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1부터 C1까지
독일에 오자마자 독일어를 처음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결혼을 하고 독일에 와서 살기로 하면서 독일어를 유창하게 할 줄 알 때까지 언어를 배워야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베를린은 워낙 국제적인 도시라 영어만 하면서 사는 것이 가능하다. 그래서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영어로만 소통하고 독어를 안 배우고 베를린에서 사는 사람들도 많다. 그래도 나는 현지의 언어를 못 해 은행일을 처리하는 것부터 자잘한 행정은 물론이며 문화활동을 하거나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때 현지언어로 소통이 안 되면 기본적으로 내 삶의 모든 범위가 축소되는 것이 싫어 독어를 빨리 배워야 된다고 생각해 알파벳부터 배우는 A1부터 시작해 현재 C1레벨으에서 독어를 배우고 있다.
A1를 시작하면서 어느 세월에 C1이라는 중고급레벨에 닿으려나 했는데. 나의 경우에는 약 3년이 걸렸다...
정말 집중해서 노력하면 최대 빠른 기간인 8개월 안에도 배울 수 있다는데, 일하면서 독일어를 뒤로 하고, 편한 영어로만 사람들만 주로 소통하고 어학을 중간에 오래 쉬었다 재개했다 하면서 C1까지 3년정도 거린거다.
현재 C1과정을 (두 번째로) 마치는 일정을 앞두고 다음 달부터 Telc C1 für Hochschule 시험을 한 달간 준비할 예정이다. C1를 반복하면서 많이 지친 와중에 시험준비를 할 생각에 하루하루 스스로 귀차니즘과의 싸움을 반복하면서 독어공부는 계속 진행 중이다.
ABC부터 시작했던 나의 과거를 되짚어 보며, 여태 어찌어찌 잘 해왔으니 남은 여정도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셀프다독을 위해 나의 독어 어학의 여정을 정리해 본다.
유럽의 언어들을 배울 때 대부분 CEFR(공통 유럽 언어 기술 참조 프레임워크) 기준으로 A1부터 C1까지 총 여섯 개의 수준으로 구분이 된다.
독일어로 ABC, 하나 둘 셋,부터 배워야 했던 나는 A1부터 시작을 해야 했다. 주로 A1에 배우는 숫자, 색깔, 음식 등의 단어를 익히기 위해 총 두 달 동안 집중코스를 하며 (주로 어학원에서는 한 레벨을 집중코스로는 두 달에 거쳐 가리킨다) 한 달에 약 300유로 정도 하는 금액을 어학원에 바치기에는 너무 아까웠다. 왕초보 기초 수준의 어학은 온라인에 넘처나는 자료들로 충분이 혼자서 배울 수 있을 거라 판단해 A1은 혼자서 배우고 A2부터 어학원에서 배우기로 했다.
유튜브에서 A1시험 혼자 준비하기 등을 영어로 쳐보니 몇 개의 경험담 영상들이 올라와 있었다. 영상에서는 영상 개시자가 어떤 온라인 자료를 활용했고 시험준비를 어떻게 접근했는지 등의 팁을 공유했다. 나는 시험을 볼 필요는 없었지만 어학원에 등록하기 전에 어학원 측에서 늘 레벨테스트를 시키고 테스트 결과대로 공부할 수 있는 레벨을 정해주기 때문에 A1시험을 생각하고 독일어 기초를 공부한 게 나중에 어학원 테스트를 하고 순조롭게 A2부터 시작을 하는 데에 도움이 됐다.
내가 A1을 배우는 방식은 간단했다. 한 달 동안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A1 강의 플레이리스트를 따랐다.
비디오를 하나하나 보면서 배운 거를 받아 적고, 외우고, 혼자 연습하고 어려운 건 영상을 다시 보면서 복습했다.
그리고 아래화 같은 A1레벨의 콘텐츠를 보면서 익숙해졌다.
Nico's Weg - A1독어로 만든 영화
Easy German - 독어를 배우는 사람들의 베프. 이 중에도 이 때는 A1에 맞춘 영상플레이리스트를 봤다.
코시국이라 첫 어학원 수업은 온라인으로 했다. 온라인으로 수업을 한다는 게 처음이라 걱정했었는데 너무 진행을 잘하는 선생님을 만나 정말 편안하게 배울 수 있었다. 어학원은 정보가 잘 없어서 그나마 리뷰가 괜찮았던 도이체아카데미의 온라인 수업을 들었다. 코시국이 아니었더라면 학원에 나가서 나랑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과 교류도 하고 친구도 사귀었을 텐데, 온라인으로 수업이라 다른 학생들은 베를린뿐만 아니라 대만, 슬로바키아, 스위스, 이태리 및 다른 독일지역에서 수업을 들었다. 처음 타지에 갔을 때 어학원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기 제일 좋은 기회를 놓쳐 다소 아쉬웠지만 언어를 배우는 데에는 지장이 없었다.
A2수업을 가르친 선생님과 B1까지 계속 지중코스로 공부를 했다. B1.2를 80% 정도 배우고 취업이 되어 일을 시작하는 바람에 독일어 공부를 약 1년 중단했다. 일을 독어로 했었고 마트, 식당 등에 가서 쓰는 것과 가끔 시댁과 만나서 독일로 얘기하는 걸 듣는 것 외에는 독일어를 안 써서 어학원에서 배운 B1수준에서 더 실력이 늘지는 않았다. 1년 중단한 후에 다시 B1를 복습해야 할 것 같아 Warschauer에 있는 Speakeasy 어학원에서 일주일에 두 번하는 직장인들을 위한 오프라인 저녁 수업을 등록했다. 그런데 어학원의 수준과 선생님들의 수준이 과하다 할 정로도 떨어져서 3개월 동안 매달 다른 무경험의 어린 선생님들로부터 하나도 배우는 것 없이 시간만 낭비해서 도이체아카데미에서 사용했던 책 Menschen B1책과 유튜브 무료 강의로 혼자 복습을 했다. 나중에 Speakeasy 어학원에서 집중코스를 하면서 일부는 좋은 선생님들을 만나서 아주 잘 배웠다는 친구들을 만났는데, 이 어학원의 저녁 수업은 절대로 비추한다. 첫 선생님은 다국적인 이름을 지닌 자들로 꽉 찬 수업에 나를 포함한 독일인으로서 부르기 힘든 이름을 절대 안 부르고 앙투안이나 윌리엄같이 익숙해서 발음하기 쉬운 이름의 소유자들만 부르면서 회화를 연습시켰다. 두 번째 선생님은 최악은 아니었지만 혼자서 2시간을 꽉 채워 문법형식과 예시문만 칠판에 적으면서 혼자 얘기했고, 배우는 학생으로서 메모하는 것 외에는 배운 것을 연습하고 적용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마지막 선생님은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선생님이었는데, 3개월 째로 들어가자 18명쯤 되는 학생으로 시작했던 수업에 나와한 남미출신 남성만 남아 있았다. 학생 2명을 가르치는 와중에 선생님이 우리를 가르치며 졸더라.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 환불을 요청하고 싶었지만 그것도 지겨워서 그냥 그만두고 다른 곳에서 배우기로 했다.
독일에 와서 처음 퇴사를 하게 되어 독일이 고용보험 같은 되는 Agentur für Arbeit에 실업급여를 요청하면서 대면 상담에 갔다. 외국인인 경우 실업급여 혹은 사회보장금을 받을 경우 요청하면 무료로 나라에서 제공하는 독일어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어학과정 신청서류를 준다. 실업급여보다 무료로 B2를 배우고자 대면 면접에 해당 서류를 요청했고 그쪽에서 물론 흔쾌히 주었다. 정부에서 무료로 지원해 주는 수업을 듣는 사람들이 난민을 포함해서 아주 많아 내가 배우고 싶을 레벨의 수업을 시작하기까지 2개월을 기다려야 했고 집에서 약 한 시간 거리에 있는 곳에서 수업을 들어야 했다. 정부에서 지원해 주는 수업은 B2레벨은 맞지만 일반 사립어학원에서 가리키는 Allgemein B2수업과는 달리 일/직장이라는 주제만 다루며 독일어를 가리킨다. 국가에서 지원하는 만큼 빨리 독일을 배우는 대로 일을 하도록 그에 맞는 주제만 가리킨다. 유용한 부분도 있지만 때론 지루한 주제도 많았다. 거기에다 최대 2회까지 시험비도 정부에서 지원해 주어서 이 참에 무료로 시험도 보고 첫 독일어 자격증도 딸 수 있었다.
정부에서 한 사람에게 한 레벨을 가리키는 비용인 약 2000유로라고 한다. 사비로 어학원에서 거뜬히 시험비까지 포함해서 800유로는 냈을 텐데 그동안 일 하면서 월급이 세금과 사회보험금으로 40% 빠져서 아팠던 마음이 순식간에 이런 식으로 돌아오는 해택이라는 것을 깨닫고 아주 뿌듯했다. 보통 어학원에서 배우면 한 레벨과 시험준비 수업까지 포함하면 월-목 하루 3시간 수업과정을 3개월에 마친다. 본 과정은 매일 월-금 하루 4.5시간이었으며 시험준비과정을 포함해서 5.5개월 지속됐다. 정말 길고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스스로 나의 독일어 실력이 진득하게 늘었다는 것을 체감했다. 운이 좋게 인생최고의 선생님까지 만났고 함께 공부했던 많은 사람들 역시 난민의 신분으로 여러 악조건에서도 정말 열심히 잘하는 사람들이 많아 그들을 보면서 동기부여를 받아 지치지 않고 열심히 공부를 이어갈 수 있었고 그만큼 배울 수 있었다. 시험결과도 98점으로 나와 영주권신처에 필요한 자격증도 거뜬히 받았으며 무엇보다 남편과 시댁에서 놀랄 정도로 나의 회화실력이 많이 향상됐었다. B1과 B2 차이가 꽤 크다고 느꼈는데, 일반 어학원에서 내가 거쳤던 과정의 절반의 기간에 B2를 내가 배울 수 있었을지 지금 생각하면 조금 의문이다.
뒤늦게 독일에는 지역구마다 시민대학교 Volkshochschule(VHS)가 있고 VHS에서 어학원 못지않은 퀄리티의 독일어 수업을 반값으로 등록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부에서 운영을 하여 다양하게 제공되는 수업들이 저렴하지만 그렇다고 수업의 질이 전혀 낮지 않다고 하여 미테에 있는 수업을 들었다. VHS에서의 집중코스 역시 어학원과 비슷한 스케줄로 진행이 됐다.
그동안 경험해 본 어학원과 다른 점은 학생들이었다, 나처럼 어학원만 다니면서 독어를 배운 사람들이 아니라 독일에서 5년-8년 살던 사람들 혹은 정말 독일어만 집중하며 배워 매우 유창하게 독일어를 구사하던 사람들이 많았다. 그 사이에 나는 회화하면 너무 단순한 수준으로 반복적인 얘기만 할 수 있는 사람이었고, 같은 수준에서 배우면서도 제일 수준이 떨어졌으며 수업을 따라가기가 굉장히 힘들었다.
혼자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어하는 것 같아 심적으로 지치고 동기부여도 안되어 매일 우울한 마음으로 수업을 듣다가, 더 이상 이렇게는 안 되겠다 싶어 조금이나마 독일어를 사용해야 하는 일을 일을 찾다가 취업을 하게 됐다.
영어로 업무를 보는 한 회사에서 오피스 코디네이터로 일을 하게 됐다. 사무실 관리 및 팀이벤트 등 사소한 사무 업무와 시설 관리와 유지를 하는 직책이었다. 건물관리자 및 수리공, 배달원 등 기타 거래처와의 커뮤니케이션을 독일어로 해야 하는 업무가 많지만 그다지 고급진 언어 수준이 요구되는 업무들은 아니었고, 내가 일하면서 충분히 배울 수 있다고 판단한 상사덕에 본 회사에서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모두가 영어로 소통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독어를 못 하는 외국인 회사에서 유일한 독일인인 나의 상사는 인내심을 가지고 내 독일 실력으로 부족한 업무는 도와주고 나머지 일처리는 내가 버벅거리면서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평소에 전화나 이메일로 고객상담에 문의해야 하는 일들은 나의 독어가 짧다는 이유로 남편에게 맡겼었는데 회사에서는 어쩔 수 없이 실수를 두려워할 새 없이 버벅거리고 실수하고 모르는 단어를 찾아보면서 전화하고 이메일을 주고받다 보니 차츰차츰 회화가 늘면서 자신감이 다시 붙기 시작했다.
2024년이 되면서 다시 C1을 제대로 배워야겠다는 생각 했고 직장에는 양해를 구해 3개월 동안 주 20시간만 일하면서 어학원을 다시 다니기로 했다. 프랑스인과 결혼을 해 프랑스어를 배워야 했던 나의 상사는 내가 독일어를 다시 배운다고 하자 도와주겠다며 회사에서 내게 독어로만 얘기를 해주겠다고 하고 독어를 유창하게 하는 다른 동료들에게도 나의 독어능력향상을 위해 독어로 얘기하자며 환경을 만들어주려고 했다.
영어로만 소통하던 남편과도 올해 들어 집에서 독어로 소통을 시작하면서 계속해서 노력 중이다. 두 번째로 배우는 C1에서 확실히 처음 배웠을 때와는 달리 진도를 따라가는 데 훨씬 수월하다는 걸 느껴 그동안의 노력이 기여한 바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아직 그래도 시험을 통과하기에는 부족하지만, 시험을 목표로 다시 공부에 집중을 하려고 한다.
굵직 굵직한 집중코스 외에도 팟캐스트를 듣고, easy German 영상, 페파피그, 독일어로 된 토크쇼 등을 보고, 신문을 읽고 VHS에서 1주일 하는 회화수업이라던지 2달간 주 2회 진행한 온라인 문법수업을 자잘하게 들으며 사이사이 보충을 해주었다.
언어는 정말 내가 투자한 시간만큼 실력이 느는 것 같다. 치트키나 지름길이란 없이 딱 하는 만큼만 는다. 어쩔 수 없이 내 페이스대로 하고, 힘들면 쉬엄쉬엄하더라도 꾸준히 지속적으로 해와서 처음에 왔을 때는 산 넘어 산 같았던 C1레벨에 알짱거리는 요즘이다..
최근에 지인들에게 독어 배우는 과정에 대해 물어본 설문지를 돌렸다. 처음 독어를 배운 이들에게 어떤 팁을 공유해주고 싶은 지 물었는데, 흥미롭게도 많은 이들이 똑같은 답변을 했더라.
'포기하지 마세요.'