생활을 돌이켜보면 나와 같은 상황이 없었던 것은 또 아니었다. 예전에 팀장님이 출산휴가를 떠나면서 공식적인 대무자는 제품 부서의 리드가 되었지만, 실질적인 리딩 업무는 나와 같은 실무자인 한 시니어 분이 맡아주신 적 있었다. 지금의 나와 비슷한 고민을 아마 하지 않으셨을까 싶기도 했다. 당장은 채용으로 해결된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다른 회사를 갔을 때 다시 마주할 수 있는 상황인 것도 같았다. 





'권한 없는 책임' 속에서 리드하는 법 

결국은 채용이 되든 말든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일주일 간 회사 밖 카페로 나가 1:1로 총 10명의 팀원들과 커피챗을 나누었고, 나는 스스로 권한 없는 책임 속에서 리드하는 법을 찾아나갔다. 


내가 찾은 방법은 '허들 제거해 주기'다.

일을 하는 데 있어 필요한 의사결정을 내가 해줄 수 없다면, 현재 업무에서 개선되었으면 하는 포인트들을 찾아서 해결해 주는 방법이었다. 개개인의 성향이 다 다르고 하나의 사건을 바라보더라도 직무별로 입장차이가 다르기 때문에, 이를 다 듣고 조율해 가며 조금씩 개개인이 느끼는 허들을 제거해 주는 방법을 택했다. 자연스럽게 팀원들은 조금이라도? 내게 의지할 수 있게 되었고, 나는 경영진에게 당사자의 허가를 받은 내용에 한 해 우리는 어떠한 방향으로 개선을 해야 한다라고 확신을 가진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이 과정을 조금씩 반복해가고 있다. 





다가오는 9월엔

본격적인 채용이 이루어질 예정이라, 어쩌면 남들이 내게 말하는 '팀장 연습'을 할 수 있는 마지막 한 달이 되지 않을까 싶다. 솔직히 뭘 더 잘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없다. 다만 이제 그 역할을 제대로 해주셔야 하는 분이 왔을 때, 가장 도와줄 수 있고 의지할 수 있는 동료가 되어주고 싶다. 그래서 다가올 한 달은 조금은 더 부드럽고 괜찮은 온보딩과 인수인계를 준비해보려 한다. 



생각보다 길어졌던

마음고생과 8월 회고 마침.





p.s. 

@entj_worklog 라는 인스타그램을 개설했습니다. 

프로덕트 매니저로서 일하는 순간들을 보관할 예정이에요. 브런치에서는 글로 적어낼 만한 이야기만 풀어내고, 가벼운 감정과 순간들은 이곳에 기록할 예정입니다. PM의 일상이 궁금하신 분들은 놀러 와주세요. 또 제품 기획 관련 콘텐츠가 발행되는 계정이 있다면 추천 부탁드려요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