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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와인 꿀팁

샴페인 세상 쿨하게 마시는 방법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41024223347269531.jpg [출처: 유튜브 <차린건 쥐뿔도 없지만> EP.29 도경수 편]

유튜브 채널 <차린 건 쥐뿔도 없지만(줄여서 '차쥐뿔')>을 보는데 샴페인 돔 페리뇽(Dom Perignon)이 등장했다. 차쥐뿔은 가수 이영지가 친한 연예인을 불러 함께 술을 마시고 이야기하며 노는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와인은 물론 위스키와 칵테일, 막걸리, 맥주와 소주까지 다양한 주종이 등장한다. 그러니 돔 페리뇽이 등장했다고 해서 이상할 것은 없다. 그런데 이분들, 돔 페리뇽을 열더니 커다란 콜린스 잔에 넉넉히 부어 거침없이 마신다. 아니, 천하의 돔 페리뇽을 저렇게 마신다고? 이쯤 되니 칠링은 제대로 하고 마시는 건가 걱정이 될 지경이었다. 다행히(?) 병 표면에 물기가 맺혀 있는 걸 보니 칠링은 잘 되어 있는 듯했다. 하긴, 비싼 술이 뭐 별 건가. 저렇게 즐겁게, 벌컥벌컥 마실 수 있다면 시원하니 더 맛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야말로 쿨하고 힙하다.


20241024223403301549.jpg [샴페인용 플루트 글라스]

샴페인은 보통 길쭉한 플루트 모양 글라스에 마신다는 인식이 강하다. 길쭉한 글라스에 따른 샴페인에서 섬세한 버블이 피어오르는 모습을 보면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이 든다. 하지만 플루트 글라스는 샴페인의 향기를 피워내긴 적절치 않다는 의견도 있다. 그래서 최근엔 길이는 플루트 글라스와 유사하지만 보울이 다소 넓고 림 쪽으로 모이는 튤립 글라스를 많이 쓴다. 그야말로 막 피어난 튤립 같은 형태라 보기도 좋고 향도 잘 모아주기 때문이다. 샴페인의 아로마와 부케를 중요시하는 애호가들 중에는 튤립 글라스로 만족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 샴페인의 미묘한 향을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보르도 글라스 같은 커다란 글라스가 적당하다는 것이다. 글라스의 명가 리델은 뉴 월드 피노 누아 글라스를 로제 샴페인용으로 추천하기도 한다.


20241024223447391431.jpg [출처: 영화 <위대한 개츠비>]

하지만 예전에는 샴페인용 글라스로 정반대 모양의 잔을 사용했다. 높이는 낮고 옆으로 넓게 퍼진 쿠페(coupe) 글라스가 바로 그것이다. 영화 <위대한 개츠비> 덕분에 널리 알려졌다. 미소를 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들고 있는 글라스가 바로 쿠페다. 모양을 보면 짐작하겠지만 이 글라스에 샴페인을 따르면 버블이 피어오르는 모습을 즐기긴 어렵다. 맺힌 버블도 빠르게 사라진다. 게다가 향이 잘 모이지도 않는다. 샴페인을 시각적으로도, 후각과 미각적으로도 즐기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한 가지 장점이 있다. 잔을 조금만 기울여도 샴페인을 쉽게 마실 수 있다. 때문에 파티 등에서 편하게 쭉쭉 들이키며 분위기를 만들기 좋다. 어쩌면 이게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싶다. 즐거운 분위기 말이다.


적당한 모양의 글라스가 와인의 풍미를 더욱 잘 드러낸다는 생각은 많은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동의하는 편이다. 하지만 와인의 맛과 풍미를 훨씬 좋게 느끼도록 만드는 데는 함께 마시는 사람, 그리고 분위기가 훨씬 중요하지 않을까. 허름한 공간에서 콜린스 글라스에 돔 페리뇽을 벌컥벌컥 마셔도 좋았던 건 호스트 이영지와 게스트 도경수의 유쾌한 케미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니 너무 형식에 얽매이지 말자. 내키는 대로 즐기자. 쿨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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