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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친테이블 Dec 24. 2020

어떤 말의 위로

어떤 말은 뱉기 어려워 삼키게 된다


술이랑 먹는 모든 음식은 안주가 된다. 김치찌개 백반을 먹더라도 그것이 밥 보다 안주일 때 더 맛있다. 술을 먹기 위해 안주를 먹기도 하고 안주를 먹으니까 술을 마시고. 음식이 안주가 된다면, 뭘 먼저 시작하더라도 기분좋은 순환이 이어진다,


 술과 안주, 아이폰과 에어팟 같은 그 둘을 갈라놓는다.

그렇게 음소거가 된 음악을 듣는 것처럼 집에 돌아와서 혼자 술을 마셨다. 술만 먹었다.

한 병에는 취기가 올라올 것 같고 한 잔도 안 마시자니 올라오는 무언가를 눌러줘야할 것 같아서 자그마한 팩소주 하나를 뜯었다. 짠 맛을 쓴 맛으로 감출 몇 잔이 필요했다.


 친구에게 다녀왔다. 친구의 눈가가 빨갛다. 친구를 닮은 아이의 눈 퉁퉁 부어있다.

 2주전, 건강하시던 엄마가 갑자기 쓰러졌다고 했다. 엄마는 끝내 일어나지 못했고, 인사없이 떠나버렸다.

 엄마를 가슴에 묻어야하는 그의 마음은.

 나는 그의 어머니를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보내고 싶었다. 그에게 목례를 하고 영전 앞에 서서 향에 불을 피웠다. 향에 불이 잘 붙지 않았다. 나는 오랫동안 고인의 가까이에 머물렀다.

 나는 그의 어머니에게 두번 절하고 그에게 한번 절하는 것으로 형식적인 위로를 건넸다. 그리고 그를 마주보았다. 그를 위로수 있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 나는 내가 아는 여러 말들을 떠올려본다.


 괜찮아질 거야, 힘내고 기운내자, 슬픔도 지나갈 거야, 밥은 먹었니, 잠도 잘 자고 몸 챙겨, 엄마도 네 마음 알 거야, 어머님 좋은 곳에 가셨을 거야, 잘 보내드리고 네 마음도 잘 추스르고..


어떤 말의 위로도, 부족함을 느꼈다. 


아무 말도 없이 서 있는 나를 보고

그가 여느때와 같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고마워."

 익숙하면서도 낯선 그의 음성, 잠긴 그의 음성에서 오히려 내가 따뜻한 위로를 받는다.

 이제 내가 건넬 차례인데, 피하지도, 미루지도 못하는데. 내가 아는 말들이 참 쓸모없고 하찮게 느껴졌다.  

 어떤 말의 위로 할 수 없어서, 삼켰다.


 내가 삼킨 것이 무엇이었는지 뜨거운 것이 넘어가다가 가슴께에 걸려 심장인듯 나대며 울렁거렸다. 짜고 시큰거리게 맵기도한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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