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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은 Mar 20. 2024

베를린에서 살아남기 - 프롤로그

베를린으로의 이주는 더 쉬울 줄 알았지...

베를린에서 산 지 어느새 2.5년이 되었다. 독일에서 산 지는 3년째. 이 기간이 상기되는 이유는 나의 배우자 비자만료일이 곧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비자의 만료일을 앞두고 베를린에서 예약 잡기 힘들기로 악명 높은 이민청에서의 영주권 신청 예약날이 곧 잡히기를 기원하며, 그동안 상당의 시간을 베를린에서 보낸 독일에서의 3년 동안 인상 깊었던 경험들과 나의 생각을 조금씩 정리해보고자 한다. 


3년 전만 해도 장거리연애 상대였던 현재의 독일인 남편과 함께하기 위해 코로나가 한창일 때 급하게 결혼을 하고 베를린으로 넘어왔다. 독일에서 공부하고 있는 대학생이었던 남편이 한국에 오는 것보다는 영어를 할 수 있는 내가 직장을 그만두고 국제적인 도시인 베를린에서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었다. 필요한 서류처리와 한국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독일에 가벼운 마음으로 왔다. 드디어 늘 서로를 그리워하면서 지내지 않아 홀가분 했고 안정감을 느꼈다. 직장과 관련해서는 스타트업들이 밀집되어 있는 베를린에서 는 내가 할 수 있는 영어만 요구되는 일자리를 잡는 대에는 큰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독일어를 찬찬히 배우면서 채용공고에 열심히 지원하면 머지않아 생계는 유지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큰 걱정을 안 했다. 


지금 지난 3년을 돌이켜보면 처음에 독일에 올 때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예측하지 못했던 어려움들을 돌파해야 했다. 독일에 오면서 그저 나이브했던 것일까, 어릴 적 영국에서 자라 나중에 성인이 되어 짧게 프랑스에서 유학했던 경험이 있는 나는 이번에 베를린으로의 이주는 이전보다는 적응이 더 수월하고 그에 따라 정착 역시 더 빠를 거라 생각했다. 누구나 말이 안 통하는 새로운 나라에 이주를 가면 부딪힐 수밖에 없는 어려움의 과정은 있으나, 경험이 있는 자에게는 그 과정의 일부가 생략될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개개인의 상황에 따라, 같은 베를린의 도시로의 이주 경험이 같을 수 없지만, 내 경험을 바탕으로 나는 이 전에 타지에서의 경험이 있다고 새로운 곳에 정착하기까지의 여정이나 기간이 더 짧아지지는 않는다는 입장이 굳어졌다. 


예전에는 이주가 처음이라 타지 생활에 적응하는 여정의 굴곡이 어떨지 모른 상태에서 문제를 만나 매번 어렵게 하나씩 해결하면서 한걸음 씩 나아갔다면, 이번에는 많은 굴곡들이 다양한 형태로 내 앞에 나타날 거라는 사실을 알고 준비된 마음으로 문제를 해결하면서 한 걸음씩 나아갔다.  어느 정도의 굴곡을 예상했기에 매번 어려운 문제와 마주쳤을 때 좌절하고 내가 잘못된 선택을 하여 이곳에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파묻지 않았을 뿐, 온전한 나만의 생활이 정착되었다고 느끼고 더 이상 내가 사는 이 도시가 타지가 아닌 내가 사는 지역으로 생각이 되기까지 해결해야 하는 과제의 연속은 많은 노력, 눈물 그리고 인내를 요구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나의 첫 1.5년은 베를린의 사회와 교류하는데 한계가 있어, 정착하는 과정에서는 지워진 시간과도 같았고, 코로나 규제로부터 완전히 개방된 사회에서 일을 하고, 사람을 만나고, 독일어를 공부하며 얼마 전부터 베를린에서의 정착했다고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베를린에서 정착하는 과정에서 이곳에서의 삶에 대한 인상은 다음 글에서부터 차차 풀어 나가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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