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주가 술을 부르기도하고 술이 안주를 부르기도 하는데, 소주는 처음에는 안주가 부르는 술이었다가 나중에는 오로지 소주를 위한 술로만 남는 마력을 지녔다. 마치 게스트로 출연하였다가 호스트가 되는 격. 게스트로 초대된 소주는 가볍게 휘발되어 버리는 이야기를 던지다가 어느새 호스트가 되고 무게를 실어 이야기를 풀어낸다. 삶의 언저리의 이야기는 신철규님의 시의 한구절을 감히 인용해도 될지 모르겠지마는,
'어떤 눈물은 무거워서 엎드려 울 수밖에 없다'처럼
그렇게 한바탕 눈물을 떨구는 무게를 지녔다.
술자리의 최고 진상 중의 하나인 주사를 부리고 난 다음 날이면 부은 얼굴로 머쓱해지기도 하지만
전날의 서사는 알코올과 함께 휘발되고 함께 나눈 이야기에서 느낀 감정의 연대로 똘똘하게 뭉쳐진 마음이 된다. 그게 소주의 매력이다.
연어와 광어를 포장한다. 회는 흔하게 먹는 안주는 아니지만 흔하게 먹는 횟감에 소주 한병을 들고 병목을 잡고 뜨르르륵, 시원하게 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